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4·19 시위자들, 반세기 만에 광장으로.. "그땐 뒤엎자는 결심이었는데.. 축제 분위기 놀라워"

최예슬 김판 기자 2016. 11. 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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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시위자들, 반세기 만에 광장으로.. "그땐 뒤엎자는 결심이었는데.. 축제 분위기 놀라워"

56년 만에 다시 광장으로 왔다. 심씨는 "4·19 때 우리는 뒤집어엎자는 결심으로 광장에 섰는데 축제 같은 분위기를 보고 놀랐다"며 "한층 세련되고 성숙한 시민의식 같지만 다소 허전한 건 사실이다. 늙어서 그런가"라며 웃었다. 성균관대생이던 김승균(77)씨는 "거리가 지금의 반도 안돼 비교는 어렵지만 그때도 광장이 사람으로 가득 찼다"고 떠올렸다. 전남대 학생으로 광주에서 4·19에 참가했던 김시현(80)씨는 매주 서울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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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월혁명회 회원들이 촛불과 손팻말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월혁명회 제공

56년 만에 다시 광장으로 왔다. 흰머리, 주름살. 겉모습은 변했지만 마음만은 혈기왕성하던 그 시절 그대로였다. 아스팔트 위를 오래 걷는 것도 힘들었지만 눈빛만은 촛불처럼 뜨거웠다. 1960년 ‘사월혁명회’ 동지 30여명이 지난 26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문(덕수궁 정문) 앞에서 다시 만났다.

오전부터 내린 눈은 오후 5시쯤 잦아들었지만 곧 겨울바람이 차갑게 몰아쳤다. 80세를 바라보는 나이 탓에 대다수는 행진을 엄두도 못냈다. 대한문 앞 차가운 바닥에 앉아 ‘박근혜 퇴진’ 피켓으로 얼굴을 때리는 칼바람을 막았다.

심모(78)씨는 4·19혁명 당시 서울대 문리대생이었다. 이날 아침 눈이 오자 집회에 가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텔레비전에 아직 한산한 집회 현장이 나왔다. 심씨는 갑자기 옷을 주워입고 한달음에 대한문 앞으로 왔다. 낯설었지만 감동이 벅차올랐다.

심씨는 “4·19 때 우리는 뒤집어엎자는 결심으로 광장에 섰는데 축제 같은 분위기를 보고 놀랐다”며 “한층 세련되고 성숙한 시민의식 같지만 다소 허전한 건 사실이다. 늙어서 그런가…”라며 웃었다.

서울대 철학도였던 이모(79)씨는 “4·19 정신은 불의와 야합하지 않는 결기”라고 했다. 그 정신 그대로 다시 격전의 시위 현장에 찾아온 것이다. 당시 대학생들은 선두에 서서 경무대(현 청와대) 코앞까지 나아갔다. 경찰의 총탄에 맞아 쓰러지는 친구들도 목격했다.

성균관대생이던 김승균(77)씨는 “거리가 지금의 반도 안돼 비교는 어렵지만 그때도 광장이 사람으로 가득 찼다”고 떠올렸다.

전남대 학생으로 광주에서 4·19에 참가했던 김시현(80)씨는 매주 서울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김씨는 “헌법 유린과 부정부패가 이승만 때부터 끊이지 않고 반복돼 분노와 슬픔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학생들을 보면 옛날 생각이 나요. 나이가 들어 좀처럼 걷기 힘든데 이를 악물고 광화문광장을 걷고 있어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다시 나온 광장에서는 대학생보다 각계각층의 노동자와 시민이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전기호(78) 경희대 명예교수(당시 경희대생)는 “최근 촛불집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을 보면 대견하고 잘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오후 7시쯤 이들은 자리를 떴다. 한 노인은 머쓱하게 웃으며 “우리가 허리가 아파서…”라고 말했다. 팔순 노병들을 또 광장으로 이끈 건 무엇일까. 자리에서 일어서며 심씨가 말했다.

“4·19 순간, 시위에 나오는 건 결심을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소. 절로 나가는 거였지.”

최예슬 김판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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