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뉴스][오래전'이날']12월3일 '중독'을 '중독'이라 말할 수 있던 시절

박용필 기자 입력 2016. 12. 3.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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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오래전‘이날’]은 1956년부터 2006년까지 매 십년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 합니다.

■1996년 12월3일 ‘중독’을 ‘중독’이라 말할 수 있던 시절

20년 전 이날 경향신문에는 인터넷 중독에 대한 우려 섞인 기사가 실려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당시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인터넷 사용자 중 2~5%가 인터넷 중독자에 해당한다며 인터넷 중독 여부를 자가 진단할 수 있는 7가지 질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7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처음 의도보다 오랫동안 온라인을 접속하는가?, 2) 인터넷 접속시간이 길어지는데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견딜만한가? 3) 인터넷 때문에 결근을 하거나 밤늦게 잠자리에 들고 새벽같이 일어나는가?, 4) 컴퓨터를 껐을 때 우울하거나 허전함을 느끼는가, 5) 인터넷 때문에 취미·직장·사회 생활을 포기하고 있는가, 6) 실생활에 문제가 발생하는데도 계속 인터넷을 사용하는가? 7)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이기 위해 수차례 노력했는데도 실패했는가? 등입니다.

어떠신가요? 인터넷 중독에 해당되시는지요? 아마 거의 대부분 중독에 해당되실 겁니다. 요즘은 ‘인터넷 때문에 취미·직장·사회 생활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을 안하면 취미·직장·사회 생활을 포기해야하는’ 시대이니까요. ‘실생활에 문제가 생기는데도 인터넷을 계속 사용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으면 실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시대입니다. ‘컴퓨터를 껐을 때 우울’하기는 커녕 ‘퇴근 후에는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되는 저녁이 있는 삶을 갈망’하는 시대입니다. 우리는 인터넷 중독자가 아니면 생존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1986년 12월3일 평화의 댐 성금 모금

30년 전 이날 경향신문 1면에는 ‘평화의 댐 건설 성금’ 기탁자의 명단이 소개돼 있습니다. 경향신문사로 성금을 접수한 기탁자들의 출신과 이름 금액은 물론 일부 기탁자의 사진까지 내걸려 있습니다. ‘평화의 댐’, 중장년 층들은 기억이 나실 겁니다. 1986년 당시 북한은 북한강 상류에 금강산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한국 정부가 이 댐이 ‘수공’에 이용될 경우 서울이 물바다로 변할 거라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정부는 북한이 금강산 댐을 폭파해 홍수를 일으킬 경우에 대비해 평화의 댐 건설을 추진키로 합니다. 그리고 건설 비용의 일부를 국민 성금으로 충당하기로 합죠. 성금 모금이 이뤄졌고, 성금 접수에 당시 경향신문도 참가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차기 김영삼 정부는 ‘평화의 댐’ 건설과 모금 과정에 의혹이 있다며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금강산댐의 위협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때문에 ‘안보팔이’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88년 평화의 댐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되자 북한이 금강산댐 공사를 갑자기 중단하고 10년 후에야 재개한 점 등을 보면 ‘수공 의도’가 아니었다고 100% 장담하기는 힘든 면도 있습니다. 또 2002년 북한이 통보 없이 금강산 댐의 물을 방류하면서 실제 홍수가 발생하기도 했고, 미국 위성 사진 판독 결과 ‘수공’이 아닌 ‘붕괴’시에도 남한 지역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징후가 발견돼 평화의 댐은 이후 증축되기도 했습니다.

■1976년 12월3일 효과 하나는 만점

40년 전 이날 경향신문에는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큰일 날 기사가 하나 눈에 띕니다. 기사는 당시 정부가 강력한 인구 억제 정책을 시행할 거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당시 가구당 3.5명인 출산력을 1985년 이전까지 2명 수준으로 낮추겠다며 법정 초혼 연령을 16세에서 18세로 상향하기로 합니다. 임신 중절의 허용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가임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피임 관리’같은 정책도 내놨는데요. 새마을 어머니회 등을 중심으로 동 단위 어머니회에서 각 가구별 신상카드를 만들어 비치하고 월 1회 가족계획 촉진대회를 열겠다는 겁니다. ‘피임을 하는지 안하는지 서로 감시하라’는 얘기인 걸까요? 사실이라면 북한의 ‘인민반’ 같은 조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전제주의 국가에서나 시행될 듯한 느낌의 ‘인구 억제책’들은 그 효과를 톡톡히 거두었습니다. 저출산으로 국가 미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정도의 시대가 도래했으니까요. 그리고 한 치 앞을 못보는 ‘전제적 정책’은 요즘에도 없지 않습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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