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 스캔들에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

조회수 2016. 11. 30. 10: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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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왔다. 사실이라면 기가 막히는 뉴스였다. 현직 프로야구 선수가 성추행으로 입건된 사건이었다. 상대는 여성 대리운전 기사였다. 선수의 나이가 26세, 기사는 58세였다.

보도를 종합해 보면 (경찰에 접수된) 정황은 이랬다. 강남에서 술을 마시던 정모 씨는 대리 기사를 불러 동작구에 있는 자기 집으로 향했다. 이 때 조수석에 앉아 있던 정 씨가 운전하고 있던 A씨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상대 몸을 더듬고, 자기 바지를 내려 은밀한 부위를 노출시켰다는 게 피해자 측 주장이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지구대에서 1차 조사가 이뤄졌다. 이어 동작 경찰서로 옮겨져 밤샘 조사를 받았다.

정씨와 그의 변호인은 “술 취한 상태여서 바지가 조금 내려간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성기가 보일 정도로 일부러 바지를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사실 관계 입증을 위해서 경찰에 차량 블랙박스를 제출했다.

물론 아직 혐의가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여전히 무고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팬들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가 작년 6월에도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다는 전력 때문이다.

이 선수의 인적사항은 제한적으로 보도됐다. 처음에는 수도권 구단 소속 J선수, 26세로 알려졌다. 이어 LG 트윈스 투수 정 모씨(중앙일보 등)라는 것으로 윤곽이 좁혀졌다. 여기에 과거 음주운전 사실이 추가되면서 너무나 쉬운 퍼즐이 되고 말았다.

프로야구 선수의 섹스 스캔들은 지난 여름에도 있었다. kt 소속이던 김상현이 공연음란 혐의로 입건된 일이다. 이 사건은 아직 법정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 즉 재판도 열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kt는 임의탈퇴 절차를 밟아 선수 활동을 중단시켰다. 법의 처분과 별개의 징계가 내려진 셈이다.

비슷한 과정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있었다. 1년전 아롤디스 채프먼(시카고 컵스)이 여자친구 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방 검찰로 넘어갔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판단은 달랐다. 30게임 출장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가정폭력, 성폭력, 아동학대 같은 3대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선수 노조와의 협약이 적용됐다. 

2년째 가을야구를 오염시킨 스캔들 

한국 야구판 전체를 뒤흔든 추문은 또 있다. 승부 조작과 관련된 것들이다. 어쩌면 훨씬 더 위중한 사건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야구라는 스포츠의 본질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반기부터 시작된 조작 스캔들은 충격파가 만만치 않았다. 몇몇 젊은 투수들이 연루된 혐의가 드러났다. 앞날이 창창한 그들은 결국 법정에 서는 운명이 되고 말았다.

야구판에는 또다른 연루자들의 이름이 거론됐다. 그 중에는 가을 야구에 진출한 NC 소속 선수의 이름도 있었다. 이를테면 피의자 신분과 비슷한 처지가 됐다. 결국 그의 출전은 이뤄지지 못했다. 다이노스 구단의 자체적인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 여파는 흠집을 남겼다. 마땅히 시즌 최고의 하이라이트여야 할 무대였다. 그런 이벤트가 또다시 찜찜함 속에 치러져야 했다. 지난 해 한국시리즈는 삼성의 도박 문제 탓에 일그러졌다. 그리고 올해는 다이노스가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맥없이 4연패를 당했다.

물론 그것 때문에 시리즈의 결과가 달라졌을 리는 없다. 하지만 팬들은 최상의 조건에서 치러지는, 더 좋은 승부를 즐길 기회를 잃은 셈이다.

승부 조작 사태로 전현직 선수 7명이 입건되는 등 21명이 검거됐다. 문제는 아직도 사건이 종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은폐 혐의로 구단 고위층이 불구속 입건됐고, 추가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했던 관계자들은 “여전히 독버섯처럼 퍼져나가고 있다”며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 없다는 듯이다.

이 문제를 다루는 미디어들의 탐사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MBC ‘PD 수첩’과 KBS ‘추적 60분’ 같은 유명 시사 프로그램의 아이템으로도 등장했다. 

도덕성 회복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스캔들이 가벼운 가십으로 끝나면 다행이다. 하지만 때로는 거대한 혼란과 좌절, 분노로 바뀌기도 한다. 그로 인해 엄청난 사회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속에도 희망은 있다. ‘역사는 발전한다’는 명제가 참이라는 신뢰다. 즉 우리가 지불한 거대한 사회적 비용에 상응하는, 아니 그걸 훨씬 넘어서는 가치를 얻어낼 수 있다는 희망이다.

야구계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원정도박, 성추문, 승부조작…. 팬들을 절망케 하는 사건이 줄을 이었다. 리그의 도덕성에 커다란 흠집이 생겼다.

그렇다면 만회해야 한다. 손실(비용)을 메울 가치를 얻어내야 한다. 그건 아마도 단순한 퍼포먼스는 아닐 것이다. 기자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정도의 이벤트로 마무리 돼서는 안될 것이다. ▶ 명확하게 진실을 규명하고 ▶ 잘못을 밝혀내서 ▶ 책임지게 만들고 ▶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실체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그걸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를.

FA 가치가 100억원을 넘겼다. 이 거대한 시장에서 KBO와 구단들이, 그리고 소속된 선수들이, 훼손된 도덕성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를 묻고 싶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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