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 재벌 저승사자의 귀환

배동주 기자 2016. 12. 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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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총수들과 악연 재조명
박영수 특별검사가 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로부터 임명장을 받기 위해 국무총리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검사가 갖는 별명은 시간을 증명한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검사로 임명된 박영수 변호사는 2009년 서울 고검장을 끝으로 검사복을 벗기까지 ‘재벌총수 저승사자’로 불렸다. 그는 2003년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지휘를 시작으로 재벌 경영 비리와 같은 굵직한 재계 사건을 파헤쳤다.

 

8년이 지나 박 변호사는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같은 대기업 금융 사건을 성공적으로 지휘한 특수통 검사로서 7년여 시간을 딛고 특별검사 옷을 다시 입었다. 돌아온 박 특검이 굳게 입을 다문 기업을 다그쳐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못한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동안 특수본은 박 대통령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나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등 공범 혐의는 입증이 어려워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혐의 수사에 주력해왔다. 검찰은 중간수사 발표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대기업들이 일종의 협박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증거나 증언을 통해 입증 가능한 부분만 기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재벌 총수 독대를 마친 뒤 추가 출연한 SK와 롯데, 최순실 씨에게 직접 지원한 삼성 등도 대가성이 없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검찰이 확보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메모에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노사문제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고 말한 내용이 적혀있다.

 

박 특검과 최태원 SK 회장, 그리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간 악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 회장과 정 회장은 박 특검에 의해 각각 구속된 바 있다.

 

◇박영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 2003년 최태원 회장 분식회계 혐의 입증해 구속

 

구속 당시 상황도 현재와 닮았다. 박영수 특검은 2003년 서울중앙지검 2차장 시절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의 1조5000억원 규모 분식회계를 밝혀내 최태원 회장을 구속했다. 이른바 SK 분식회계 사태는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한 거액의 비자금 제공 의혹으로 번졌다. SK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한 SK도 대가성이 없었다고 강변하지만 하필 악연이 있는 박 특검을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 곤혹스런 처지다.

 

저승사자 다시 만난 최태원 SK 회장 / 그래픽=김재일 기자

 

최 회장은 지난해 받은 사면과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박 특검은 최순실 씨 측으로부터 기부를 제안받았던 수십억원이 면세점 특허권과 관련 있는 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과거가 두려운 재벌 총수가 하나 더 있다. 박 특검은 2006년 대검중앙수사부장 시절 현대글로비스 건물 9층 사장실과 재경팀 사이 벽 속에 든 비밀 금고를 털어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 12명을 구속 기소했다.

 

금고에서 나온 50억원 넘는 현금과 미 달러화, 양도성예금증서(CD), 수표 등 은닉 비자금과 기밀 서류 등으로 인해 정 회장은 2008년 6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300시간을 선고받았다. 정 회장에게 박 특검은 잊고 싶은 사람일 수밖에 없지만, 정 회장은 독대 뒤 최순실 측근 회사를 지원한 의혹으로 다시 박 특검 앞에 서야 한다.

 

'나 떨고 있니' 다시 만난 박영수 특검에 곤혹스러운 정몽구 회장 / 그래픽=김재일 기자

 

◇정몽구 회장, 다시 만난 박영수 특검에 곤혹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중용된 윤석열 부장검사도 정몽구 회장에게 악재다. 윤 부장검사는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를 박 특검과 함께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부장검사는 대검찰청 중수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지낸 손꼽히는 특수통이다.

 

한편 박 특검의 현 정부 인사 인연으로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꼽힌다. 2003년 황 총리가 부산지검 동부지청 차장검사였을 때 박 변호사는 동부지청장을 맡고 있었다. 특히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수원지검 부장 시절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 변호사는 임명 직후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기춘 전 실장이나 세월호 7시간은 특검법에 명시되지 않았는데 인지하면 수사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우병우 전 수석이나 김기춘 전 비서실장 수사가 미진하다는 지적에 "수사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특별검사가 임명되면서 앞으로 20일 동안 수사인력 구성 등 준비 절차를 마무리하고 본조사 70일, 연장조사 30일, 최대 100일 동안 수사에 돌입하게 된다.

배동주 기자 ju@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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