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팔 길이 원칙'..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임태우 기자 2016. 12. 2. 16: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쯤 세월호 진실 규명에 마음을 보탰던 유명 배우들입니다. 블랙리스트의 실체 여부를 떠나 그동안 정부가 문화예술인에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문화예술인들은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가 지원금을 두고 일종의 검열 잣대를 들이댔다는 의혹에 크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광화문 광장에선 문화예술인들이 정부 간섭 없이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날을 바라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쯤 세월호 진실 규명에 마음을 보탰던 유명 배우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최근 의혹이 제기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습니다.

정부가 ‘지원 불가’ 대상으로 정리해놓은 예술인 목록. 무려 9,473명의 문화 예술인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그런 문서의 존재도, 만든 적도 없다며 강력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화예술인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연일 농성하며 실체적 진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정부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블랙리스트의 실체 여부를 떠나 그동안 정부가 문화예술인에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2013년 12월 개봉해 1천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 ‘변호인’에 출연했던 송강호 씨는 이후 1년 넘게 섭외가 끊겼죠.

연극 연출가 박근형 씨는 2013년 대통령을 풍자하는 작품을 올린 이후부터 여러 차례 받아왔던 정부지원금이 뚝 끊겼습니다.

이 밖에도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가 지원 사업에서 배제됐다는 증언들은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정부는 정작 그들이 배제된 배경을 속 시원히 해명하지 못했습니다.

문화예술인들은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가 지원금을 두고 일종의 검열 잣대를 들이댔다는 의혹에 크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계는 “근본적으로 문화예술을 지원하면서 정치의 개입을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라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예술인들이 정치논리에 휩쓸려 창작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면 결코 ‘문화융성’이 실현될 수 없다는 거죠.

그러면서 대안으로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제안했습니다. 팔 길이 원칙이란 영국의 예술행정가 존 피크가 <예술행정론>에서 역설한 것으로,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입니다.

쉽게 말해, 정치·관료가 지원 대상인 예술가와 적절한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들이 지원을 빌미로 간섭하기 시작하면 예술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영국은 1945년부터 지금까지 이 원칙을 문화예술 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잠재력 있는 예술인들을 후원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조앤 롤링도 스코틀랜드의 신인 창작 지원금 제도 덕분에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도 '팔 길이 원칙'을 문화예술 정책의 지향점으로 삼아왔지만, 이번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계기로 그동안 원칙이 잘 지켜졌는지 돌아보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예술에 대한 잦은 개입으로 ‘팔’이 아닌 ‘손바닥 원칙(palm's length)'이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광화문 광장에선 문화예술인들이 정부 간섭 없이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날을 바라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기획, 구성 : 임태우, 정윤교 / 디자인 : 김은정)   

임태우 기자eight@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