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역사 배웠나 자괴감 든다"..'국정교과서' 교수들에 현수막 편지

배문규 기자 2016. 12. 2.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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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대학생들, 입장 표명 요구…교육감들 “학교 선택 존중을” 성명

2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교내에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한 교수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며 학생들이 내건 현수막이 걸려 있다. 건국대평화나비 제공

“국정교과서 집필진 한상도, 이주영 교수님 이러려고 역사 배웠나 자괴감 들고 괴롭습니다.”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으로 지목된 교수들의 ‘복면 집필’ 커밍아웃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였던 대학생들이 국정교과서 공개 이후 교수들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2일 건국대 평화나비 양수철씨(25)는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 이후 ‘위안부’ 서술 축소나 독재 미화 등 문제점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집필진으로 참여하신 교수님들의 잘못을 일깨워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경영대·문과대 앞에 각각 두 교수의 이름을 넣어 현수막을 게시했다.

앞서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제보를 받아 국정교과서 집필진 또는 심의위원으로 지목한 9개 대학 교수 9명 중 건국대에선 한상도 교수가 확인됐고, 추가로 세계사 집필진으로 이주영 명예교수도 공개됐다.

학생들은 지난달 16일 대자보에선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으로 참여하고, 일제강점기 강제동원피해조사위원회 자문위원이었으며, 독립운동 연구에 많은 성과를 이뤄낸” 한 교수가 어째서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는지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한 교수는 현재까지도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평화나비네트워크는 ‘커밍아웃’ 대자보를 붙인 데 이어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 이후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 2일 현재 강원대, 건국대, 고려대, 동국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에 현수막을 게시했으며, 다음주에는 단국대와 서울대에 건다. 강의실 앞 1인 시위도 기획했으나, 집필진 중 수업을 하지 않는 명예교수가 많아 보류했다.

임수정 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23)는 “국정교과서 집필이 당당했다면 최소한 발표 당일에라도 말씀을 하셔야 했다”면서 “교육부 빼고 모두 반대하는 상황인데 아무런 말도 없이 집필진에 이름만 올리신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거부 교육청에 대한 압박에 맞서 교육감들의 연대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2일 서울·경기·인천·강원 교육감은 공동성명을 내고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채택하지 않는 일선 학교의 선택을 존중하고, 교육감들에 대해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비상식적인 발언과 태도를 중지해야 한다”면서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들 간의 대화를 제의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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