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묘사 논란' 이번엔 유명 미술평론가

허진무 기자 2016. 12. 2.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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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유명 미술평론가 반이정씨(본명 한만수·46·사진)가 12년 전 쓴 글로 과도한 성적 묘사 논란에 휩싸였다. 소설가 박범신씨, 시인 박진성씨 등 문학계에서 제기된 성폭력 고발이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반이정씨는 2004년 8월28일 자신의 블로그 ‘반이정 미술평론’에 서울의 한 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을 성적으로 묘사한 글을 게시했다. 이 글은 버스 안 여고생을 보며 혼자 상상한 것으로 ‘아이의 다리 사이로 진한 욕구가 밀고 올라간다’, ‘어떤 모양의 속옷을 입었을 것이다’ 등의 표현이 담겨 있다. 반씨는 서울대, 홍익대, 국민대 등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여러 신문과 잡지에 미술비평을 연재하고 있다.

이에 해당 학교의 2014~2015년 총학생회에서 활동했던 졸업생들이 모여 이를 공론화하기로 했다. 이들은 페이스북에 ‘반이정을 고발합니다’ 페이지를 만들고 지난달 24일 ‘미술평론가 반이정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올렸다.

졸업생들은 “반씨는 특정 학교의 학생을 성적으로 대상화해 이 학교의 모든 학생들을 잠재적 피해자로 만들었다. 대상이 미성년자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성적 만족을 위한 추악한 상상을 인터넷상에 공개적으로 게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술계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술평론가의 블로그에 구체적 학교와 그 학생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것에 심히 분노한다. 우리는 깊은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다”며 반씨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논란이 확대되자 반씨는 지난달 29일 해명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해 “상상과 표현만으로 잘못일 순 없다”고 밝혔다. 그는 “여고생은 성인물의 차원을 초월해서 만화와 무수한 대중매체에서 이미 공공연한 섹스 심벌로 반복적으로 통용되는 아이콘”이라며 “2004년의 상상과 표현을 실행에 옮긴 적도 옮길 의사도 없다. 표현은 표현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반씨는 "성폭력에 해당하는 일을 한 적이 없다"며 "2014년 내가 쓴 글은 성희롱이나 명예훼손과는 아무 상관 없다는 변호사의 법률 자문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최근의 문화예술계 성폭력 고발 논란에 대해 반씨는 지난달 22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처럼 보이면 나쁜 사람이 되는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반발한 누리꾼들이 반씨의 블로그를 뒤지면서 문제의 게시글이 알려졌다. 해당 글은 현재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한 누리꾼이 반씨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 “왜 비공개로 돌렸냐”고 묻자 반씨는 “비열한 애들에게 조리돌림 당하는 게 싫어서”라고 답했다.

지난달 30일 페이스북 코리아는 누군가의 신고를 받아 ‘반이정을 고발합니다’ 페이지를 비공개 처리했다. 해당 학교 졸업생들은 “사건을 계속해서 공론화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히고 사과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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