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일본 청년 50만명, 일 안하고 배우지도 않는 이유..정부 대책 마련

안소영 기자 2016. 11. 2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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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이 나기사는 남자아이들과도 축구를 즐기는 활발한 소녀였다. 그러나 히라이는 초등학교 입학 후 점점 소극적으로 변해가다 결국 히키코모리가 됐다. 히키코모리는 집에서 머물며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는 상호작용을 피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일본 말로 현재 일본 젊은층 중 50만명 이상이 히키코모리라고 불린다.

일본 내각부는 현재 일본의 히키코모리가 54만명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히키코모리에 대한 지원을 늘려 노동인구로 전환시키겠다고 밝혔다. / 블룸버그 제공

히라이는 학교 물건을 잃어버리기만 해도 패닉 상태가 되는 등 익숙하지 않은 상황들을 경험할 때 불안발작을 보였다. 학교에 가기도 점점 힘들어졌지만 히라이의 부모님은 학교에 나갈 것을 강요했다. 30살의 히라이 나기사는 “지금은 회복중이다”라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하러 집 밖으로 못 나가는 날이 종종 있다”고 밝혔다.

2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고령화로 부족해진 노동력을 보강하기 위해 히키코모리를 동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현재 인구 1억2700만명에서 1억명 이하로 줄어드는 것을 막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일본 경제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블룸버그는 히키코모리 현상의 원인이 단 한가지가 아니라며 학교나 직장 내에서의 괴롭힘, 부모·가족들이 주는 부담감, 면접 압박 등의 원인으로도 얼마든지 히키코모리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히라이는 사람들을 무서워했고 학교에 갈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느꼈다. 히라이는 정시제 고등학교(특별한 시간·시기만 수업하는 제도)를 다니면서 거식증을 앓아 몸무게가 30kg 가까이 빠지자 해결책을 찾기 위해 애썼다.

히라이는 “식욕을 억제하면서 감정도 컨트롤할 수 있었다”며 “외출하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됐고 그 과정에서 학교에 출석하지 못해 동급생들과 함께 졸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히라이는 히키코모리이지만 교육 받기를 원하는 학생들을 돕는 비영리단체 슈어대학의 지원을 받았다.

10년 가까이 혼자 살고 있는 히라이는 여전히 사람들을 보면 긴장한다. 히라이는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 두렵다”며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보다는 주변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은 이미 나이가 들었고 나는 중학교 졸업자에 불과하다”며 “인생에서 어떻게 살아갈 지 항상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슈어 대학을 다니고 있는 아사쿠라 카게키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히키코모리가 많이 되는 편"이라며 “사회에서 낙오된 히키코모리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한국, 미국, 일본 등 7개 국가의 청년들을 조사한 결과 일본 청년들의 자기만족도가 최하위였다. 일본의 경우 응답자의 7.5%만이 자기만족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지난 9월 일본 내각부가 15~39세를 조사한 결과, 그 연령대의 1.6%인 54만1000명이 히키코모리로 추산됐다. 당시 내각부 조사에서는 집에서 머물면서 적어도 6개월 이상 가족구성원 외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는 사람들을 히키코모리로 규정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간이 지나면서 히키코모리들의 연령대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시네마현 서부지역 히키코모리의 53%, 북부 야마가타 지역 히키코모리의 44%는 40세 이상이다. 블룸버그는 부모가 사망하면 나이 든 히키코모리 자녀가 스스로 어떻게 살아갈 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토 이리코 도쿄 노무라연구소 컨설턴트는 “재정적 지원이나 상담 같은 적절한 정책은 히키코모리를 노동인력으로 전환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히키코모리가 노동인력으로 포함되면 사회복지 지출 감소, 전반적인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히키코모리 지원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한다.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노동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 부처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복지 수급자 한명이 평생 납세를 하게 되면 국가재정은 7800만~9800만엔이 늘어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히키코모리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 독립적으로 바뀔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다. 일본 당국은 전국에 상담센터를 설치했으며 집안을 떠나기 싫어하는 히키코모리들을 위해 직접 찾아가는 방문 지원도 하고 있다.

그러나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설문조사 대상 히키코모리들의 65% 이상은 이 서비스에 관심이 없다고 응답했다. 히키코모리들은 타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려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인식하는 것을 꺼려했다.

아사쿠라 카게키는 “아베의 노동정책은 히키코모리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베 총리는 히키코모리들이 대단한 성취를 하길 원한다”며 “왜 히키코모리들이 행복 추구 대신 그것을 해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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