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술 교양 부문 다양한 서술방식에 시선, 셰익스피어 교양서는 아쉬워

조태성 입력 2016. 12. 3.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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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가만한 당신

최윤필 지음ㆍ마음산책 발행

한국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동명의 기획물 중 35편을 선별, 개작해 묶은 책. 책은 인권과 자유, 차별철폐와 페미니즘, 조력 자살과 동성혼 법제화 등을 위해 앞서 헌신했던 이들을 환기시켰다. 책은 부고의 기능이 ‘환기’이며 사회가 반복을 통해 그들의 삶을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천주희 지음ㆍ사이행성 발행

청년들의 삶과 심리를 ‘대한민국 최초의 부채 세대’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분석했다. 청년 문제를 다룬 기존의 책과 달리 당사자성이 돋보인다. 채무자가 된 25명의 청춘들이 결혼, 꿈, 취업이 유예되는 삶, 호의보다 혼자가 더 편한 심리, 소비가 위축되는 심리 등을 이야기했다.

검색, 사전을 삼키다

정철 지음ㆍ사계절 발행

저자는 첨단기술인 검색이 인간이 오래 전부터 지식을 다뤄온 방법의 연장선상이라고 주장한다. 압축과 정제의 세계인 사전과 제어할 수 없는 무한정의 세계인 웹을 넘나들며 인간이 지식을 편집해온 역사와, 그것이 ‘종이’를 잃은 후의 변화를 보여준다. 책은 우리의 일상인 검색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사전을 가꿔야 한다고 말한다.

거품예찬

최재천 지음ㆍ문학과지성사 발행

거품이라는 용어는 인간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쓰인다. 그러나 자연은 무수히 많은 알과 씨를 뿌리는 낭비적인 방식을 택했기에 예측 불가능한 미래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았다. 책은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생태학의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볼 것을 권한다. 따듯한 자본주의의 해답이 생태학에 있음을 알려주는 저자의 통섭적 사고가 돋보인다.

김상욱의 과학공부

김상욱 지음ㆍ동아시아 발행

천안함, 광우병, 메르스, 가습기 살균제, 세월호, 원자력발전소 이슈는 사회에 논쟁을 일으켰다. 객관적 지식이 필요한 문제들이었으나 공직자들의 과학적 소양이 부족해 정치적 문제가 됐다. 저자는 교과서를 꺼내 과학 공식을 외우는 것이 아닌 시스템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책은 과학적 사고방식은 철학이고 인문학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우리말 절대지식

김승용 지음ㆍ동아시아 발행

속담은 이 땅에 살아왔던 보통 사람들의 지혜이며 해학이다. 그러나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단어나 표현 때문에 현대의 사람들은 옛 속담의 의미를 바로 이해하기 어렵다. 속담의 의미를 현대에 되새기며, 과거와 현재의 속담을 통해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재발견하도록 돕는다. 사전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오늘날 새롭게 만들어진 현대속담까지 아울렀다.

35억 년 전 세상 그대로

문경수 지음ㆍ마음산책 발행

국내 최초로 NASA 우주생물학자들과 함께 서호주를 탐사한 이야기이자 탐험 입문서. 생명체의 기원을 찾는 과학자들의 최신 연구 동향과 연구원 개별의 이야기까지 오롯이 담았다. 인간과 최초 생명체의 흥미진진한 만남을 담았다. 저자가 직접 찍은 서호주의 사진에서는 광활함이 느껴진다.

시크릿파일 국정원

김당 지음ㆍ메디치미디어 발행

국정원 전문 기자로 여러 특종 보도를 했던 저자가 20년 간의 취재를 집대성한 책. 저자는 국정원 요원을 비롯한 고위 간부와 전문가들의 증언을 모아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국정원의 실체를 밝혀냈다. 국정원의 공작과 비리에 대한 국정원 관계자들의 양심 고백과 내부 고발이 돋보인다. 책은 국정원 비판에서 멈추지 않고 CIA, 모사드, 독일연방헌법수호청 등을 분석해 국정원이 진정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방책도 제안했다.

10년 후 세계사

구정은 정유진 지음ㆍ추수밭 발행

과거와 미래 전망이라는 모순된 두 결합을 통해 오늘날을 진단했다. 오늘날의 주요 화두를 19가지 어젠다로 정리하면서 10년 전 뉴스가 오늘의 뉴스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환기시킨다. 묵시록적인 막연한 예언이 아닌 현실의 고민에서 출발하는 책은 앞으로 10년 후가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의 위대한 질문

배철현 지음ㆍ21세기북스 발행

성서는 이념이나 도그마를 떠나 수천 년 동안 구전으로 내려온 인류의 지혜다. 이를 읽기 위해 책은 성서 안에 숨어 있는 행간의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히브리어를 비롯한 다양한 고대 언어를 연구해온 국내 유일무이한 고전문헌학자인 저자의 통찰은 인간 내면의 위대함을 찾는 시간을 제공한다. 성서에 담긴 통찰을 읽어내고, 교리에 갇힌 종교, 원칙에 갇힌 삶에서 벗어나 인간 내면의 위대함을 찾는 시간을 제공한다.

심사평

저술 교양 부문에는 ‘블랙리스트’가 있었다. 바로 출판사 동아시아, 번역가 김명남. 좋은 책들을 많이 내놔 심사위원들은 이 둘을 고의적으로 더 빼냈다. 아예 이 둘의 이름을 빼놓고 심사를 시작했다는 심사위원도 있었다. 그럼에도 동아시아는 ‘김상욱의 과학공부’ ‘우리말 절대지식’ 2권을 후보작에 올렸다. 동아시아 출판사의 경우 사회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한 점을 높이 평가 받았지만, 그러다 보니 일부 책의 경우는 만듦새가 부족하다는 평도 나왔다.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시크릿파일 국정원’도 국내에서 부족한 르포르타주식 서술을 통해 시대적 화두에 대해 응답하려 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신의 위대한 질문’은 종교적 화두에 대한 여러 책 가운데 가장 정리가 잘된 책이라 평가 받았다. ‘가만한 당신’은 기자로써 쓸 수 있는 책의 한계를 뛰어 넘은 접근방식, 서술방식에서 후한 점수를 얻었다. 심사위원 사이에서는 올해가 셰익스피어 탄생 400주년임에도 이에 관련된 괜찮은 교양 서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너무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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