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 부문 논픽션 분야 다소 약했지만 참신한 젊은 작가군에 주목

조태성 2016. 12. 3.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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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할머니의 여름휴가

안녕달 지음ㆍ창비 발행

어느 여름날, 홀로 사는 할머니에게 손자가 찾아와 바닷소리가 들리는 소라를 선물한다. 휑한 방에 앉아 있던 할머니는 불현듯 소라 속으로 들어가서 여름휴가를 즐긴다. 할머니의 집은 작은 소품들이 모여 있지만 바다에는 과감한 구도가 펼쳐진다. 상상력과 섬세한 장면 연출이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나의 엄마

강경수 지음ㆍ그림책공작소 발행

책에 등장하는 글자는 ‘엄마’뿐이지만, 엄마라는 순환적 존재를 그려 조화를 이루었다. 글과 그림의 조화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진정한 ‘독자완성형’ 그림책으로, 전 연령대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2017 IBBY 장애인을 위한 그림책’ 한국(KBBY)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ㆍ사계절 발행

주인공이 삼촌의 죽음의 비밀을 파헤치는 줄거리는 범죄추리소설처럼 시종일관 긴장감을 자아냈다. 벗어나기 힘든 가족이라는 굴레, 필연적으로 저지르게 되는 살인의 문제와 법의 효용, 그를 둘러싼 부자 간의 숭고한 사랑 등 3대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정진호 지음ㆍ비룡소 발행

직선과 곡선, 노랑과 파랑만으로 이루어진 책을 한 장씩 넘기면, 공간 전체와 부분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책을 보며 노는 사이 앞과 뒤, 위와 아래, 안과 밖, 오른쪽과 왼쪽 같은 방향과 공간의 개념이 새겨진다. 건축학과를 전공한 작가의 색다른 공간 해석이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드림 하우스

유은실 지음ㆍ문학과지성사 발행

반달가슴곰에서 착안해 ‘보름달가슴곰’이라는 새로운 곰 가족을 만들어 인간 삶의 희로애락을 투영했다. 여섯 살 암곰 보람이는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집에서 사는 게 점점 불편하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주거 문제를 포장하지 않고 드러내는 책에는 재치와 유머 속에 날카로운 시선이 담겨 있다.

감기 걸린 물고기

박정섭 지음ㆍ사계절 발행

배고픈 아귀가 물고기 떼를 잡아 먹기 위해 거짓 소문을 냈다. 휘둘리는 물고기 떼의 모습은 답답하고 안쓰러워 보이고 아귀는 얄밉기도 하다.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그림에는 장난기가 가득한 것이 돋보인다. 점점 줄어드는 물고리 떼를 몸통이 툭툭 잘려나가는 것처럼 표현하고 빨강 노랑 같은 원색으로만 면을 가득 채워 과감하게 연출했다.

유등: 남강에 흐르는 빛

진주그림책연구회 도란 지음ㆍ펄북스 발행

책은 화려한 축제라고만 알려진 진주 유등 축제의 진정한 의미를 알렸다. 주인공 돌이는 임진왜란 때 왜적에 맞서기 위해 진주성으로 들어간 아버지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유등을 띄웠다. 책은 전쟁 아닌 평화를 지향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전문작가가 아닌 그림책을 좋아하는 엄마들이 모여 직접 글을 쓰고 그림 작업을 했다.

인물로 만나는 청소년 운동사

공현, 둠코 지음ㆍ교육공동체벗 발행

저자들은 청소년기에 겪는 약자로서의 비굴함은 개인의 삶 속에 각인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책은 청소년운동에 뛰어들었던 15명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과 이후의 삶을 기록했다. 1995년부터 약 20년간 청소년 운동의 흐름을 개괄해 청소년운동의 문제의식, 메시지, 지향점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냈다.

꿈을 이루는 밥짓기

노정임 지음, 안경자 그림ㆍ아이들은자연이다 발행

요리 수업과 학교 현장에서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책이다. 가장 가깝고 기초적인 음식 밥을 우리말, 체험, 과학, 사회, 요리 등 다양한 주제로 다뤘다. 맛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판단과 선택을 돕고자 기획된 책은 입체적인 지식의 체득 방법도 깨우칠 수 있도록 짜임새 있는 목차로 구성됐다.

아빠하고 나하고

양상용 지음ㆍ보리 발행

집 뒤 작은 산이나, 가까운 둠벙에 나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살펴보고 노는 모습이 그려졌다. 자연 생태에 대한 공부를 집 둘레 자연에서부터 먼저 시작해 보는 데 디딤돌이 되자는 기획해서 출발한 그림책이다. 철마다 다른 동식물의 생태를 서정적인 수묵화로 그렸으며 책 안에 등장한 동식물을 한 번에 찾아볼 수 있는 색인 부록을 마련했다.

심사평

올해 나온 어린이ㆍ청소년 책에서는 젊은 작가군의 등장이 화제였다. 반면 상대적으로 논픽션 분야가 약하고, 의도는 좋은데 완성도에서 떨어지는 책들이 많다는 사실은 약점으로 지적됐다. ‘할머니의 여름휴가’는 신인작가임에도 그림에 새로운 기법을 도입한 점, 그리고 할머니를 판타지의 소재로 삼은 참신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나의 엄마’도 엄마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스토리를 진행해나가는 힘에서, ‘벽’은 그림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 구성에서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판타지 소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아이들 책이라는 선입견을 떨쳐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의 문제를 깊이 있게 천착했다는 평을 받았다. 어른들 눈에는 완전한 색깔론 문제로 읽힐 ‘감기 걸린 물고기’, 사회적 의식을 길러 줄 수 있는 ‘인물로 만나는 청소년운동사’도 단순하게 예쁘고 좋은 책에 대한 선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점수를 받았다. ‘드림 하우스’는 흔히 어른들의 문제로만 치부되는 주거의 문제를 “함께 뛰어놀았던 동네가 없다”는 아이들 눈높이에서 다뤘다는 시사성이 후한 평을 얻어냈다. ‘아빠하고 나하고’는 실제 사는 곳 파주 근처를 기록한 책으로 “대단히 서정적이면서도 스토리텔링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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