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좁은 공간

작지만 충만한 감성의 플레이스 5곳.

1. 성광대도

이름처럼 홍콩 ‘스타의 거리’라고 불리는 ‘Avenue of Stars’를 모티브로 한 술집이다. 내부를 둘러보면 바 공간이 유독 화려한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무심하게 갈겨쓴 듯한 붉은빛 네온사인이다. 그 아래로 ‘혼술’하기 좋은 바와 마주 앉아 마실 수 있는 테이블이 공간을 꼼꼼히 채운다. 인테리어는 이국적인 도시 홍콩의 작은 바를 닮았지만 특이하게도 소박한 일본식 다이닝을 제공한다. 특히 달고 고소한 성게알과 트러플마요를 더한 우니 핫도그, 다진 돼지고기 완자에 생피망을 곁들인 츠쿠피가 이곳에서 꼭 맛봐야 할 대표 메뉴다. 술은 위스키, 칵테일, 와인 그리고 사케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63 문의 070-8862-7716

2. 춘광사설

한밤중 해방촌의 가장 깊숙한 어둠을 걷어내는 춘광사설은 ‘서울집’의 서율 셰프가 홍콩에 대한 사심을 담아 오픈한 작은 술집이다. 영화감독 왕가위의 대표작 <해피투게더>의 원제를 고스란히 차용한 춘광사설은 ‘남산 아래 홍콩’을 자처한다. 화려한 꽃을 듬성듬성 그린 벽지와 붉은빛을 떨구는 조명 아래에는 조리대와 바가 둥글게 마련돼 있다. 또 금붕어가 두어 마리 헤엄치는 혼탁한 어항과 반쯤 녹아내린 초 등 가게 곳곳의 세심한 소품들은 이국적인 홍콩의 면면을 담고 있다. 그뿐인가? 5~6개 소소한 메뉴마저 홍콩식 파스타, 홍콩식 토스트, 홍콩식 라면 등 죄 ‘홍콩’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이쯤 되면 ‘홍콩식’은 대체 어떤 맛일까 하는 궁금증이 혀끝에 맴돈다. 대표 메뉴 홍콩식 파스타는 굴 소스와 청경채, 고수 등 이국적인 풍미를 더해 재해석한 오일 파스타로 마치 파스타 면으로 만든 중식 볶음면을 먹는 듯 새롭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26길 11-20 문의 02-6338-1997

3. 샐러드 셀러

헬싱키 길모퉁이 음식점을 배경으로 잔잔한 에피소드를 담아낸 영화 <카모메 식당>을 연상시키는 소소한 공간으로 식사 대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샐러드를 판매하는 전문점이다. 줄무늬 차양 아래로 팔다리가 달린 사과와 잎사귀가 손을 맞잡은 앙증맞은 네온사인이 달려 있고 통유리 너머로는 아담한 내부 공간이 그대로 들여다보인다. 멀끔한 흰 벽에 고운 결이 그대로 살아 있는 커다란 나무 식탁, 훤히 들여다보이는 깔끔한 주방으로 구색을 갖춘 내부는 이곳에서 판매하는 샐러드만큼이나 신선하고 건강한 기운이 감돈다. 커다란 볼에 푸짐하게 대접하는 샐러드는 일반적인 식당에서 만년 조연으로 등장하는 샐러드와는 차원이 다르다. 헴프시드, 그라나 파다노 치즈, 퀴노아 등등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재료들이 새로운 맛의 조합을 선사한다. 늦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11월에 이곳을 방문한다면 브라운 그레인 볼을 추천한다. 케일, 루콜라, 수수, 귀리, 병아리콩, 단호박, 사과, 피칸 등 계절만큼이나 풍요로운 재료들과 입맛을 돋우는 발사믹 소스의 조화가 일품이다. 통유리 너머 한남동 골목의 소박한 풍치를 감상하며 샐러드를 맛보다 보면 몸은 물론 정신까지 힐링되는 기분이다. 물론 테이크아웃도 가능하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5길 28 문의 02-794-0282

4. 대디서울

강박적인 미니멀리스트가 바를 꾸리면 딱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대디서울의 바는 길고 좁으며 한없이 정결하다. 공간을 시원히 가로지는 철제 바 너머에는 그 흔한 술병이 단 한 병도 진열돼 있지 않다. 각자 고유의 매력을 지녔으나 모였을 때의 불협화음을 고려해 과감히 백 바를 생략한 것. 덕분에 불필요한 시선 분산 없이 각기 색조와 맛을 뽐내는 눈앞의 음식과 술에 집중할 수 있다. 이곳의 모든 칵테일과 위스키는 합리적인 가격 선에서 추천제로 주문을 받아 제공되며 양질의 와인들도 준비돼 있다. 또 베이컨과 채소를 곁들인 햄버그 스테이크, 리코타 치즈와 허브 페스토로 속을 채운 연어구이 등 든든한 식사부터 살짝 구워 풍미를 더한 사카나키 치즈와 계절 과일, 올리브절임, 무화과 부르스케타 등 와인과 곁들이기 좋은 섬세한 플레이팅을 제공한다. 와인 리스트와 메뉴는 계속해서 추가, 변경된다. 달마다 한식과 함께하는 칵테일, 와인 페어링과 같은 참신한 행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행사 공지는 대디서울의 인스타그램 (@daddyseoul)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30길 80 문의 02-335-0180

5. 럭키분식

이름부터 공간 구색까지 딱 명랑만화 같은 공간이다. 주인장은 아무 걱정 없이 책가방을 집어던지고 뛰어놀던 학창 시절 하굣길의 추억을 되살린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인지 알록달록한 차양과 플라스틱 의자 등 유년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세부가 눈에 띈다. 메뉴는 떡볶이와 튀김, 순대로 구성된 떡튀순, 떡꼬치 등 무난한 분식류를 판매하는데 그중에서도 1980~1990년대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맛봤을 법한 ‘피카츄’ 모양의 돈가스는 가장 반가운 메뉴다. ‘피카츄돈가스’를 입에 물고 한 판에 1백원으로 누릴 수 있는 <보글보글> <킹오브파이터즈> 등 추억의 게임이 담긴 오락기 앞에 앉으면 수년간 봉인해둔 ‘초딩력’이 자연스레 해제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수표로28길 27 문의 010-2784-1682

PHOTOGRAPHY : 현경준 | GUEST EDITOR : 김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