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靑 겨눈 김수남의 변신은 무죄..우병우 사단 정리 과제로

전재욱 2016. 11.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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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서 칭찬받는 검찰, 조직 보위 위해 청와대 등져
검찰 존재가치 입증 위해 특검 개시 전 철저수사 나서
부친 故 김기택 박사 朴 대통령과 악연..2대로 이어져
특검 출범후 퇴진 가능성.."외압 막아줄 방패로 남아야"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검찰은 지난 20일 ‘최순실 게이트’ 중간수사결과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최씨의 공범으로 규정하고 피의자로 입건했다. 온 나라가 들썩였다. 청와대가 “사상누각”이라고 발끈하며 검찰이 여론에 떠밀려 정치적 중립을 포기했다고 비난하고 나설 정도였다.

최순실게이트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야당(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칭찬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세상이 바뀐 모양이다”라고 했다.야당이 검찰을 못믿겠다며 추진한 특별검사의 무용론마저 나왔다.

◇ 정치 버린 정치검찰

이처럼 오랫만에 검찰이 박수를 받던 날 수장인 김수남 검찰총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수사결과가 미흡해서는 아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수사결과가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만큼 심경이 복잡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김 총장은 박근혜 정권 사람으로 분류됐다. 김 총장은 수원지검장 시절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을 맡아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까지 이끌어낸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승진했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인 2014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지자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사건으로 방향을 바꿔 정리했다. 작년 12월 검찰총장 자리를 꿰찼다. 검찰 주변에서는 ‘정권의 입맛에 맞게 사건을 처리하고 영전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이처럼 탁월한 정치감각을 뽐내던 그가 변했다. 조직 논리로 움직이는 검찰의 생리가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마자 특검 도입이 제기될 정도 야당과 시민들의 검찰에 대한 불신은 컸다. 검찰의 존립근거 자체가 흔들릴 위기였다.

검찰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특검 전까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감과 이미 박근혜 정부가 종언을 고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현실 인식이 ‘대통령도 공범’이라는 수사결과로 이어지는 데 일조했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역대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맞춰 움직인 이유는 정치적이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조직보위 차원이었다”며 “수명을 다한 정권 쪽에 설 이유가 사라졌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 우병우사단 정리 마지막 과제

처음부터 김 총장을 박 대통령의 사람으로 분류한 것 자체가 오판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총장의 부친인 고(故) 김기택 박사(전 영남대 총장)은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경합을 벌이던 이명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1988년 영남대 비리 사건 당시 총장이던 고 김 박사와 이사였던 박 대통령과의 악연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당시 영남대 이사였던 박 대통령이 사실상 실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총장이었던 고 김 박사가 뒤로 밀렸고, 이때부터 두 사람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관심은 김 총장의 거취에 쏠린다. 사건이 어느정도 정리되면 김 총장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현웅 법무부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빠르면 특검이 사건을 넘겨받은 뒤 곧바로 사의를 표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검찰내에서는 김 총장이 남은 임기 1년여를 다 채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검찰에 가해질지 모를 외압을 막아내고, 조직의 사기를 추스를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부장검사는 “검찰총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수사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지금 총장이 그런 사람”이라고 했다.

김 총장이 소위 ‘우병우 사단’으로 불리는 인사들을 정리할 것이냐에도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에 휘둘렸던 검찰조직을 정비하는 게 김 총장의 마지막 과제가 될 것이란 얘기마저 나온다. 대검 부장급(검사장 이상) 인사를 시작으로 단행하는 연초 정기 인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지난해 12월1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고서 손을 맞잡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재욱 (imf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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