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 朴대통령, 아무 일정도 없이 세월만..

김형섭 2016. 11. 2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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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후 신임 정무직 임명장 수여식이 열린 청와대 충무실로 입장하고 있다. 2016.11.18.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운명이 달린 한 주를 맞이하고도 무기력한 모습이다. 당장 이번주 특검과 국정조사, 탄핵 등 정권의 명운을 가를 거대한 파도가 한꺼번에 몰려들고 있지만 국정이나 사태 수습을 위한 어떠한 결단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임 대사와 정무직들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가진 뒤 28일까지 열흘 간 아무 일정도 갖지 않고 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분노한 민심 앞에서 모습을 감춘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난 이후로는 사태 수습을 위한 메시지도 20일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공개된 일정이 없더라도 참모들과 대책을 숙의하고 경제·외교 현안을 챙기는 비공식일정은 갖는다"고 했지만 박 대통령이 잠행에 들어간 사이 정권의 균열 조짐은 보다 확대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의 결단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우선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주 중 대국민메시지 발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메시지는 다음달 2일이나 9일로 예상되는 국회의 탄핵안 표결 전에 이르면 일종의 '최후 변론'격으로 그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탄핵소추의 이유가 된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상처 받은 국민들 앞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범죄혐의에 대해 직접 소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청와대는 대국민담화, 기자회견,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 등 여러 형식을 놓고 검토했지만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해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심은 대국민메시지에서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나 최소한 '질서 있는 퇴진'을 약속하길 원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이 이같은 입장을 내놓을 리가 없다는 게 역풍 가능성이 거론되는 주된 이유다. 최씨와의 관계나 자신의 범죄 혐의와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이 지난 대국민사과 및 담화에서 더 진전될 만한 내용을 내놓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놓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며 "여론의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으로 사정라인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사표 반려 결정도 늦어지고 있다. 사정라인의 두 축이 무너진다면 난파선에서 뛰어내리는 선원들처럼 다른 청와대 참모들이나 내각의 줄사퇴로 이어져 정권이 완전히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또 '최순실 게이트'로 벼랑 끝에 선 박 대통령으로서는 두 사람이 물러날 경우 검찰 조직을 견제할 수 있는 마지막 동아줄마저 놓쳐버리게 되는 셈이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사표 반려를 위해 두 사람을 계속해서 설득했지만 사의 표명 시점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별 소득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 수석이 사의를 철회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지만 청와대는 두 사람의 사표 반려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의 사의표명 소식을 듣고 자신도 물러나겠다고 한 최 수석의 경우 김 장관의 사표가 반려되지 않는다면 본인도 계속해서 일을 할 명분이 없다고 생각해 사의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 장관의 사표 반려 여부가 사정라인 붕괴를 맞을 열쇠가 된 셈인데 워낙 물러나겠다는 의지가 강해 박 대통령의 설득도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정 조율의 기능을 하는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를 각각 지난달 11일과 20일 주재 한 이후 한 달 넘게 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교육부는 박 대통령의 중점 추진 사업인 국정 역사교과서를 두고 "현장 검토본 공개로 여론을 수렴해 교육현장 적용 시기를 결정하겠다"며 철회 가능성도 시사, "국정화는 예정대로 간다"는 청와대의 각을 세웠다. 전날 김용승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엇박자 조율에 나섰지만 교육부의 '변심'을 돌려세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날 회동 결과가 국정교과서의 현장 검토본 공개 이후 현장 적용 방법을 청와대와 교육부가 '협의'해 나간다는 것이어서 박 대통령이 탄핵으로 국정동력을 완전히 상실할 경우 교육부를 통제할 힘이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주도하려고 했던 개헌 논의도 힘을 잃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고심 끝에 이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저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정치권에 헌법 개정을 전격 요청하고 정부내 개헌 추진기구 설치도 약속했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로 개헌 동력을 잃어버리면서 정부 주도의 개헌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 내에 개헌 기구를 설치하겠다는 구상이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후 청와대는 새 총리가 임명되면 정부 내에 기구를 설치해 개헌 동력을 살리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총리 임명 자체가 스톱되면서 이같은 구상도 어그러졌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퇴진 문제와 더불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바로잡기 위한 국회 주도의 개헌 논의가 부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지금은 박 대통령 퇴진에 집중할 때'라는 야당의 반대로 언제든 사그라들 수 있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개헌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면서도 정부내 개헌 추진기구 설치와 관련해서는 "지금 추진되는게 있겠냐. 우리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 않냐"고 말해 정부 주도의 개헌이 불가능해졌음을 시사했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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