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는 역시 박철우' 복귀전서 희망을 쏘다

남정훈 2016. 12.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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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했던가.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돌아온 토종 에이스’ 박철우는 역시 박철우였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여전한 ‘클래스’를 과시하며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1985년생 남자 프로배구 선수 중 프로배구 원년부터 뛴 선수는 박철우가 유일하다. 박철우는 경북사대부고를 졸업한 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2004년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2010년까지 현대캐피탈의 토종 에이스로 뛴 박철우는 V-리그와 한국을 대표하는 라이트 공격수다. 2009~10시즌 중이었던 2010년 1월30일 LIG손해보험(現 KB손해보험)전에서는 무려 50득점을 터뜨리며 현대캐피탈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이는 아직도 V-리그 토종 선수의 한 경기 최다득점 기록으로 남아있다. 2010년 FA로 삼성화재에 이적한 이후로는 현대캐피탈 시절처럼 팀의 에이스 역할은 외국인 선수에게 넘겨야 했지만, 1m99의 장신, 왼손잡이 라이트 공격수라는 이점을 앞세워 제 2의 공격옵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공격뿐만 아니라 그의 블로킹 능력은 국내 날개 공격수를 통틀어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쉼없이 달려온 박철우는 2014년 10월23일 군에 입대해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했고, 2016년 11월27일 소집 해제되어 삼성화재에 복귀했다. 군 복무 때도 퇴근 이후 팀에 합류해 훈련을 해왔기에 소집 해제 이후 첫 경기인 2일 인천 대한항공전에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돌아오기 전 삼성화재는 타이스 위주의 단순한 공격패턴으로 고전하며 5승6패로 5할 승률에 못 미쳤기에 박철우의 복귀는 더욱 주목을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철우가 코트 위에 뛰는 동안 그의 부재 때 라이트 자리를 메웠던 김명진에 대한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다. 743일 동안 시합 코트에 서지 못했던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예전의 공격력은 고스란히 살아있었다.

1세트 5-4에서 유광우의 백토스가 박철우에게 향했고, 박철우는 호쾌한 백어택으로 복귀전 첫 득점을 올렸다. 경기 전 박철우에 대해 임도헌 감독은 “첫 공격이 중요하다. 첫 공격이 잘 들어가면 긴장이 풀리면서 (박)철우가 제 몫을 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임 감독의 예상대로 물꼬를 튼 박철우는 거침이 없었다. 1세트 10-8에서는 첫 서브에이스도 터뜨렸다. 1세트에만 서브에이스 2개 포함 6득점(후위 공격 3개)을 올린 박철우는 시종일관 오른쪽 측면에서 위협적인 몸놀림을 선보이며 블로킹 1개, 서브에이스 2개 포함 22득점을 올렸다. 팀 공격의 26.36%를 책임졌고, 공격 성공률은 55.88%였다. 박철우가 공격을 분담해주면서 타이스의 공격 점유율도 45.74%로 시즌 평균(52.9%)보다 떨어졌다.

성공적인 복귀전에서 승리까지 거뒀으면 ‘금상첨화’였겠지만, 먼저 두 세트를 따내고도 내리 세 세트를 내주며 2-3(25-23 25-22 19-25 21-25 14-16)으로 패했다. 승점 1을 챙기는 데 만족해야 했던 삼성화재는 승점 19(5승7패), 5위로 2라운드를 마쳤다.

아쉬운 패배에 말을 아낀 임도헌 감독은 ‘박철우 효과’에 대해선 긍정적이었다. 그는 “복귀 첫 경기였는데도 잘 해줬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3세트 이후 체력이 다소 떨어진 모습을 노출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연습과 시합은 다르지 않나. 긴장도 많이 됐을 것이다. 코트에 적응하면 나아질 것이다. (박)철우가 공격 비중을 늘려서 타이스의 공격 부담을 줄여준다면 팀 전력도 한층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철우를 상대한 대한항공의 박기원 감독도 박철우에 대해 호평했다. 그는 “박철우가 원래 이 정도는 해주는 선수 아닌가. 별로 놀랍지도 않다”면서 “아직 컨디션은 60~70% 정도인 것 같더라. 기술은 녹슬지 않았는데, 시합 체력은 갖춰지지 않은 것 같더라. 4세트 이후 힘들어하는 게 보이던데 2~3주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군 제대 후 시즌 도중에 팀에 합류한 경험이 있는 대한항공의 김학민도 후배의 녹슬지 않은 기량에 놀라워 했다. 그는 “(박)철우와 네트를 두고 바라보면서 예전 생각이 나더라. 처음 복귀하면 마음먹은 것처럼 적응이 쉽지 않은데, 철우는 적응을 잘 하는 것 같더라.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정작 박철우는 팀 패배에 대한 아쉬움뿐이었다. 박철우는 “첫 경기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패해서 너무너무 아쉽다. 다음 경기는 제가 잘 하는 것뿐만 아니라 꼭 이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박철우가 자리를 비운 동안 삼성화재는 마땅한 토종 에이스를 보유하지 못해 외국인 선수의 화력에만 의존해야 했다. 김명진도, 최귀엽도 박철우의 존재감에는 비할 데가 아니었다. 그가 자리를 비운 동안 삼성화재는 V-리그 최강자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군에 입대했던 2014~15시즌에는 챔프전에서 OK저축은행에 3전 전패로 셧아웃을 당했고, 지난 시즌에는 V-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챔프전 진출조차 실패했다.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르며 건재를 과시한 박철우. 어느덧 승패마진 -2로 5위에 처진 삼성화재의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될 수 있을까. 타이스가 가빈, 레오급의 선수가 아닌 만큼 박철우가 더 해줘야 삼성화재가 살아날 수 있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사진 제공: 발리볼코리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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