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이재명 겨냥 "사이다로 배 채울 수 없다"

차현아 기자 입력 2016. 12. 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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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 연설에서 “저희가 기댈 곳은 오로지 국민, 더 많은 촛불로 힘을 모아달라”

[미디어오늘 차현아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촛불 민심 호소에 나섰다. 오는 3일 열리는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집회를 앞두고 국민들에게 “정치가 다른 모든 정략을 버리고 오로지 촛불 민심만 따르도록 이끌어달라”고 호소했다.

문 전 대표는 2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이날 강연에는 민주당 손혜원, 김병기, 김병관 등 초선 의원들과 지지자, 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연설을 통해 촛불 민심이 더욱 강하게 타올라 야권이 탄핵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호소했다. 문 전 대표는 “탄핵 발의하고 가결시키는 데 힘이 부족할 수 있다. 야권의 힘만으로는 어려울 수 있다”며 “저희가 기댈 곳은 오로지 국민 뿐이다. 더 많은 촛불을 들어 우리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문재인의 호소(號召)-국민이 이깁니다’라는 제목의 현장 연설회를 열었다. 사진제공=문재인 의원 측
2일은 야권이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 처리를 약속했던 날이기도 하다. 결국 이날 야권은 탄핵안 의결 일정을 9일로 연기했다. 사실상 현재로서는 새누리당 비박계의 동참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현실론에 근거한 결정이다. 9일이 되기 전에 박 대통령이 4월 퇴진 입장을 발표할 경우 새누리당 비박계도 탄핵안 처리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새누리당 비박계도 촛불 집회 이후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박 대통령의 입장을 수용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국민들께서 좀 더 국회를 압박하고 새누리당을 압박해주셔야겠다. 우리가 촛불을 더 많이 들고 더 높이 드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며 “우리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탄핵 부결되면 모든 기득권을 다 내려놓을 수 있다는 각오로 탄핵에 임하겠다. 많이 성원하고 격려해주시고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 국민들은 한 마음으로 즉각 퇴진을 원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즉각 퇴진을 말하고 버티고 있으면 강제로 내려오게 할 방법이 없다. 강제로 끌어내리는 방법이 바로 탄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 전 대표는 “우리 국민들은 이번에도 광장에서 즉각 퇴진을, 또 국회는 국회대로 탄핵으로 그렇게 힘을 모아야 한다. 그것이 국회가 민심을 따르는 길”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 전 대표도 박 대통령의 ‘명예퇴진’을 언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문 전 대표는 “대통령이 (퇴진) 결단을 내려준다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스로 내려오겠다는 입장을 박 대통령이 밝히면, 퇴로를 보장하겠다는 뜻으로 읽혀 일각에서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번 촛불집회를 과거 청산하지 못한 역사를 다시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완의 시민혁명을 완수하는 작업이라고도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해방 후 친일의 역사를 청산하는 것과 87년 6월항쟁 당시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것을 제대로 바로잡지 못했다며 “우리가 세 번째 맞이하고 있는 대청산의 기회다. 이번에야말로 오래된 적폐들과 구악들, 부패한 기득권 세력들을 전부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문재인의 호소(號召)-국민이 이깁니다’라는 제목의 현장 연설회를 열었다. 사진=차현아 기자.
문 전 대표는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탄핵과 관련된 정계개편과 개헌논의, 4월 퇴진론에 대해 “모두 우리의 발목을 잡으려는 낡은 정치의 발버둥”이라며 “국민의 뜻을 왜곡해 다시 권력을 잡으려는 기회주의 정략이다.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야권의 다른 대권 주자들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문 전 대표는 한 시민이 건네준 고구마 말랭이를 들고 “제가 오늘 tbs 김어준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을 사이다라고 평가했는데, 나를 고구마라고 부르는지는 몰랐다”며 “사이다는 시원하지만 배를 든든하게 해주지는 못한다. 사이다와 고구마는 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에 대해서도 “협력적인 경쟁이 되도록 함께 힘을 모으자”는 말로 평가를 갈음했다.

이어 문 전 대표는 시민들과의 대화도 이어갔다. 이날 수백명의 국민들은 촛불에 힘을 모아달라는 문 전 대표의 연설에 공감하는 한편 탄핵 정국을 국회가 풀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냈다.

서울 여의도 금융회사에서 근무하는 한 직장인은 문 전 대표에게 “야권 분열이 우려스럽다”며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목하고, 야권 통합을 앞으로 어떻게 전개해나갈지를 질문했다. 문 전 대표는 이에 “야당들이 생각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면서도 “크게는 탄핵이라는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탄핵 발의에 함께 발맞추지 못했다든지, 탄핵 추진에서도 선총리 후탄핵을 주장한다든지 등의 차이는 거대한 흐름과 대세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시민은 “만약 9일 탄핵안이 부결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다. 문 전 대표는 이에 “솔직히 걱정된다”고 답했다. 다만 “법적으로는 그날 부결되더라도 다음 국회 회기에는 탄핵안을 다시 발의할 수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박 대통령 범죄 사실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검찰 수사 진행되고 언론도 계속 파헤치면 아마 지금보다 더 많은 중대한 범죄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또 다시 많은 탄핵사유가 추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9일 부결되면 그것은 그야말로 촛불 민심에 대한 배신”이라며 “촛불이 이제는 국회로 향할 것이다. 국회가 이제는 민의의 정당이라는 소리를 어떻게 듣겠냐. 국회의원들이 그런 점을 깊이 자각한다면 이번 9일 탄핵안 의결에 새누리당 의원이라 할지라도 저는 감히 반대하지 못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답했다.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고등학교 3학년의 한 학생은 “탄핵안이 부결되면, 국민들은 정치가 우리 민심을 우롱한다고 느끼고 국민들이 더 이상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있다”며 촛불 민심을 어떻게 이어갈 계획인지 물었다.

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계속 기름을 부어주고 부채질을 해준다. 촛불 민심이 사그라들기는커녕 대한민국을 바꿔놓는 아주 거대한 들불로 활활 타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정치를 외면하고 선거를 외면하면 어처구니없는 대통령이 생기고 더욱 어처구니 없는 사람에게 국정을 맡기는 이런 일이 생긴다. 눈 똑바로 부릅뜨고 정치에 관심갖고 참여해야만 정치가 바뀐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이번 현장 연설은 시간 제한없이 진행되며 오후 7시 현재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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