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변호사·회계사 .. 전문 직종도 종말 온다

기계와 협업 .. 대안 찾아야

리처드 서스킨드, 대니얼 서스킨드 공저/위대선 옮김/1만8000원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리처드 서스킨드, 대니얼 서스킨드 공저/위대선 옮김/1만8000원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한 약국에서는 로봇 약사가 홀로 일하며 200만 건 이상의 처방전을 실수 없이 조제했다. 영국 기업의 세무신고를 처리하는 딜로이트의 세무시스템은 개인 세무 전문가보다 더 우월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세무시스템은 250명이 넘는 세무 전문가의 전문성으로 정보를 정제해낸다. IBM의 인공지능 시스템인 왓슨은 전략 문서를 탐색하고, 회의에서 나눈 대화를 듣고 요약하며, 경영조언을 한다.

여러 직업 중에서도 의사, 변호사, 회계사, 컨설턴트, 기자, 건축가 등 전문직은 그 어느 직종보다 자신의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와 독점권을 누렸다. 그러나 이제 변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앞으로 전문가의 작업은 상당 부분 시스템 작업으로 대체될 것이다. 전문직 영역인 복잡 미묘한 작업들이 더 작은 부속작업들로 분해되어 시스템화되기 때문이다. 기계는 인간이 작업하거나 사고하는 방식을 모방하지 않고,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인간보다 높은 효율을 나타낼 것이다. 왓슨이나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시스템은 인간의 사고체계가 아니다. 보다 강력한 정보 처리능력을 바탕으로 한 무차별 대입법, 검색 알고리즘 등을 활용해 성과를 낼 것이다.

예컨대 외료 분야에서 왓슨은 암 진단을 돕고 치료 계획을 제시하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법을 고안하는 데도 쓰인다. 의사 한 명이 2014년 새로 출간된 의학서적 중 2%만 읽으려 해도 매일 21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의학 관련 논문은 평균 41초마다 하나씩 출간된다. 왓슨은 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신속하게 검색해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한다. 진단 지연, 누락, 오진율이 10~20%에 이르는 현재의 의료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저자들은 “따라서 기계와 인간의 경쟁은 무의미해지며, 인간은 기계와 새롭게 협업하고 업무를 분배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산업 컨설팅 전문가인 저자들은 10여 개 전문직종의 변화상을 분석해 전문직 혁명의 흐름과 대응책을 풀이한다. 아울러 전문직의 종말을 알리는 변화 패턴을 분석해내고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만의 역량과 경쟁력을 풀어낸다.

정승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