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세계 - 이명현의 별별 천문학] (3) 가속팽창 실마리 쥔 초신성..'암흑에너지' 정체도 밝혀질까

이명현 과학저술가·천문학자 2016. 12. 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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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우주의 가속팽창

백색왜성이 임계질량인 태양 질량의 1.44배에 도달하면 버티지 못하고 폭발하는 현상인 Ia형 초신성 모습. Ia형 초신성은 폭발할 때의 최대 밝기가 일정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우주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박사학위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관측을 하러 어느 천문대에 갔는데 마침 내가 사용하기로 한 망원경에 문제가 생겨서 의도치 않게 자유시간이 생겼다. 같이 관측을 하던 동료가 자신의 친구를 소개해주겠다며 나를 근처에 있는 다른 천문대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대학 동창이 관측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내 동료 천문학자는 같은 학교 출신인 젊은 천문학 박사 한 명을 소개했다. 그가 바로 201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호주 출신의 브라이언 슈미트 박사였다.

우리는 모두 박사학위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연구자여서 서로 의기투합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슈미트 박사는 자신이 수행하고 있던 초신성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고 우리는 흥미롭게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는 당시 우리에게 말해줬던 초신성 프로젝트의 결과 일부를 1998년 논문으로 발표했고 후에 그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때 나는 그의 연구가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 빨리 논문이 나올 줄은 몰랐다. 언뜻 보기에도 이론적으로나 관측적으로나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좀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 노벨물리학상은 우주가 가속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관측적으로 알아낸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애덤 스미스, UC 버클리 대학교의 솔 펄머터 그리고 호주 국립대학교의 브라이언 슈미트에게 돌아갔다. 이들의 연구 대상은 초신성이었다. 초신성은 태양보다 훨씬 더 무거운 별이 일생을 다 마치고 폭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또 다른 원인에 의해 폭발하는 초신성도 있다. 태양은 혼자지만 별들은 보통 둘이나 그 이상이 같이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별 두 개가 함께 붙어 있다고 해보자. 두 별의 질량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별은 질량이 무거울수록 더 빨리 격렬하게 핵융합 작용을 해서 빛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질량이 크면 클수록 별의 수명은 짧아지게 된다. 태양과 비슷한 질량의 별과 그보다 좀 더 가벼운 별이 짝을 이룬 경우를 생각해 보자. 질량이 좀 더 큰 별이 먼저 일생을 마치고 행성상 성운과 백색왜성으로 분리가 된다. 다른 별은 여전히 빛을 내면서 일생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 별의 물질이 밀도가 높은 백색왜성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 물질이 유입되면서 백색왜성의 질량은 계속 커질 것이다. 백색왜성이 감당할 수 없는 임계질량인 태양 질량의 1.44배에 도달하면 버티지 못하고 폭발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Ia형 초신성이라고 한다.

우주론을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형태의 초신성에 주목해왔다. 폭발하는 임계질량이 일정하다는 것이 큰 매력이었다. 모든 Ia형 초신성이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폭발한다는 것은 폭발할 때의 물리적인 특성이 모두 같을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Ia형 초신성은 폭발할 때의 최대 밝기가 같다. 이런 물리적 성질을 이용해서 초신성까지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 밝기는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어두워진다. 절대 밝기가 모두 똑같다면 거리가 다른 곳에서 보이는 겉보기 밝기와 비교해서 초신성까지의 거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초신성은 최대 밝기에 도달했을 때 자신이 속한 은하 전체의 밝기에 맞먹기 때문에 아주 먼 거리에서도 관측이 된다. 따라서 Ia형 초신성을 관측하면 아주 먼 거리에 있는 초신성까지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

애덤 스미스, 솔 펄머터 그리고 브라이언 슈미트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Ia형 초신성들을 관측했다. 겉보기 최대 밝기를 관측한 후 절대적인 최대 밝기와 비교를 해서 그 차이 값에 해당하는 이른바 거리지수를 구했다. 모든 Ia형 초신성은 절대밝기가 똑같기 때문에 거리지수 값은 겉보기 밝기에 의해 결정되고 이 값이 곧 초신성까지의 실제 거리를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이들은 이 초신성의 거리지수 값을 초신성의 적색이동 값과 비교했다. 우주의 공간 자체가 팽창하기 때문에 우주 속에서 이동하는 빛의 파장도 따라서 커진다. 따라서 우주 공간에서는 멀리 떨어진 천체일수록 더 큰 적색이동 값을 보인다. 적색이동 값에는 우주의 팽창 패턴이 반영되어 있다. 초신성으로부터 구한 거리지수와 적색이동 값을 그려보면 먼 초신성일수록 거리지수도 크고 적색이동 값도 크게 비례해서 나타난다. 이 그림을 우주론 모형과 비교하면 현재 우주의 물리적 상황을 알 수 있다.

만약 우주가 편평하고 우주상수가 0이고 우주가 일정한 팽창속도를 갖는다면 두 값은 직선으로 비례하는 관계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우주가 일정한 시간 사이에 팽창 속도가 감속하거나 가속을 하게 되면 이 직선 관계에서 벗어나는 패턴을 보여줄 것이다. 우주의 밀도 값에 따라서도 그림의 패턴이 달라진다. 1990년대 후반 당시 천문학자들의 관심은 이 그림에서 보일 패턴이었다. 이를 통해 우주론의 요소들을 결정하거나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당시 꽤 많은 천문학자들이 우주가 어느 시점에서 팽창을 멈추고 다시 수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그림의 패턴은 그에 부합하게 팽창속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애덤 스미스와 브라이언 슈미트 그리고 솔 펄머터가 기대했던 결과도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각자의 팀에서 독립적으로 연구한 후 1998년 발표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두 팀이 독립적으로 연구한 결과는 우주가 오히려 계속 팽창할 것이라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도 현재 우주가 가속팽창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만난 두 팀은 서로의 관측 자료를 바꿔서 다시 작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결과가 맞는다면 우주는 가속팽창하고 있는 것이었다.

가속팽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마치 척력처럼 작용하는 우주상수 값을 도입해야만 했다. 우주상수 값으로 표현되는 것의 정체는 아직 알 수 없어서 암흑에너지라고 부른다. 관측 결과를 우주론 모형과 비교했을 때 가장 잘 맞는 것은 편평하고 물질이 30% 그리고 암흑에너지가 70%를 차지하고 있는 우주 모형이었다. 암흑에너지의 존재 가능성 또는 필요성은 독립된 다른 관측에서도 확인되었다. 애덤 스미스와 브라이언 슈미트 그리고 솔 펄머터 연구의 중요성은 가속팽창의 관측적 증거를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데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우주의 모습을 바꿔놓은 사건이었다. 현재 우주는 가속팽창하고 있다. 가속팽창 자체에 대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이 이어졌지만 정작 가속팽창의 원동력인 암흑에너지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1세기에 천문학자들이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다. 그 시작점에 이들의 가속팽창 발견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0월21일 ‘네이처’ 계열의 과학저널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흥미로운 논문이 하나 실렸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사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가속팽창에 대한 Ia 초신성의 충분치 않은 증거’(Marginal evidence for cosmic acceleration from Type Ia supernovae)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가속팽창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관측된 Ia형 초신성 관측자료를 충분히 활용했다. 애덤 스미스와 브라이언 슈미트 그리고 솔 펄머터가 연구에 사용한 초신성의 개수가 60개를 넘지 못하는 데 비해 사카 박사 팀은 740개의 초신성을 분석했다.10배 이상 커진 관측 자료와 이에 대한 정교한 통계 분석을 내세워서 초신성의 거리지수와 적색이동 값의 그림을 다시 그려본 것이 이 논문의 핵심이었다. Ia형 초신성의 최대 밝기를 구하는 데 사용한 방식은 애덤 스미스, 브라이언 슈미트 그리고 솔 펄머터가 사용하던 방식을 따랐다.

결론은 가속팽창의 증거가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새롭게 그린 자신들의 거리지수-적색이동 그림과 우주론 모형을 비교했는데, 이는 가속팽창 모형이 아닌 우주가 일정한 속도로 팽창하는 우주 모형과도 잘 맞는다는 것이 그들의 결론이었다. 그림이 보여주는 패턴으로 볼 때 우주가 가속팽창을 한다는 결론을 확실하게 내리기에는 좀 애매하고 일정한 팽창속도를 갖는 우주 모형과도 큰 모순이 없다는 것이다. 즉 어느 쪽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한 편의 논문이 가속팽창을 받아들이고 있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무너뜨릴 것 같지는 않다. 이 논문에서도 확실하게 어떤 우주 모형이 맞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여타 다른 독립적인 연구에서도 암흑에너지의 존재 가능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더 많은 자료와 더 정교한 통계 분석의 결과가 가리키는 화살의 방향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가속팽창 여부에 대한 이어지는 논쟁을 기대해본다.

우주의 가속팽창 여부는 아주 중요한 우주론적인 질문이다. 현재 표준 우주 모형은 편평한 우주에 물질이 30% 정도이고 암흑에너지가 70% 정도로 이루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우주의 나이는 138억년 정도로 측정되고 있다. 이들 우주론적 물리량은 서로 얽혀있어서 어느 하나가 바뀌면 다른 값도 연달아서 변해야만 한다. 가속팽창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면 당장 암흑에너지의 존재 여부에 대한 확신이 불투명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른 우주론적인 요소들의 값 변경도 필연적으로 뒤따라야만 한다. 사카 박사 연구팀의 논문 결과를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10여년 후 25m급 이상의 차세대 망원경이 등장하면 더 정밀한 초신성 관측 자료를 통해 가속팽창 논란에도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기에는 가속팽창과 암흑에너지의 문제에 대한 중간 점검이 너무 시급하다.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탐구하는 것과 함께 실제 가속팽창 여부에 대한 체계적인 확인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이 논문에서는 자세하게 다루지 않았지만 이참에 현재 받아들이고 있는 Ia형 초신성의 물리적 특성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지고 기본적인 확인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문제의 실마리는 언제나 가장 기초적인 것에 있으니까.

▶이명현
초등학생 때부터 천문 잡지 애독자였고, 고등학교 때 유리알을 갈아서 직접 망원경을 만들었다. 연세대학교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 캅테인 천문학연구소 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 등을 지냈다. 외계 지성체를 탐색하는 세티(SETI)연구소 한국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명현의 별헤는 밤> <스페이스> <빅 히스토리 1>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이명현 과학저술가·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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