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세월호 리본 단 경복궁 관람객 CCTV 감시·미행 했다"

입력 2016. 12. 2. 14:06 수정 2016. 12. 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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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복궁 경비 전경대에 근무한 전 의경 증언
“세월호 참사 뒤 인원 늘려 시위자 경계 강화
전단지 모두 뺏어라 지시…압수하면 포상도”
경찰 “통상적 업무 범위 벗어나지 않아” 해명

경복궁을 찾은 관람객들. 안내판 옆으로 형광색 옷을 입은 경찰이 관람객들을 살펴보고 있다. 유덕관 기자 ydk@hani.co.kr

경찰의 경복궁 관람객들에 대한 불심검문 등 과잉 조처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세월호 참사 이후 통상적인 경계 근무를 넘어 ‘시위자’를 찾기 위한 근무를 강화했다는 전 의경의 증언이 나왔다. ‘세월호 노란 리본’을 단 관람객은 미행이나 시시티브이(CCTV)를 통한 감시를 했으며, 전단지를 압수하면 포상까지 했다고 증언해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2013년 초부터 2015년 초까지 경복궁 외곽 수비를 담당하는 202경비단 713전경대에서 근무한 ㄱ씨는 2일 <한겨레>와 만나 “경복궁 정문에서부터 시작되는 경계근무가 강력한 불심검문으로 바뀐 건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나서부터”라며 “통상적인 위험 경계보다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한 근무가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경복궁 정문 말고도 청와대 정문 20m 앞 신무문 검문이 강화한 것도 세월호 사건 이후다. ㄱ씨는 “원래 10여명 정도가 경복궁 경계 근무를 했는데, 내가 전역하기 전 2015년에는 20여명으로 늘었다. 202경비단 인원도 총원 100여명 수준에서 150여명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ㄱ씨의 증언에 따르면, 관람객이 소지한 유인물에 대한 경찰의 압수 등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ㄱ씨는 “광화문 광장에서 나눠주는 전단지 등을 들고 오면 모두 뺏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가방을 멘 관람객들은 꼭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단지를 위험 물건으로 보는 의경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불심검문을 통해 전단지 등을 압수하면 포상까지 받았다”고 덧붙였다. 또 “외국인들보다 한국인, 특히 젊은 대학생들을 위주로 검문을 실시하라는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에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가 열리는 토요일마다 경복궁 정문에서부터 경찰의 ‘선별적 검문’이 강하게 이뤄지고 있다.(▶ 관련 기사 :경찰, 경복궁 관람객 ‘소지품검사’ 하고 뺏기까지). 세월호 추모 전단지와 스티커 등 경찰이 ‘정치 유인물’로 지목한 물품을 가지고서는 들어갈 수 없다.

특히 관람객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찰의 ‘감시’를 당했을 가능성도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ㄱ씨는 “세월호 ‘노란 리본’을 가방에 단 관람객이 있으면 미행을 하기도 했고, 경복궁 내 시시티브이로 이동 위치를 따라가며 감시하게 했다”고 말했다. 2013년 8월 경복궁 관람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불심검문을 당했다는 한 시민이 경찰청에 민원을 제기한 적이 있는데, ㄱ씨는 이 민원 글을 확인하고는 “퇴장 때 검문한 것을 보면, 입장 이후 특정 시점부터 감시 당했을 확률이 매우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이 광화문 광장에서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경찰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위험 물건을 통제하고 있다. 통상적인 업무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검문이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시시티브이 감시’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복궁 내 시시티브이 관리를 담당하고 있고 특정인에 대한 동선 파악은 하고 있지만, 안전을 책임지는 업무 범위에서 의심이 갈 만한 특정인을 대상으로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위주’의 불심검문 지침 여부에 대해선 “궁 내부에서의 집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로 현장 판단 하에 검문이 진행된 것이지, 특정 대상을 규정한 방침에 따른 검문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헌법학자들은 경찰이 대통령경호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법학)는 “안전을 위한 조처라며 ‘시위 가능성’ 차단에 집중하고 있는 경찰의 행태는 법 해석을 이상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불심검문·감시 등은 경찰의 과잉 조처가 명백하기 때문에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법학)는 “경찰이 대통령경호법을 근거로 조처를 취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안전과 관계 없는 유인물 등을 통제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경찰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이런 과잉 조처가 대통령경호실과의 교감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202경비단 근무 경험이 있는 대학원생 ㄴ씨는 “경복궁 내에서 경계 근무가 실패할 경우 문책이 따르고 있을 것”이라며 “경찰이 조직 보호 차원에서도 과잉 조처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종수 교수는 “대통령경호실의 책임을 빼놓고서는 경찰의 행태를 시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덕관 기자 yd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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