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탄핵 늦추고 시간벌기..개헌논의 불붙여 판흔들기

전범주 입력 2016. 11. 29. 17:52 수정 2016. 11. 3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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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사실상 하야선언..탄핵 재검토를"
개헌 매개로 제3지대세력 합종연횡 가속화
'朴 퇴진로드맵' 野 반대로 국회 논의 불투명드맵' 野 반대로 국회논의 착수 불투명

◆ 朴, 조기퇴진 선언 / 승부수 띄운 朴대통령…향후 정국 어디로 ◆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제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히면서 끓는점 직전까지 비등했던 탄핵 국면이 급랭하고 개헌론이 재점화하고 있다.

이날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국회의 결정을 그대로 따르겠다고 밝혔지만, 사분오열된 국회에 '대권의 공'을 넘기면서 정치권의 갈등과 분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제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정치권 원로회의의 '내년 4월 하야' 요구와 28일 친박계 핵심 중진의 '명예로운 퇴진' 요청을 박 대통령이 수용한 셈이다.

일단 박 대통령은 처음으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공식화했다. 시간을 못 박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퇴진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190만명의 촛불 민심이 정치권을 압박하면서 야권과 비박계가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이고, 검찰과 특검이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누면서 나온 결과물이다.

다만 박 대통령 스스로 퇴진 시한과 방식을 못 박지 않으면서 향후 정국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희망 찬 미래를 위해 정치권에서도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며 국회에 공을 넘겼다.

정치권 일각에서 "대통령이 퇴진을 말했지만, 퇴진하는 게 아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직 국회의원 200명 돌파'라는 탄핵의 일차방정식에 매몰돼 있던 정치권은 청와대발 역제안에 복잡한 셈법의 고차방정식을 떠안았다.

일단 탄핵 카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탄핵의 키를 쥐고 있던 비박계가 박 대통령 퇴진 결정으로 구심점을 잃고 흩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대통령 조기 퇴진과 함께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는 방법은 여야가 대통령 퇴진 시기를 극적으로 합의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퇴진은 내년 조기 대선 시기와 맞물려 있어 여야는 물론 계파별로도 셈법이 모두 다르다.

지지율 1위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당은 최대한 빨리 대통령이 하야하고 내년 3월에라도 조기 대선을 치르고 싶다는 생각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국민의당은 중도연대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내년 6월(4월 하야) 조기 대선을 최적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현재 경쟁력 있는 대권 후보가 없는 새누리당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복귀 등을 감안해 내년 하반기 이후 대선을 원한다. 정치권에서 대통령 퇴진 시기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건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기'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국회에서 다시 개헌 논의가 불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여권 주류는 '개헌을 통한 대통령 임기 단축'을 복안으로 가지고 새누리당을 끌어간다는 계획이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28일 열린 친박계 핵심 중진 오찬회의에서 수장 격인 서청원 의원이 대통령의 퇴진과 개헌은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개진했다"며 "참석자 상당수가 동의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주류는 헌법 개정 과정에서 개정헌법의 시행 시기를 부칙으로 명시하면 대통령의 퇴진 시한이 법적으로 명확해진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박 대통령도 이날 담화에서 "(여야 정치권이)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일정뿐 아니라 '법 절차' 마련을 요구했다. 여기서 말하는 퇴진의 법 절차가 '헌법 개정'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서청원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이) 야권과 폭넓게 의견을 모아 정권 이양의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당 지도부가 '정권 이양 일정과 절차'를 야당과 논의하고 △야권이 '거국내각 총리'를 추천해 국회에서 결정하며 △야권의 개헌 주장에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다. 거국내각 총리는 야권에서 정하고, 대통령 퇴진 일정과 개헌은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법리적 측면 외에도 여권에서 대통령 퇴진과 개헌을 한 묶음으로 끌고 갈 전략적 이유는 다분하다. 개헌을 반대하는 문 전 대표 세력을 고립시키면서 중도진영에 반문(反文) 스크럼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정계구도가 탄핵 찬반에서 개헌 찬반으로 바뀌면 고립되는 정치세력은 '친박계'가 아니라 '친문(문재인)계'로 바뀐다. 개헌 논의가 재점화되면 친박계는 개헌을 적극 주장하고 있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를 당내에 붙잡아 두면서 오월동주를 유지할 수 있다. 외치와 내치를 나누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에서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로 재평가받을 수 있는 반 총장도 개헌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국민의당은 개헌을 중심으로 제3지대 세력을 모으려 하고 있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민주당 의원도 '개헌'이라는 기치하에 합종연횡이 가능하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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