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의 세계] (2) 핵 협상 엎으려는 트럼프..연임 노리는 로하니 '깊은 시름'

이윤정 기자 2016. 11. 28.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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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혼돈의 중동
ㆍ제재 안 풀려 경제 부진 땐 입지 타격…내년 대선 변수로

“이란 제재 시한을 10년 더 연장하는 것은 제재를 부활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27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15일 미 하원이 이란리비아제재법(ILSA) 시한을 10년 더 연장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ILSA는 미국 또는 제3국의 개인이나 회사가 이란의 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메네이는 “이란 제재법 기한이 결국 연장된다면 핵협정을 파기하는 것”이라 말했다고 파르스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중동정책에 불안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타결된 이란 핵협상에 대해 트럼프는 “가장 나쁜 계약”이라며 재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협상을 완전히 뒤집기는 어렵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이란 핵협상에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 등 6개국이 참여했기 때문에 미국이 일방적으로 폐기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ILSA가 상원에서 통과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협상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 내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지난 25일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기업 에니(ENI)가 이란 투자 계획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란 정치권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국회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지지하는 중도개혁파 의원들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보수 성향이 강하다. 하메네이는 트럼프 당선에 대해 “미국이 그동안 이란을 악으로 대했기 때문에 어떤 가능성에도 대비하겠다”고 말해 트럼프가 가져올 변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최정예부대인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정치조직 소브헤사데크는 “미 대선이 이란 정치구조 자체를 바꿀 수 없겠지만 핵협상과 내년 이란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석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오바마의 대이란 정책을 고스란히 가져왔겠지만, 트럼프는 이란 정책 전반을 흔들 가능성이 크다. 로하니 대통령은 핵협상 이후 경제적 성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처지다.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란은 내년에 대선을 치른다. 아직은 로하니 재임 가능성이 크지만, 보수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중동정책은 강경론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 마이크 폼페오 하원의원은 이란을 테러지원국가로 규정하면서 “동결된 이란 자금이 풀리면 중동 테러단체가 그 돈을 지원받는다”고 주장한다.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사령관은 이란이 도발하면 군사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파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거리를 두고 이란과 관계를 풀며 중동의 균형 정책을 추구해왔으나, 트럼프는 이스라엘 편에 서서 중동 국가들을 도발할 수 있다.

시리아 내전 해법도 꼬인다. 무하마드 후세인 바크리 이란군 지휘관은 “핵무기의 10배 위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군력을 증강할 것”이라며 “예멘과 시리아 연안에 이란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26일 이란 타스님통신이 보도했다. 이란이 러시아와 함께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면서, 독재자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은 더 요원해졌다. 반면 트럼프가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시리아 해법을 찾기 위해 러시아·이란과도 손잡을 수 있다고 한 점 등으로 미뤄,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시대의 중동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를 단언할 수는 없으며, ‘예측불허’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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