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쿠바, 관광·외자 유치 노력은 계속.."피델 티셔츠도 팔고 싶다"

2016. 12. 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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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기간 술집 문닫고 음악 끊긴 쿠바 구도심 사람들, 관광객 기대
쿠바 공항엔 미국 직항편..마리엘 경제특구는 확장 중

(아바나·마리엘<쿠바>=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타계로 쿠바는 나라 전체가 멈춘 듯하지만, 경제 발전을 위한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찾은 아바나 구도심 '아바나 비에하'에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와 걸음 소리만 들려왔고, 관광객을 유혹하는 쿠바 전통 악기 연주와 노랫소리는 자취를 감췄다.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시내의 한 상점에 닫음(cerrado) 팻말이 걸려 있다. 쿠바 정부는 지난달 25일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사망 이후 술집 영업 등을 금지했다. 2016.12.1 jk@yna.co.kr

아바나 비에하의 중심인 오비스포 거리의 시작을 알리는 식당 겸 술집 '엘 플로리디타'(El Floridita)도 문을 닫았다. 쿠바를 사랑한 미국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앉은 자리에서 다이키리 칵테일 13잔을 마신 곳으로 유명한 이곳은 항상 음악 소리와 손님이 끊이지 않는 명소지만 이날은 철제 셔터만 볼 수 있었다.

술집들이 모두 문을 닫으면서 오비스포 거리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자석, 엽서, 티셔츠 등 기념품과 간단한 먹거리를 제외하면 카스트로 전 의장의 사망 및 추모식과 관련된 소식을 담은 현지 신문 정도였다.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시내 거리에 쿠바 국기가 조기로 게양됐고 그 위로는 빨래가 널려 있다. 쿠바 정부는 지난달 25일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사망 이후 아흐레 간의 장례 기간을 선포했다. 2016.12.1 jk@yna.co.kr

관광객들은 신문 판매인에게 속아 현지인들이 사는 가격의 20배 넘는 돈을 치르고도 역사를 기록한 신문 한 부를 사느라 바빴다.

대부분 가게 앞엔 '닫음'(cerrado) 팻말이 붙어 적막했고 파란색, 흰색, 붉은색이 섞인 쿠바 국기는 조기로 게양돼 쿠바가 국상(國喪) 기간임을 알렸다.

어느 공공기관 앞에 놓인 카스트로 전 의장의 유화를 한동안 응시하던 중년 여성은 "그가 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음악이 없는 아바나만큼이나 피델이 없는 쿠바가 어색하게 느껴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시내에 있는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유화를 시민이 응시하고 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지난달 25일 향년 9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2016.12.1 jk@yna.co.kr

쿠바 관광의 중심지에서 일하는 쿠바인들은 하루빨리 장례 기간이 끝나고 아바나 비에하가 예전의 활력을 되찾아 관광객들을 만족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랐다.

길거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던 한 20대 청년은 "일하는 술집이 문을 닫아 놀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시간을 보내느니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이 나라에 더욱 도움되는 일이라고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청년과 함께 있던 그의 친구도 "술집만 문을 닫았을 뿐 식당에선 여전히 몰래 술을 팔고 있다"며 "진심으로 슬픈 사람은 슬퍼하면 되고 그게 아니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는 것인데, 시늉만 내는 애도를 하느라 지금 쿠바에 머무르는 관광객들까지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시내 구도심 '아바나 비에하'에서 관광객들이 길을 가고 있다. 2016.12.1 jk@yna.co.kr

쿠바 정부는 카스트로 전 의장의 장례식이 끝나는 오는 4일까지 음악을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주류 판매까지 막아놨다.

오비스포 거리 기념품 가게들의 주력 품목은 여전히 카스트로 전 의장과 함께 1959년 쿠바 혁명에 동참했던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였다.

체 게바라의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를 진열한 한 기념품 가게 주인은 카스트로 전 의장과 관련된 기념품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런 물건의 판매는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으면서도 "원하는 사람만 있다면 뭐든 갖다놓고 팔고 싶다. 피델 티셔츠라고 못 팔 이유가 뭔가"라고 말했다.

쿠바가 조만간 예전 이상으로 활기찬 모습을 되찾으리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었다.

여느 때처럼 관광객들을 상대로 "탁시?"(taxi)를 외치던 택시기사 마누엘 세스페데스(29)는 "사람 한 명이 없어져도 쿠바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며 "장례 일정은 곧 끝날 것이고 앞으로는 이념과 상관없는 나라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꼭 다시 와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장례 행사와 생전 모습을 전하는 쿠바 매체들의 지면. 카스트로 전 의장은 지난달 25일 향년 9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2016.12.1 jk@yna.co.kr

전날 찾은 아바나 외곽의 마리엘 개발특구(Zona Especial de Desarrollo Mariel)에는 아직 공터가 더 많은 가운데 조금씩 개발의 흔적이 엿보이고 있었다.

2013년 특구 조성 계획을 처음 발표한 이후 아바나에서 약 50㎞ 떨어진 곳에 465㎢ 넓이의 용지를 마련하고 운영에 들어간 마리엘 특구는 경제 개방과 외자 유치를 위한 쿠바 정부의 야심작이나 다름없다.

물론 '특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이곳에도 카스트로 전 의장에 대한 조문소가 차려졌고 입주한 외국 기업인들에게까지 '조문하러 오라'는 메시지를 발송했다고 한다.

(마리엘<쿠바>=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촬영한 쿠바 마리엘 개발특구의 모습. 2016.12.1 jk@yna.co.kr

하지만 최근까지도 허허벌판에 특구 운영을 위한 건물 1동만 있었던 이곳에 최근 화물을 옮기는 위한 대형 크레인이 세워지고 공사용 중장비가 들어왔으며 특구 내 도로가 닦인 지역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마리엘 특구의 고위 임원인 오스카르 페레스-올리바는 최근 쿠바 관영 매체 '트라바하도레스'에 "특구는 장기적 프로젝트로 기반시설 공사가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승인받은 외국 기업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2천900개에 가까운 신규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낙관했다.

(마리엘<쿠바>=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촬영한 쿠바 마리엘 개발특구의 모습. 2016.12.1 jk@yna.co.kr

지난달에는 한국의 한 중소기업이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쿠바 정부로부터 투자를 승인받아 마리엘 특구에 공장 부지를 확보했다. 이 소식은 트라바하도레스와 그란마 등 현지 관영 매체들에서도 다뤄져 쿠바 정부가 한국 기업의 진출을 굳이 숨기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의 동맹국으로 그간 한국과는 소원한 외교 관계를 유지하던 쿠바에 한국 자본이 공식적으로 진출하게 된 것이다.

30일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 전광판에는 올랜도, 샬럿, 뉴욕, 마이애미 등 미국행 직항 항공기의 출발 시각 알림이 여럿 적혀 있었다.

이날 공항에서 파나마행 비행기를 탄다는 한 쿠바인은 "우리나라는 과거 경제적 실리보다 이념적 명분을 더 앞세웠다"며 "피델이 죽은 이후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나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쿠바 호세 마르티 국제공항 전광판에 올랜도, 마이애미, 샬럿, 뉴욕 등 미국 도시들로 직항하는 항공편의 출발 시각을 알리는 공지가 떠 있다. 2016.12.1 jk@yna.co.kr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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