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교주 최태민, 목사들 군사훈련도 시켰다

신상목 2016. 11. 2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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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따라 사실상 대통령직 사퇴를 선언한 박근혜 대통령이 23살이던 1975년 영애 시절부터 최태민 영세교 교주에 의해 조종당했음을 입증하는 문건이 국민일보에 의해 확인됐다. 문건에는 최씨가 박정희정권과 박 대통령을 이용해 기독교계를 자신의 ‘구국선교단’에 끌어들여 목사들에게 군사훈련까지 받게 한 사실이 담겨 있었다. 또 “멸공에 나서겠다”며 20만명 규모의 ‘구국 십자군’을 조직하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가 그해 5월 15일자로 작성한 ‘구국선교단 사업계획안’은 기독교 교역자와 교인, 신학생 등을 포섭해 멸공 강좌와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기독교 인사와의 교류, 기독교연합 합창대, 기독교 교수단 등을 조직하겠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계획안이 작성된 날짜는 최씨가 박 대통령을 직접 대면해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현몽하는 장면을 연출한 직후로, 최씨가 영세교 교주에서 기독교 목사로 둔갑해 박 대통령을 지렛대 삼아 자신의 세력을 확정하려 했음을 잘 보여준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구국선교단을 출범시킨 같은 해 4월 29일 이 단체의 명예총재로 취임했으며, 이 사업계획안에 명시된 사업들은 이후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박 대통령이 최씨의 사업계획안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국민일보가 29일 입수한 사업계획안은 총 10쪽 짜리 분량으로, ‘목사 5000명을 50번으로 나눠 군사훈련에 동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구국선교단은 실제로 목사 100명을 1기 구국십자군으로 선발해 군사훈련을 시켰으며, 이후 교계의 반발이 커지자 이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획안 곳곳에는 ‘멸공’과 ‘반공정신’이 수십번 강조돼 있었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당시 반공을 국시로 내건 점을 이용하고, 기독교계 전반이 북한과 공산주의에 대한 심한 반감이 있음을 감안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멸공복음전도’라는 조악한 개념을 도입해, 산업기관 근로자를 대상으로 멸공의식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짠 것으로 드러났다.

74년 8월 15일 어머니 육 여사를 잃고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하던 박 대통령은 이 사업계획안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구국선교단은 각종 비리와 스캔들로 고발이 빗발치자 77년 ‘구국봉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이듬해에는 ‘사단법인 새마음봉사단’으로 재출범했다. 새마음봉사단은 박 대통령이 총재로 활동하는 단체로 최씨의 딸 최순실씨와 함께 활동하던 단체다.

-국민일보 ‘구국선교단 사업계획 첫 입수’ 내용 보니-

국민일보가 29일 입수한 최태민 영세주 교주의 구국선교단 사업계획안은 당시 이 단체 명예총재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지렛대 삼아 한국교회로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던 일종의 청사진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75년 5월 15일 작성된 계획안은 구국선교단이 어떻게 기독교계를 이용해 목적을 이뤄가려 했는지 비교적 상세히 기술돼있다. 사업계획안 첫 쪽에 등장하는 ‘사무행정 지침’에 따르면 계획안은 ‘차질 없는 기획수행을 생명으로’ 했다.

계획안은 총 15개 항목으로 작성돼 있다. 기독교사상에 입각한 반공정신이라는 이념 중심으로 긴밀하게 (기독교계와) 연대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75년 4월 29일 발족한 구국선교단에는 강신명(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최훈(예장합동) 박장원(기독교대한감리회) 목사 등 10개 교단 목회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사업계획안 1,2안은 멸공연수강좌와 멸공단합대회 개최를 담고 있다. 서울과 임진강, 대구 등에서 대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계획안이 작성되기 이틀 전인 5월 13일 구국선교단은 임진강에서 2000명의 기독교인을 동원, 구국기도회를 개최했다.

이 기도회는 ‘멸공단합대회’ 단기계획의 일환이었다. 기도회를 표방했지만, ‘반공과 안보’를 전면에 내세운 일종의 궐기대회였다. 당시는 다수 국민들이 박정희정권의 유신체제에 반대하던 때였다. 최태민씨는 이런 대회를 통해 영애시절의 박 대통령을 자신에게 의지하도록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교계를 이용한 반공의식 강화는 6월 21일 서울 배재고에서 개최된 ‘구국십자군’ 창설과 맥을 같이 한다. 사업계획안에는 “1975년 내로 목사 군사훈련을 50기로 입대하여 5000여명까지 교육을 완료한다”고 명시돼있다. 군사훈련에는 기독교 목사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여기서 멸공 연수 강좌와 집총군사훈련까지 시켰다. 구국십자군 창설은 장기계획의 일환으로 사업계획안에 언급했다. “중앙에는 총사령부, 각 시도군읍면에 지역별 십자군창설, 전국에 20만” 등으로 표현했다.

사업계획안 15개 항목 중 10개가 기독교를 언급하고 있다. ‘기독교인사 문화 교류’ 항에는 해외 기독교 저명 교수나 인사를 초빙해 강연이나 좌담회를 개최하자는 내용이 들어있다. 또 세계 기독교 여성 지위향상 대회도 개최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해외 기독교 인사를 언급한 것은 최씨가 73~74년 한국에서 개최됐던 대형 기독교 집회를 목격하면서 기독교의 강력한 영향력을 의식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사업계획안에는 평신도를 대상으로 하는 계획도 있었다. 세계기독교신도평화회담을 열어 “기독교신도들의 신앙을 기조로 한국 통일에 대한 국제관계 역량을 북괴에 제시한다”는 내용이다. 기독교연합합창대를 조직해 “국내에 민주화 역량을 제시하고 통일 작업의 일환으로 민간외교의 기능을 전개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합창대는 ‘십자군(Crusader) 합창대’라는 별칭을 달았다. 기독교인 교수를 대상으로 교수단까지 조직하자는 내용도 있다.

사업계획안은 ‘월’ 표시와 ‘수시’라는 기한을 표시하고 있다. 모두 75년 안에 시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 대통령의 후광과 박정희 당시 대통령 지원에 힘입어 세력 확장의 기세를 몰아가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국선교단은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못했다. 당시 기독교계 신문들은 구국십자군에 대해 연일 보도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와 예장통합 총회 등 교계에서도 7월에 접어들면서 구국십자군에 동조하거나 관여하지 말 것을 결의하는 등 경계가 이어졌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최태민의 사업계획안은 기독교계를 향한 치밀한 계획들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된다”며 “그는 이를 통해 한국교회 목회자를 앞세우는 수법으로 자신의 세력을 확장했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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