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못하면, 시민이 한다

허진무·이유진 기자 입력 2016. 12. 2. 22:08 수정 2016. 12. 2. 23: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96%에게 자기 질서를 따르라는 4%…국민의 명령은 “박근혜 즉각 직무정지”…다시 촛불 들고 대통령·정치권에 ‘준엄한 경고’

정치는 머뭇거리고 있다. 지난 주말 190만명의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는데도 지지율 4% 대통령과 15% 여당은 버티고, 야당은 민의를 대의하지 못했다. 주말마다 전국의 광장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가 ‘헌법 제1조’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분노한 시민들은 3일 전국 각지에서 다시 6차 촛불집회를 연다. 주권자인 시민들이 대통령의 직무를 즉각 정지시키고 권력을 회수하겠다며 나서고 있다. 사진은 5차례의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을 경향신문이 촬영한 것이다.

촛불의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피의자 대통령’은 과오도 인정하지 않고 국회에 진퇴 문제를 떠넘긴 11·29 담화로 촛불과 맞섰다. ‘광화문 초대장’이라는 풍자 댓글이 붙은 담화였다. 민심을 따르겠다던 여의도는 탄핵을 놓고 정파적 이해관계 속에서 길을 잃었다.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들고 대통령·정치권과 정면 대결의 길로 가고 있다. 분노한 시민들의 제1 요구는 명료하다. 국정농단 ‘공범’인 박근혜 대통령이 당장 국정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다.

시민들은 박 대통령에 대해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렸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성인 1003명에게 물은 결과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률은 4%, 부정률은 91%라고 2일 밝혔다. 여기저기 인사 발령을 내고, 불이 난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갔어도 민심은 싸늘하다. 그 권위와 국정운영 능력에 대해 신뢰를 거둔 것이다. 그런 속에서 박 대통령은 ‘내년 4월 퇴진, 6월 대선’을 요구하는 새누리당 비박계와 대화의 장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역사에 하야보다 더 불명예스럽게 남을 탄핵을 피하기 위해 ‘질서 있는 퇴진’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탄핵 대오에서 한발 비켜 선 비박계의 시선은 개헌과 정계개편에 꽂혀 있다. 지지율 ‘4% 대통령’과 ‘15% 여당’(한국갤럽 조사)이 ‘짬짜미’한 기득권의 질서를 96% 민심에 따르라고 강요하는 격이다.

박 대통령은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국정 혼란의 장본인이 대통령이라고 규정짓는다. 대통령이 국제행사에 못 나가고 있고, 국무회의를 주재하지 않은 지도 40일이 넘었다. 당장 대통령이 내년 4월까지 버티면 다수가 반대하는 국정 역사교과서가 신학기에 뿌려지게 된다.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6차 촛불집회를 하루 앞둔 2일 “우리는 단 하루도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직무정지 방법은 자진 사퇴(권한대행 체제)와 탄핵 두 가지다. 그러나 현재 그 길은 뿌옇다. 박 대통령은 3차 담화에서도 끝내 권한 이양 문제는 ‘여야 합의’ 뒤로 미뤘다. 야당이 우왕좌왕하며 대통령에게 숨 돌리는 빌미를 줬고, 9일 국회의 탄핵안 가결 여부는 미지수다. 6차 촛불집회에 나오겠다는 김주영씨(40·회사원)는 “정치권이 못하면 시민이 한다. 시민들이 87년 6월항쟁으로 전두환 체제를 무너뜨렸듯이 박 대통령도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진무·이유진 기자 imagin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