[스한 인터뷰 下] 권아솔이 말하는 후두부·방송·원초적 두려움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입력 2016. 12. 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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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스한 인터뷰 上] 권아솔이 거친 도발을 하는 이유와 속내’에서 계속

권아솔은 오는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로드FC 035 대회에서 일본의 사사키 신지를 상대로 라이트급 챔피언 2차방어전을 가진다. 오랜만에 가지는 방어전인데다 지난 5월 일명 ‘후두부 사건’으로 기억된 무제한급 쿠와바라 키요시에 1라운드 18초 KO패 이후 가지는 복귀전이기에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쿠와바라 키요시에게 패한 후 허탈해하는 권아솔. 로드FC 제공

▶미안하지만 ‘후두부 사건’에 대해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커리어를 통틀어 모든 경기보다 이 단 한경기가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권두부’라든지 ‘후두부 파이터’와 같이 조롱이 되고도 있는데?

- 처음에는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후두부 사건에 대해 얘기를 꺼내보자면 사실 케이지 위에서 제가 그런 인터뷰를 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의식이 없었던 것이다. 케이지 위에서 내려온 후에야 정신이 들더라. 30분정도가 지나고 나서 인터뷰를 했다는 것 자체를 깨달을 정도였다. 예전에 두 번 정도 경기 중 실신을 했던 경우가 있었다. 실제로 실신은 하지 않았지만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 바로 후두부 사건때였다. 아예 기억과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반복한 얘기가 바로 ‘후두부’였다.

▶그렇다면 그토록 자신하던 무제한급에서 패한 이유는 무엇으로 보나

- 결국 ‘동기부여’의 문제였다. 갑자기 이둘희가 부상을 당하면서 아무 명분 없는 싸움을 해야한다는 허탈감이 컸다. 당시 감량도 크게 없었고 전쟁을 하러간다는 평소 경기 준비와 다른 패턴도 있었다. 안일했고 마음을 다 잡지 못했다. 나의 책임이고 큰 문제다.

▶어쨌든 그 경기를 통해 ‘후두부’가 권아솔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단어가 됐다

- 누군가는 마침 잘됐으니 ‘두부요리 음식점’을 해보라고 하더라. 생각도 안 해봤지만 더 명성을 떨쳐서 해보고 싶은 생각은 든다. 하하. 실제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두부이기도 하다. 제 이름과 후두부를 결합해 두부요리 음식점 프랜차이즈 등록도 욕심나긴 한다.

▶이미 녹화는 마쳤지만 현재 tvN의 ‘소사이어티 게임’에서 맹활약하며 대중적 인지도 역시 커지고 있다. 팬층의 확장도 노려보고 있는 것인가

-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하고 싶다. 운동은 저의 직업이자 당연히 하는 것이니 열심히 하고 방송활동도 들어온다면 거절할 생각은 없다. 흘러가는 대로 기회가 온다면 다 해보고 싶다. 제가 워낙 털털하게 살고 겨울에도 슬리퍼신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는 모습도 있기 때문에 ‘나 혼자 산다’같은 프로그램에 나가면 너무 리얼해서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적도 있긴 하다.

▶이렇게 격투기 선수들이 이제 대중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는 세상이 온걸 보면 스스로 ‘격투기 선구자’라고 자부하는 입장에서 격세지감일 것 같다

-확실히 그렇다. 예전에는 한국에 격투기 리그가 없기에 일본, 홍콩 등 대회가 있는 어느 곳이든 직접 찾아가 항상 을의 자세로 이력서를 내고 시합을 뛰게 해달라고 빌어야했다. 저 역시 그렇게 다니면서 한국에 격투기단체가 없다는 것이 참으로 서글프고 힘들었다. 어차피 외국에 가면 한국선수는 용병이며 2~3경기짜리 선수, 자국 선수를 띄워주는 들러리에 불과했다. 결국 그러다 체육관 차리며 사라진 인재들이 많다. 그런데 지금은 로드FC가 생기고 중국을 가던, 일본을 가던 호텔에서 재워주고 행정적인 것이 아닌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하게 해주고 돈도 충분히 챙겨준다. 노숙자에서 선수로 올라선 느낌이랄까.

▶대중에게 어떤 식으로 비춰지든 간에 격투기 선수로서 대중에게 가장 많이 어필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인지도에 대한 책임감도 있을 것 같다

-격투기를 하는 웬만한 선수들은 모두 제 후배다. 이런 후배들이 더 다양한 길과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얻게 하려면 결국 국내리그가 커지는 길밖에 없다. 자생력이 생기고 국내 선수들이 많이 뛸 기회가 있어야 실력이나 관심도 자연스레 커진다. 챔피언으로서 로드FC를 더 인기 있게, 크게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 아닐까.

▶‘후두부 사건’의 여파가 커서인지 아직 권아솔하면 후두부가 떠오르는데 정말 자신을 수식할만한 멋진 별명으로 원하는 것이 있는가

- ‘끝판왕’이라는 수식어가 제 이름 석자앞에 붙었으면 좋겠다. ~~의 끝판왕이 아닌 끝판왕 그 자체로 설명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끝판왕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격투기 선수가 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로드FC 제공

▶일반인들은 케이지 위에서 1라운드동안 5분의 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다. 5분의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지지는 않나?

- 학창시절 흔히 친구들과 싸우지 않나. 싸워본 경험이 있다면 생각해보라. 그 친구를 상대로 몇 분이나 싸웠을 것 같나? 아무리 많아도 2분이 안 된다. 그러고 다들 지친다. 정말 힘들지 않던가. 선수들의 경우 5분간 3라운드를 하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보통 400m 전력질주를 하면 일반인은 1분 초반대가 나온다. 그걸 5분동안 계속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그렇다면 그렇게 힘든 시간을 케이지에서 맨몸으로 버티고 이겨내야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가?

- 흔히들 부상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지 걱정해주신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부상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원초적 두려움이 너무 크기 때문에 부상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흥미롭다. 권아솔 정도의 경험과 실력의 선수도 케이지 안에서 두려움을 느끼는가

- 아마추어까지 합치면 약 50경기는 케이지에서 진짜 시합을 한 것 같다. 그 50여경기동안 두렵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상대가 강한가 아닌가를 떠나서 늘 무섭고 케이지 문을 박차고 도망가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케이지에 선다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결국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꾸준한 훈련과 마인드컨트롤, 정신력 무장밖에 없다.

▶분야는 다르지만 ‘야구란 무엇인가’라는 유명 야구서적의 가장 첫 페이지는 야구에 대해서 ‘날아오는 공에 대한 두려움의 본능을 이겨야하는 스포츠’로 설명한다. 같은 맥락으로 들리는데?

- 나도 처음에는 운동하는걸 마냥 즐겼다. 하지만 직업이 되면 즐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제대로 동기부여가 되고 정신무장이 되어있지 않으면 아무리 자신이 우월한 신체를 가졌다 해도 질 수밖에 없는 운동이다. 케이지 위에 올라서는건 전쟁이다. 내가 이 사람을 죽이지 못하면 이 사람이 나를 죽인다. ‘죽을 것 같다’는 두려움을 이기는 것이 격투기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런 두려움을 이겨가면서까지 격투기를 하는 이유는 뭐가 있을까. 다른걸 해도 먹고 살 수 있지 않나

- 격투기 선수들은 솔직히 모두 약간은 미친 사람들 같다. 미쳐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르게 보면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가지는 직업이 바로 격투기 선수들이다. 남자라면 강해지고 싶은 원초적 본능이 있지 않는가. 바로 그 본능을 추구하는 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매력이 있다.

▶지금까지 해본 경기 중 바로 그 원초적 본능을 충족시킨 최고의 경기가 있다면?

- 아직은 없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로드FC의 10억 토너먼트에서 우승한다면 그런 경기가 되지 않을까.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니다. 10억을 차지하기 위해 전 세계 쟁쟁한 선수들과 싸울 것 아닌가. 그런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면 부와 명예, 최고의 실력 모든걸 얻게 될 것이다. 솔직히 가장 욕심나는 대회다.

▶그전에 당장 10일로 잡힌 2차방어전을 이겨야 하지 않나. 그 경기에서 팬들이 자신의 어떤 모습을 중점적으로 봐줬으면 하는지 관전포인트를 짚어 달라

- 상대 사사키 신지와 실력 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특별한 비책은 준비하지 않았다. 하던 대로 하다보면 이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관전포인트라면…. 그냥 제 얼굴을 보면 될 것이다. 예능을 나올 때보다 살이 더 빠져서 더 잘생겨 보일 것이다.

로드FC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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