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서초]몰카에 내 얼굴이..1년 만에 드러난 친구의 배신

박보희 기자 2016. 11. 27.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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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⑩추행·몰카범 아니라더니 "사실은 내가.." 유포는 안했다더니 "딱 한 명에 보내긴 했는데.."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편집자주] 모든 사건현장에서 범인은 반드시 흔적을 남깁니다. 단지 그 흔적을 찾지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는 만큼 진실을 밝히려는 과학수사 기법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증거물이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보다 과학적인 방법에 의한 증거물 수집, 분석 등이 필요합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 [CSI:서초]는 과학수사를 통해 해결한 사건을 짚어보며 어떤 기법이 활용됐는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the L]⑩추행·몰카범 아니라더니 "사실은 내가…" 유포는 안했다더니 "딱 한 명에 보내긴 했는데…"]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야 내가 좀 이상한 영상을 봤는데…"

친구가 보내준 영상을 열어본 A씨는 다리가 떨려 주저앉고 말았다. 영상 속 여자는 분명 자신이었다. 영상 속 A씨는 기절한 듯 누워있었는데, 모르는 사람의 손이 그녀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옷차림을 보니 최근에 찍힌 영상은 아닌 것 같았다. A씨도 모르는 사이, A씨의 얼굴이 드러난 몰카(몰래카메라) 영상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었다.

A씨는 일단 경찰에 신고했다. 기억을 더듬어 의심이 가는 이를 지목했다. 일을 하다 만나 6년째 친하게 지내고 있는 S씨가, 설마 그럴리 없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아무래도 의심스러웠다. 경찰은 음란사이트 여러 곳에 A씨의 영상이 올라가있는 것을 확인하고 수사에 나섰다. 피해자가 의심스럽다고 지목한 S씨 역시 조사했다. S씨는 경찰의 얘기를 듣고 펄쩍 뛰었다. 절대 아니라고 했다.

몰카 속 남자의 손…"동일인 가능성 높다"

"A가 술에 취해서 집에 몇 번 데려다 주긴했지만, 추행을 하거나 영상을 찍은 적은 없어요. 무슨 소리에요."

경찰 눈에 S씨의 손이 들어왔다. A씨의 얼굴이 나온 영상에는 범인의 얼굴은 나오지 않았지만, 자위를 하는 손이 찍혀 있었다. 경찰은 S씨의 손 사진과 범인의 손이 나온 영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보내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는 동일인 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경찰은 S씨를 다시 불러 국과수 감정 결과를 알려줬다. 결과를 들은 S씨는 자신이 영상을 찍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제가 찍은 거는 맞아요. 그런데 인터넷에 올리지는 않았어요. 정말이에요. 예전에 쓰던 폰으로 찍었는데 찍고 바로 지웠어요."

S씨는 추행을 하고 영상을 찍은 것은 맞지만 유포를 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준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검찰에 사건을 보냈다.

"영상 찍었지만 인터넷에 올리진 않았다"…휴대폰 속에는 전송 기록이

영상 속 남자가 S씨라는 사실까지는 밝혀냈지만, 영상을 유포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정말 S씨는 영상을 찍기만 했을까. 그렇다면 S씨가 찍은 영상은 어떻게 인터넷에 퍼지게 된 걸까. 혹시 S씨의 휴대폰에 영상을 전송한 흔적이 남아있지는 않을까.

검찰은 S씨의 휴대폰을 압수해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디지털수사과에 분석을 의뢰했다. 모바일포렌식은 스마트폰 등 이동형 디지털 기기의 문자메시지, 사진, 인터넷 기록 등 데이터를 분석해 범죄의 증거를 찾아내는 분야다.

모바일포렌식팀은 S씨의 휴대폰에서 A씨 영상의 한 조각을 찾아냈다. 영상의 일부가 GIF 파일로 저장돼있는 것을 발견한 것. GIF는 이미지의 전송을 빠르게 하기 위해 압축하는 저장 방식 중 하나다. 이미지 손상은 적으면서 빨리 보낼 수 있다. S씨는 영상을 삭제했지만, 미처 지워지지 않은 파일 조각이 남아 있었다.

모바일포렌식팀에서 증거품으로 압수한 스마트폰을 분석하는 모습/ 사진=대검찰청 과학수사부 디지털수사과

사람들은 휴대폰에 저장했던 영상도 지우면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흔적이 남는다. 예를들어 목록을 만들어 보관한 종이서류를 정리하면서 목록만 지우고 실제 서류는 남기는 식이다. 휴대폰 화면에는 보이지 않더라도, 화면 뒤 어딘가에는 남아있는 데이터가 있다. 물론 휴대폰의 종류와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따라 흔적의 모양은 다르다.

휴대폰에 깔린 영상 편집 어플에서도 A씨 영상을 편집한 흔적이 발견됐다. 인터넷 기록에서는 음란사이트인 소라넷에 접속한 흔적이 발견됐다. S씨는 과거 사용하던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고 바로 지웠다고 진술했지만, S씨가 현재 사용하는 휴대폰에서 영상 조각이 발견됐다. 음란사이트에 접속한 흔적도 있었다. A씨의 말은 '거짓'이 됐다.

"사실 소라넷에서 만난 사람한테 영상을 보내긴 했어요. 제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건 아니고…. 실제 만난 적은 없어서 누군지는 모르죠. 소라넷 회원인 것만 아는데…."

집 데려다 준다더니 추행·촬영·유포…1년 뒤에야 발견 "호기심에 그랬다"

드러난 내용은 이랬다. S씨와 A씨는 같은 곳에서 일을 하다가 친해졌다. 서로 알고 지낸지 5년 쯤이 지난 2014년 봄, S씨는 술을 마시던 A씨를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A씨의 집으로 갔다. 취한 A씨가 집에 도착해 잠이 들자 S씨는 자신의 집에 돌아가지 않고 A씨를 추행하며 영상을 찍었다. 찍은 영상은 소라넷에서 만난 다른 회원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보내줬다. 하지만 영상을 받았다는 자가 누구인지는 찾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1년 뒤, A씨는 지인을 통해 자신의 몰카를 발견했다.

1심 재판부는 "소라넷의 특성상 동영상 유포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데 타인에 제공했다. 실제 동영상이 유포돼 피해자가 회복하기 어려운 인격적 피해,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S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들어 징역 1년6개월과 집행유예 3년, 40시간의 성폭행 치료프로그램,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성범죄로 유죄를 받으면 신상정보를 공개해야 하지만, 법원은 신상정보를 고지해서는 안되는 특별한 사정을 인정, 공개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물론 뺏긴 휴대폰은 압수됐다.

사건을 담당한 공 검사는 "이런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영상이 유포되고 나면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시도를 하는 등 정신적으로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해자는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S씨는 왜 이런 짓을 했느냐는 질문에 "호기심"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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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희 기자 tanbbang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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