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집] 반짝 빛났다가 사라지는 인생

공광규 시인 2016. 12.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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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의 시집 ‘물방울 관음’에는 쇠별꽃, 벚꽃, 목련꽃, 운리야매, 백일홍, 능소화 등 꽃들이 제재로 많이 등장한다. 시인의 친자연적 삶이 시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시인의 섬세한 감성은 시 ‘쇠별꽃’에서도 빛난다. 시인은 쇠별꽃을 "지난밤 지상으로 내려왔다가/ 돌아가지 못한 아기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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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이산 시인 '물방울 관음'

[머니투데이 공광규 시인] [<77>이산 시인 ‘물방울 관음’]

이산의 시집 ‘물방울 관음’에는 쇠별꽃, 벚꽃, 목련꽃, 운리야매, 백일홍, 능소화 등 꽃들이 제재로 많이 등장한다. 시인의 친자연적 삶이 시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야생화’는 화자의 삶을 야생화로 비유하고 있다. 화자는 햇볕 한줌과 바람 한 줄기, 그리고 빗방울의 감촉으로 산다고 한다.

시인의 구체적이고 섬세한 감성이 햇볕과 바람과 빗방울로 형상되고 있다. 2연에서는 자연이 주는 대로, 주어지는 대로 살아가는 무욕의 삶을 내보이고, 3연에서는 따스하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하고 외롭기도 한 인간의 속성을 형상한다.

시인의 섬세한 감성은 시 ‘쇠별꽃’에서도 빛난다. 시인은 쇠별꽃을 “지난밤 지상으로 내려왔다가/ 돌아가지 못한 아기별”이라고 한다. 이런 별꽃의 작은 눈동자를 살며시 들여다보면 은하수 너머까지 무량한 우주가 펼쳐진다고 한다. 작은 꽃에서 무량한 우주로 확장해가는 시인의 상상력이 남다르다. 그는 능소화를 아래와 같이 형상하기도 한다.

눈이 높은 여자
위로,
위로만 올라가는 여자
먼데서도 눈길을 잡아끄는 여자

아찔하다

치명적인 웃음 속에 독을 머금고
수틀리면 뎅겅뎅겅 제 목을 잘라
떨어져 누워서도 빤히 눈을 뜨고
이쪽을 바라보는 여자

- ‘능소화’ 전문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가서 높은 곳에서 피는 능소화의 생물학적 특성을 눈이 높고 눈길을 잡아끄는 여자로 비유한다. 그러나 웃음에 독을 품고 있거나 목이 잘리는, 그러고도 눈을 빤히 뜨고 화자를 바라보는 섬뜩한 심상으로 진술하기도 한다.

이런 이산 시인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2005년 등단했다. '물방울 관음‘은 그의 첫 시집이다. 현재 산청군 목면시배유지 전시관 관장으로 있다. 표제시 ‘물방울 관음’은 고려시대 불화인 수월관음도의 별칭이다. 예술성이 뛰어난 걸작으로 시인이 박물관에 가서 직접 관람을 하고 그 아름다움에 서정적 충동이 일어서 썼을 것이다.

이 시에서 시인이 말하려는 것은 인생의 무상성이다. 그러니까 “그림 속에 관음보살이 보리수 가지로 정병의 물을 찍어 공중에 흩뿌리자 햇빛에 반사되어 떨어지는 녹청색 물방울에 한 중생이 반짝, 비치다”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렇다. 인간은 “물방울이었다가, 잠깐 서리다가, 어디론가 증발하고 마는” 존재가 아니겠는가.

◇물방울 관음=이산 지음. 사람과나무. 112쪽/10,000원

공광규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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