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OUT①]지속적이고 은밀한 폭력, 숨기지 말고 신고해야

이현주 입력 2016. 12. 2. 10:50 수정 2016. 12. 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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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電무죄 無電유죄..신고전화하면 해결, 숨기면 악순환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반복된 사업 실패로 30년이 넘게 알코올 의존 증세를 보였던 가정폭력 가해자 남편 A씨.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아내 B씨는 20년간 우울증과 경계성 성격장애로 치료를 받았다. 그러던 사이 피해자였던 B씨 역시 남편과 자녀들에게 정서적인 학대를 행하는 가정폭력의 가해자가 돼 있었다. 여성긴급전화 1366 경북센터는 지난해 B씨를 긴급 보호조치하고 관할 지구대에 A씨의 모니터링과 임시조치를 요청했다. 경찰, 지방자치단체, 가정폭력상담소 및 알코올치료병원 등이 유관기관과 연계해 문제 해결을 시작했다. 최근 아내 B씨는 우울증과 경계성 성격장애에 대한 꾸준한 약물치료와 상담 지원을 받았고 자녀는 우울증 및 거식증을 치료받았다. 가해자였던 남편 A씨는 알코올중독치료 지원을 받았다. 주거 환경 개선까지 이뤄지면서 현재 가정폭력은 재발하지 않고 있다.


◆올해 첫 가정폭력 추방주간 도입=가정폭력방지법에 의해 가정폭력 추방주간이 성폭력 추방주간과 통합돼 시행되는 첫해를 맞았다. 가정폭력은 가족이란 이름 아래 벌어지는 폭력으로 지속적이면서도 은밀하다. 2013년 실시된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의 평균 지속 기간은 11년2개월이었으며 신체·정서적 폭력 발생률은 45.5%에 달했다. 부부폭력 피해자 중 폭력 피해가 처음 발생한 시기는 여성과 남성 모두 결혼 후 5년 미만이 10명 중 6명이었다.

정부는 상습적인 폭력 해결을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을 추진 중이다. 가정폭력 신고를 받게 되면 경찰관은 지체 없이 현장에 출동해야 하며 피해자 신변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가정폭력 검거 건수는 늘어났으나 재범률은 줄고 있다. 2일 여성가족부 및 경찰청에 따르면 가정폭력 검거 건수(올해 9월 기준)는 3만5004건으로 2013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재범률은 3.8%로 같은 기간 11.8%에서 8%포인트 감소했다.


가정폭력에 대한 신고나 지원은 여성긴급전화 1366센터를 통하거나 가정폭력상담소,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등에 연락하면 상담과 함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여성긴급전화는 365일 24시간 이용 가능하며 긴급피난처를 운영해서 최대 7일까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의료기관, 법률 상담소 등 지역 관련 기관과 연계한 지원도 가능하다. 10세 이상 남아를 동반한 피해자의 경우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중 가족보호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이주여성의 경우에도 보호시설이 따로 마련돼 있으며 폭력 피해 여성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사회적응 여건을 조성해 주는 주거 지원 시설은 피해자들의 자립을 지원한다.

◆가족 모두 피해자 될 수 있어=가정폭력은 가족 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피해 행위다. 가정폭력범죄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제3호에 따라 사자 명예훼손, 모욕, 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미성년자간음, 폭행, 존속협박, 상해, 학대, 체포, 감금 등이 있다.

가정폭력은 이처럼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폭력이기 때문에 피해자 아동에 대한 상담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1366 중앙센터)은 지난해 2월부터 가정폭력 피해 아동에게 온라인으로 365일 24시간 채팅 상담 '반디톡톡'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상담은 지난 9월 기준 3630건으로 지난해 2527건을 훌쩍 넘었다.


정부는 이원화된 가정폭력 전담부서도 여성청소년수사팀으로 일원화했다. 범죄예방에서부터 수사, 사후관리까지 모두 책임진다. 또 가정폭력 전담 경찰을 138명 신규 배치하고, 학대 전담 경찰관을 349명으로 확대 배치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개편했다.

◆사회 문제 인식 가져야, 가해자 강력 처벌도 필요=가정폭력 예방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점은 인식의 변화다. 가정폭력을 가정 내 가족 문제라는 인식에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가정폭력은 집이라는 공간 아래서 타인에게 행해진 명백한 범죄 행위다. 올해 첫 가정폭력 추방주간을 만든 것도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여가부는 매월 8일로 지정된 가정폭력 예방의 날 '보라데이' 캠페인도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보라데이의 의미는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 예방과 피해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주변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시선으로 '보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예방을 위해 피해자 지원과 함께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피해자만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원혜욱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법원은 가정폭력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를 환경의 조정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보다는 보호처분, 더 나아가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오히려 도와주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이에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폭력 범죄의 죄질이나 재범의 위험성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강구하는 데 실패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상희 한국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장은 "가정폭력 가해자가 흉기로 위협하거나 피해자가 폭력으로 상해를 입어도 그에 대한 피해여성의 의견을 물어보고 고소를 하며 하물며 고소를 한다 하더라도 사건조사나 재판 기간 동안 가해자를 분리할 수 없는 시설이 없어 가해자와 함께 집에서 생활하게 된다"며 "가정폭력의 심각성에 비해 동떨어진 가정폭력방지정책을 개정해 가해자를 분명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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