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부문 동아시아, 이주민, 저널리즘.. 사회 탐구 의제 돋보여

조태성 2016. 12. 3. 04: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57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저술 학술 부문

10월 항쟁

김상숙 지음ㆍ돌베개 발행

해방 직후 일회적 사건으로 알려진 ‘대구 10ㆍ1사건’이 실제로는 남한 전역에서 진보 세력 주도로 일어난 건국운동이자 시민항쟁이었음을 입증했다. 저자는 국내 사료와 미군정 문서, 생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관련 연구를 했다. 해방 정국에서 한국전쟁에 이르는 기간 자행된 민간인 학살을 사린다는 점에서 한국 현대사의 공백을 채운다.

천안함의 과학 블랙박스를 열다

오철우 지음ㆍ동아시아 발행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은 지 6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천안함 침몰이 북한이 소행이라는 질문이 남아 있다. 책은 성급한 답을 내리는 대신 다국적 민군 합동조사단(JIG)의 조사 결과를 둘러싸고 벌어진 과학 논쟁을 중심으로 논쟁의 전개 과정과 성격, 구조를 정리했다. 치밀한 자료조사로 천안함 논쟁에서 정쟁이 아닌 과학이 들어갈 틈을 마련했다.

잡종사회와 그 친구들

김성국 지음ㆍ이학사 발행

‘잡종’이라는 키워드로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를 개척하는 독창적 연구가 돋보인다. 아나키스트 자유주의란 현실적으로 국가 체제를 부정하는 대신에 최소 국가를 인정하며 탈물질적 자본주의를 추구한다. 저자는 차이와 다양성, 변화와 재구성, 혼성과 혼합을 추구하는 ‘잡종사회’야말로 아나키 사회에 근접하는 문명사회라고 판단했다.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오정근 지음ㆍ동아시아 발행

우주에서 별이 폭발할 때 생겨나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시공간의 잔물결인 중력파. 중력파의 세기는 태양이 원자 크기만큼 진동한 정도보다 작다. 2016년 2월 11일, 인류는 아인슈타인에 의해 예견됐던 중력파의 직접 검출에 100년만에 성공했다. 중력파 검출 실험에 참여했던 저자는 사관(史官)의 심정으로 역사적 발견의 뒷이야기를 담아냈다.

이주하는 인간, 호모 미그란스

조일준 지음ㆍ푸른역사 발행

이주는 ‘어떤 집단이 낯선 환경에서 다른 집단과 맞닥뜨리는 사태’로 매우 역동적인 개념이다. 아랍의 봄과 파리 동시다발테러 현장을 목격한 저자는 이주라는 키워드로 인간 삶의 궤적과 현장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본다. 1994년부터 난민 신청을 받기 시작했음에도 한국은 난민 수용에 인색한 나라여서 더 의미 있다.

돌궐 유목 제국사

정재훈 지음ㆍ사계절 발행

돌궐의 지배 집단인 아사나를 중심으로 한 ‘유목 군주권’에 주목한 국내 최초의 돌궐 통사다. 저자는 돌궐의 유산이 몽골 제국으로 이어지며 세계사 전개에 영향을 미친 과정을 검토했다. 제한적인 사료로 주제의 편향이 심했던 돌궐사를 고대 투르크 비문 자료의 비교 연구를 통해 더 중립적으로 분석했다.

북한, 조선으로 다시 읽다

김병로 지음ㆍ서울대출판문화원 발행

북한은 우리에게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다. 그러나 ‘조선’으로 들어가 보면 북한에도 합리적인 행동 원칙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전쟁의 공포와 두려움이 중추적 구조로 작동하는 조선에서는 주체사상에 입각한 조직생활이 자리 잡았다. 조선의 폐쇄적 체제가 앞으로 생존과 변화를 꾀할 수 있는지 전망했다.

이주노동자, 그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왔나

김태웅 지음ㆍ아카넷 발행

1931년 만보산 사건을 전후로 한ㆍ중 노동자의 대립과 갈등 상황을 추적했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한반도에 들어온 중국인 노동자의 삶과 노동을 세밀하게 들여다봤다. 국내 외국인 노동자 100만 명 시대, 여기에서 파생되는 문제 해결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람시와 한국지배계급 분석

김종법 지음ㆍ바다출판사 발행

이탈리아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는 1900년대 초반 이탈리아에 파시즘이 자리 잡았던 배경으로 민중의 정치적 무관심을 꼽았다. 책은 시민의 참여를 강조했던 그람시의 강연과 발언을 엮었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경제 위기, 극우 성향의 파시스트 정당이 정권을 잡아가는 이탈리아의 과거 모습은 현재의 한국과 겹쳐 보인다.

저널리즘의 지형

박재영 등 지음ㆍ이채 발행

언론 관련 논문 25년치 1,200편을 검토했다. 언론 현장을 잘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취재보도의 메커니즘과 사회적 파장을 현장감 있고 쉽게 설명했다. 기자, 뉴스룸, 정치경제적 압력, 뉴스 효과, 저널리즘과 민주주의 등 모두 10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한국 언론의 전모를 그렸다.

심사평

한국출판문화상 저술 학술 부문의 문제는 ‘동아시아’였다. 되도록이면 걸러냈지만 그럼에도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천안함의 과학 블랙박스를 열다’ 2권을 후보에 넣었다. “사실상 올해의 출판사다” “의제 선정이 좋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북한, 조선으로 다시 읽다’는 좋은 학술서의 전범이란 호평이 쏟아졌다. ‘이주하는 인간, 호모 미그란스’ ‘이주노동자, 그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왔나’는 우리 안에 있으면서도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는 이주민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람시와 한국 지배계급 분석’은 그람시 자체는 오래된, 잊어진 사람에 가깝지만 지금 현재 한국사회를 설명하는데 이만한 틀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선정됐다. ‘저널리즘의 지형’은 ‘최순실 게이트’ 덕을 좀 봤다. “언론의 진실 캐기가 집중된 올해에 저널리즘 그 자체에 천착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였다. 반면 근대성을 주제로 다룬 책들은 대거 탈락했다. “깊이는 쌓이고 있는데 새롭다고 말할 만한 것은 찾기 어렵다” “시각을 완전히 바꿔주는 연구가 아닌 한 어렵지 않나 싶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