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절차 따른 퇴진' 단서.. 임기단축 원하면 개헌하란 메시지

2016. 11. 3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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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진퇴 국회에 맡길것"]'국회 결정 따르겠다' 의미는
[동아일보]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대국민 담화에서 처음으로 ‘임기 단축 등 진퇴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도 그 절차는 국회로 넘겼다.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탄핵 시계를 멈추기 위한 박 대통령의 ‘마지막 승부수’로 풀이된다.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한 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지만 청와대는 이를 완강하게 거부해왔다. 헌법 절차에 맞지 않고, 정국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차라리 탄핵을 하라’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탄핵 의결을 위해 필요한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200명)의 찬성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고, 국회에서 의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할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생각이 바뀐 것은 대국민 담화 발표 전날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중진 의원들은 비공개 오찬 회동에서 박 대통령에게 ‘명예로운 퇴진’을 건의했다. 박 대통령의 마지막 버팀목인 친박계마저 퇴진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나선 셈이다. 이정현 대표는 대국민 발표에 앞서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직접 만나 친박계 의견과 민심을 전하며 마지막 설득에 나섰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날뿐 아니라 전날과 지난 주말 등 거의 매일같이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 민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전날 친박계 중진 의원들의 퇴진 건의가 박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 속에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여당의 의견을 받아 국회에 자신의 거취를 맡기는 형식을 취했다는 것이다. 27일 전직 국회의장 등 각계 원로 17명이 “박 대통령이 내년 4월까지 하야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도 이번 대국민 담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탄핵 과정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탄핵으로 인해 당장 빚어지고 있는 혼란에 대해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구체적 퇴진 시기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를 둘러싼 오해를 피하고 대선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정치권에서 논의해 결정하라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대통령 스스로 언제 퇴진하겠다고 말했다면 그것 자체가 정쟁의 소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회에서 최적의 시간을 정해주면 그대로 따르겠다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탄핵 발의 직전까지 몰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시기와 방법을 정하지 않은 채 퇴진 의사를 밝힌 것은 야권과 여당 비박(비박근혜) 진영이 연합한 ‘탄핵 대오’의 균열을 꾀한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박 대통령의 퇴진 시기와 방법을 놓고 정치권의 논란에 불이 붙으면 탄핵의 구심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것이란 얘기다.

 박 대통령은 이날 개헌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내심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담화에서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언급했는데,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방법은 탄핵과 개헌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탄핵을 막기 위해 담화를 내놓은 것인 만큼 결국 ‘법 절차’는 개헌을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분권형 개헌이 이뤄지면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시정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야당과 비박 진영이 탄핵 추진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개헌 논의는 탄핵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서 마련하는 일정에 따라 대통령이 물러난 뒤 60일 안에 조기 대선을 치르는 것 역시 법 절차에 부합하기 때문에 임기 단축과 개헌을 연계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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