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전통시장은 다 한 번씩 불 난 적 있다고 보면 된다"

박준용 기자 2016. 12. 2. 16: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문시장 화재로 본 '화재보험 사각지대' 전통시장

화마(火魔)가 대구 서문시장을 할퀴고 지나갔다. 대구광역시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에서 11월30일 오전 2시8분께 난 불은 수많은 피해를 남겼다. 시장 내 점포 679곳이 불에 탔고 재고로 있던 섬유 원단, 의류 등 상당수가 잿더미로 변했다. 각 점포별로 최소 수천만원씩 피해를 입었다. 총 피해액은 1000억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김영오 대구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장은 “현재 불은 거의 꺼졌지만, 피해가 막심하다. 상인회에서 들어둔 단체보험으로 피해를 복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라면서 침울한 분위기를 전했다. 

서문시장의 화재를 본 다른 전통시장 상인들은 “남의 일 같지 않다”며 걱정한다. 그간 전통시장 화재가 잦았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5년간 전통시장 화재 건당 평균 피해액은 1336만원이었다. 이는 화재사고 건당 평균 피해액보다 약 1.7배 많은 수준이다. 전통시장은 상가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한번 불이 나면 옮겨 붙기 쉽다. 소방인력의 진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11월 30일 오전 대구 서문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000억원대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 연합뉴스

충북 청주의 한 전통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김아무개(55)씨는 “전통시장들은 각각 불이 한 번 이상 났다고 보면 된다. 불에 대해 두려움은 항상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문시장도 2005년 12월 화재사고가 있었다. 당시에도 점포 1220개가 불에 탔고 약 700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부산 부평깡통시장에서 카펫 판매업을 하는 김종열(51)씨도 “대구 서문시장 화재를 보고 시장 상인들 모두 걱정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화재예방 현수막을 거는 등의 대책마련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걱정하는 또 다른 이유는 보험이다. 전통시장은 ‘화재사각지대’이면서 동시에 ‘화재보험 사각지대’이기도 하다. 전통시장의 화재 우려 탓에 보험사 측에서는 화재보험 가입 승인을 꺼려하거나 보험료를 높게 책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통시장의 화재보험 가입률은 저조하다. 한국화재보험협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시장건물 및 시설에 대한 화재보험에 가입한 시장은 228개다. 전체 1502개 전통시장 중 22.5%에 불과하다.

시장상인들이 부동산에 대해 단체로 드는 보험보다 개인보험에 드는 것은 더 어렵다. 보험법 전문가 박기억 변호사는 “보험회사 측에서는 화재위험성이 높은 지역에 보험가입은 아무래도 꺼린다. 이 때문에 개인 화재 보험을 못 들거나 보험료가 비싸서 일부만 가입해놓은 분들이 많다”면서 “개인보험이 가입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점포에서 발화됐기에 다른 집 손해도 손해배상 하라’는 경우도 있다. 이 때 피해는 더 크다. 당사자는 억울하고 황당하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부산 부평깡통시장 상인 김종열씨는 “상가연합회에서 건물에 드는 화재 보험 외에 동산(재고)관련 보험을 가입하려면 굉장히 어렵다. 특히 단독건물이 이어진 시장보다 집합 건물로 이뤄진 상가가 나열된 곳은 화재보험에 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영오 대구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장도 “이번에 화재가 난 서문시장 점포 중 따로 개인 보험에 든 사람은 전체의 30%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시장상인이 따로 개인 사업장 보험을 들지 않으면 화재가 났을 때 건물이나 집기에 대한 피해보상만 받을 수 있다. 팔기 위해 쌓아둔 재고에 대한 보상은 받지 못한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상인이 원하는 보험은 거의 동산(재고)이다. 대표적으로 옷 같은 상품이다. 옷 같은 경우 연기만 나도 팔지 못하고 전액 손실로 잡히는데 이것이 화재 보험 가입과 보상 내용에는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피해 구제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통시장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피해보상 문제는 그때그때만 대응하지 말고 정책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