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만수, 원유철 독대 직후 490억 부당대출

김정우 입력 2016. 11. 28.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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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산은회장 재임 당시

회장실서 만나 부실기업 청탁 받아

실무진 반대에도 “대출하라” 지시

대출심사도 없이 한달 만에 성사

심사업무 행장 배제 규정 정면위반

檢 배임혐의 추가해 조만간 영장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연루된 강만수(71)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재임 시절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과 독대한 뒤, 원 의원 지역구의 부실기업에 ‘490억원대 부당 대출’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산업은행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출은 성사됐고, 그 결과 해당 업체에 대한 산은의 대출 총액은 ‘연결 대출’까지 포함해 1,0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났으나 대부분 회수되지 못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의 기존 혐의에다 ‘490억원 배임’ 혐의를 추가해 조만간 사전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27일 사정당국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2012년 9~10월쯤 경기 평택시 소재 플랜트 설비업체인 W사는 산은에 ‘공장 부지 매입’ 명목으로 490억원 대출을 신청했다. 하지만 산은은 W사의 낮은 신용등급(BBB) 등을 이유로 ‘불가’를 통보했다. 그러자 W사 대표 박모(53ㆍ별건 구속수감 중)씨는 같은 해 10월 말, 지역구 의원인 원 의원의 보좌관 권모(54)씨를 찾아 “산은에서 대출을 받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건넸다.

이후 불가능해 보였던 ‘W사 대출’ 건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권씨로부터 W사의 애로사항을 들은 원 의원은 2012년 11월 초 산은 수장이었던 강 전 회장의 집무실을 찾아가 그를 독대했다. 원 의원의 ‘민원 요청’을 접수한 강 전 회장은 여신담당 부서의 반대를 무릅쓰고 “W사에 대출을 해 주라”고 지시했다. 산은은 정상적인 대출심사 단계를 건너뛰고 한 달 만에 490억원을 초고속으로 대출해 주고, 대출기간도 대폭 연장해 줬다. 박씨는 이듬해 9월 초, 권씨에게 “순조롭게 대출이 이뤄져 감사하다”며 2,500만원을 추가로 건넸다.

그러나 재무상태가 매우 열악했던 W사에 대한 산은의 대출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W사는 좀처럼 부실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이를 틀어막기 위한 추가 대출이 계속돼 2014년까지 산은의 대출 총액은 1,100억원대로 불어났다. 급기야 박씨는 횡령ㆍ배임 혐의로 구속됐고, 2015년 3월 W사는 부도처리와 함께 상장폐지됐다. 산은이 W사에서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9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회장이 2013년 4월 퇴임하기 직전, 490억원 대출을 무리하게 지시한 결과라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특히 강 전 회장의 W사 대출 개입은 대출심사 규정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97년 한보사태 때 대규모 대출비리가 드러나자 금융당국은 은행장을 여신 심사업무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정치권 로비 등에 노출되기 쉬운 은행장이 대출 과정에 개입,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소지를 없애 공정한 대출심사가 이뤄지게끔 한 것이다.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강 전 회장에 대한 추가 수사과정에서 이 같은 혐의를 잡고 지난달 20일 산은을 추가 압수수색한 뒤, W사 대출이 이뤄진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해 왔다. 검찰은 앞서 9월 말 그에 대해 ▦한성기업에서 1억여원 금품수수 ▦한성기업에 수백억원대 부당대출 ▦대우조선을 통한 지인 업체 2곳 부당지원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지난 25일 강 전 회장을 다시 불러 ‘W사 490억원 대출’을 집중 조사했으며, 이르면 이번 주 사전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다.

다만 원 의원이 범죄에 연루됐다고 볼 만한 단서는 없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달 초 권씨를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원 의원도 참고인으로 소환했지만, 금품은 권씨 혼자서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원 의원은 검찰에서 “권씨의 범행을 몰랐고, 지역구 기업의 민원 해소 차원에서 강 전 회장을 만나 애로사항을 전달한 것뿐”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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