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연체율 0.3%.. 세 가지 '불편한 진실'

김은정 기자 2016. 12. 1.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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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안정적으로 대출 관리된다"고 주장하지만..]
① 저금리가 부른 착시효과 - 분모인 대출 총액은 크게 늘면서 저금리로 이자액 자체는 줄어
② 서민금융 연체율은 급증 - 당국이 시중은행 가계대출 죄자 금리 높은 서민금융 대출 늘어
③ 이자만 내며 버틴다 - 대출자 10명 중 6명 이자만 상환

지난 10월 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 가계 대출 연체율이 0.31%다. 금융감독원이 월별 연체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3월 이후 거의 최저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근거로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빠르지만, 대출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빚 갚느라 허덕이고 쓸 돈이 없다는데, 어떻게 대출금 연체율은 이처럼 낮을까.

'연체율 0.3%' 속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한계 상황에 달한 가계부채 문제의 불편한 진실이 보인다.

①저금리로 이자 부담 줄어 낮은 연체율의 1차 요인은 저금리로 갚아야 할 이자가 계속 줄어왔다는 점이다. 3분기 기준 전체 은행 가계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은 연 19조원 규모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이자로 내는 돈이 연 21조원으로 지금보다 2조원 정도 더 많았다. 같은 기간 은행의 가계대출이 502조원에서 604조원으로 껑충 뛰었지만, 대출 평균 이자율이 1%포인트 넘게(4.24%→3.18%) 내려간 덕분이다. 갚아야 할 이자액 자체가 줄면 연체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체율은 전체 대출금을 분모(分母)로, 1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액을 분자(分子)로 해서 그 비율을 계산한다. 분모가 커지고 분자가 작아지면 자연스럽게 연체율은 내려간다. 지난 2년간 분모인 은행 가계대출은 102조원 늘었다. 반면 분자인 연체액은 같은 기간 1조1000억원가량 줄었다. 2년 동안 늘어난 가계대출 중 82%(84조원)가 주택담보대출이었기 때문이다. 구경모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우리나라 대출자들은 집을 담보로 한 대출은 절대 연체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산업은행이 30일 내놓은 '국내은행의 부실여신 결정 요인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의 대출 증가율이 높았던 시기의 2년 뒤 은행권 부실채권이 급증했다. 산업은행 조사부 변현수 파트장은 "과잉 대출은 부실채권 비율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건전성 감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②2금융권과 정책금융이 피난처 역할

은행권 연체율이 0.3%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풍선 효과'가 한몫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3분기 기준 은행권 기타대출(생계형 대출)은 170조원, 저축은행 상호금융회사 등 은행이 아닌 제2금융권 회사를 통한 생계형 대출은 167조원, 대부업체를 비롯한 기타금융중개회사의 대출은 130조원이었다. 최근 2년 새 은행권의 생계형 대출은 12% 늘어난 데 그친 반면, 비은행권 생계형 대출은 33%, 기타금융중개회사를 통한 대출은 55% 늘었다. 정부가 관리하기 쉬운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죄자, 2금융권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내며 대출을 받는 서민이 늘어난 것이다.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고 이자 갚기도 어려운 사람들은 정부의 서민정책금융 상품을 사용한다. 바꿔드림론, 햇살론 등 정부 주도의 서민금융 상품에 지난해 투입된 돈이 어림잡아 4조7000억원, 올해는 5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금융을 통해 생계형 자금이나 창업자금 등으로 나간 돈 중에서도 기존 대출을 갚는 기능을 한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말 6% 수준이었던 바꿔드림론의 연체율은 올 7월 말 현재 28% 가까이 치솟았다.

③'이자'만 내며 버티는 대출자, 여전히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대출(잔액 기준)은 65%에 달한다. 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은행에서 취급한 변동금리 가계대출은 지난 2년 사이에 365조원에서 400조원으로 도리어 35조원 늘었다. 또 은행권의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비중은 4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출자 10명 중 6명은 아직도 이자만 내면서 버티고 있다는 뜻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금은 우리 경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릴 때가 아닌데 글로벌 압력 때문에 준비 안 된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었다"며 "그동안 낮은 이자만 내며 돈을 빌렸던 대출자 입장에선 상황이 고약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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