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원 "여자 영화는 안된다는 충무로 속설 깰래요"

백승찬 기자 2016. 11. 2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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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서 이혼한 워킹맘 역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사진 제공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30일 개봉)가 상영되는 100분 내내 엄지원(39·사진)은 떨고 울고 화내고 뛴다. 길지 않은 상영시간이지만, 보는 사람이 먼저 지칠 정도로 격렬한 감정을 쏟아낸다.

지선(엄지원)은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정신없이 바쁜 그는 중국 출신 보모 한매(공효진)에게 육아를 전적으로 의지한다. 그러나 어느 날 퇴근 후 돌아오니 아이와 보모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경찰과 지선의 양육권 소송을 맡고 있는 변호사는 지선이 아이를 빼돌린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지선은 홀로 아이와 한매를 찾아나선다.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 역할이니 감정이 격할 만하다. 하지만 최근 만난 엄지원은 “<미씽>은 모성에서 출발해 여성으로 끝나는 영화”라고 정의했다. 오히려 “엄마가 아기를 찾는 영화였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씽>은 한국 사회의 여성이 처한 상황을 보여준다. 이국에 시집와 박해당한 한매의 사연은 말할 것도 없다. 똑똑한 워킹맘 지선 역시 온갖 편견의 장벽에 부딪힌다. 직업전선에선 ‘애엄마’ 소리를 듣는다. 경찰은 의사인 전남편의 말은 철석같이 믿으면서도, ‘이혼녀’ 지선은 일단 의심한다.

엄지원은 “지선은 여성조차도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는 편견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며 “여성 문제 같은 사회적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배우로서 가질 수 있는 영광”이라고 말했다.

<미씽>은 ‘여배우 투톱’에 여성 감독(이언희)이 연출한 영화다.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조합이다. 엄지원은 “<미씽>에 대해 강한 책임감과 애정을 느낀다”고 했다. “‘여자 영화는 안된다’는 충무로의 암묵적인 룰을 깨고 싶어요. 재미있는 영화인데 단지 여자 2명이 이끌어간다는 이유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잖아요. 이 영화가 좋은 사례가 돼 반향을 일으키면 좋겠어요. 여성 후배들에게 다양한 길을 열어주었으면 합니다.”

엄지원은 기혼자지만 아이는 낳지 않았다. 그는 “모성은 모성의 틀 안에 있지 않다. 모든 건 상황에 따라 변한다”고 했다. 연기를 하면서 “저럴 때 엄마라면 쓰러질 텐데…” “엄마는 위대해” 같은 말에 구애받지 않았다는 뜻이다. 엄지원, 공효진, 이언희 감독의 뜻은 “틀 안에 있는 엄마가 아니라, ‘우리’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여배우끼리 모이면 기싸움 한다’ 같은 소문에도 엄지원은 “그게 뭐냐”면서 반박했다. “(공)효진이와 힘들고 아플 때마다 응원하고 격려했어요. 어떨 땐 ‘그 신은 좀 별로지?’ 하면서 ‘돌직구 디스’도 하고…(웃음). 정작 영화 속에서 둘이 함께 나오는 장면은 드물어요. 그래도 영화 본 분들이 둘이 함께 연기한 것처럼 기억하는 이유는 우리 사이가 그만큼 좋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엄지원은 “일상과 일이 조화롭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할 때는 배우지만 평상시엔 엄지원이에요. 손예진, 오윤아 같은 친구와 자주 만나는 것도 저를 배우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봐주기 때문이죠. 작품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지만, 하나님이 목숨을 거둬가지 않는 이상 저는 계속 남아 있는 거니까. 제가 건강하고 행복한 게 1번입니다.”

엄지원은 연말 개봉 예정인 대작 <마스터>에도 출연한다. 엄지원에겐 이래저래 보람 있고 바쁜 연말이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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