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브리핑] 고백과 자백..퇴진과 진퇴 사이 '간극'

손석희 2016. 11. 3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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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고백'과 '자백'. 비슷해 보이지만 두 단어 사이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합니다.

'고백'은 스스로 잘못을 드러내는 것. 뉘우침과 마음의 떨림이 전해지는 행위일 테고, '자백'은 누군가에 의해 잘못을 드러내는 것. 자발성이 아닌 '억지'에 따른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자백'. 해직 언론인 최승호 프로듀서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입니다.

영화 속에는 비뚤어진 국가권력에 의해 거짓 자백을 강요당한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국정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과 시대를 거슬러 1975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까지…

40년 전 간첩으로 몰려 고문을 당했고 유죄판결을 받았던 사람들은 초로의 노인이 된 지금,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한국은 나쁜 나라입니다"

여기서 가해자로 등장하는 인물은 지금 우리도 잘 알고 있는 그 사람.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검사 김기춘. 누군가는 그를 일컬어 '현대사 질곡의 핵심' 이라고 말했다지만, 정작 그는 그 일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어두운 역사를 버텨온 사람들을 절망하게 만든 '모른다'는 그 대답, '모른다'는 그 말은 40년이 지난 오늘에도 마찬가지였지요.

JTBC는 오늘 대통령의 왕실장으로 불리던 그가 세월호를 어떻게 지워버리고 싶어했는가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대를 이어 이른바 충을 바쳤던 인물, 박 대통령은 어제 진퇴라는 말을 입에 올렸습니다.

'진퇴'와 '퇴진'. 이 두 단어도 비슷해 보이지만 그 사이엔 커다란 간극이 있습니다.

'퇴진'은 구성원 전체나 책임자가 물러난다는 의미, 즉 전면적인 자기반성을 뜻하지만 '진퇴'는 물러섬과 나아감, 즉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

촛불은 바람이 불면 언제라도 꺼진다는 누군가의 소망을 진퇴라는 단어는 품고 있었습니다.

물론 자신은 주변을 관리못한 것 외에는 잘못이 없다는 고백도 자백도 아닌 주장과 함께 말입니다.

그렇게 '고백'하지 않는 그들은 '퇴진'하지 않을 방법을 모색중인 가운데, 또다시 찬 겨울 거리로 나와야하는 시민들…

그러나 역사는 뜨거웠던 겨울로 기록할 지금 이 거리에서 그 역사에 우리는 무엇을 고백할 것인가…

오늘(30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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