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만 배불리는 '방 쪼개기'.. 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

이혁 2016. 11. 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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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관악구에 사는 A(남·33)씨는 밤마다 잠에서 깨기 일쑤다. 대화 내용,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등 원룸이 소음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다시 잠을 청하려 해도 예민한 성격 탓에 1~2시간 뒹굴다가 겨우 잠이 든다. 그는 “핸드폰 벨소리는 물론 진동음까지 들린다”며 “문 여닫는 소리에도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이는 ‘방 쪼개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방 쪼개기’란 건물주가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임대수익을 올리기 위해 부동산 등기부등본 상 전유부분을 쪼개 더 많은 원룸을 임대하는 것을 말한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전세난이 가중되면서 ‘방 쪼개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30대 젊은 층 주거 취약자들은 수요자이자 피해자다. 불법건축물인 줄 알면서도 고시원 보다 싸고 넓어서 살고 있다. 정부의 단속망을 피해 임대시장을 지배하는 ‘방 쪼개기’ 때문에 세입자는 불안하다.

관악구에 사는 A 씨가 옆집 소음 때문에 괴로워 하고 있다. 출처=독자 제공

■ “안 걸리면 그만”.. ‘방 쪼개기’ 급증

서울시 ‘불법 방 쪼개기 단속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492건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속 건수는 2013년 174건에서 2014년 146건으로 줄었지만 2015년 172건으로 다시 늘어났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성북구가 8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대문구(87건), 성동구(57건), 동대문구(42건), 관악구(40건)가 뒤를 이었다. 특히, 서대문구는 2013년 8건에서 2014년 이후 42건, 37건으로 급증했다.

수도권과 광역시로 범위를 확대하면 심각성은 더하다. 국토부 조사 결과, 최근 5년 간 한 해 평균 1892건이 적발됐다. 연도별로 △2011년 1699건 △2012년 2040건 △2013년 2007건 △2014년 1465건 △2015년 2250건으로 나타났다.

분당의 한 공인중개사는 “방 쪼개기는 주변에서 흔한 일이라 불법인지 아닌지 무감각 해질 정도”라며 “수요가 있어서 공급이 되는 거라면 규제를 보완해서 제도권으로 끌어 들이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출처=파이낸셜뉴스 DB

■ 준공검사 부실·화재 위험성 크고 이행 강제금 있으나 마나

현재 주택 신축 시 가구 수를 제한하고 있으며 규모에 따라 주차장도 갖춰야 한다. 또한, 건물주는 건물을 완공하면 준공검사를 받아 사용 승인을 검증 받는다. 하지만 준공검사 후 관리가 허술하다. 이런 빈틈을 이용해 투룸·쓰리룸으로 4~6가구로 준공허가를 받은 뒤 15~20가구의 원룸으로 변경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세입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불법으로 개조된 탓에 방음에 취약하고 소방·환기 시설도 부족해 화재 위험성이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월 130명의 사상자를 발생 시킨 경기도 의정부 아파트 화재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는 콘크리트 벽 위에 스티로폼을 붙이고 시멘트를 덧발라 불길을 키웠다. 화재 발생 6분 만에 소방차 40여대가 출동했지만, 1층에 10여대의 주차 공간밖에 없었고 장소가 협소해 진입에 애를 먹었다. 무엇보다 준공 당시 주거 공간(88가구)보다 많은 가구 수(95가구) 때문에 주차난은 더 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불법 개조 때문에 인근의 대형 건물 3채까지 화재 피해를 당했다.

약한 처벌 규정도 문제다. 불법 건축물로 적발되면 지자체에서 부과하는 이행 강제금 외에는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다. 연 2회 부과되는 이행 강제금보다 임대 수익이 더 커 실효성이 없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이행 강제금 징수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연도별로 △2014년 80.02% △2015년 72.84% △2016년(1월~10월) 65.58%로 감소했다.

출처=서울시 제공

■ 제재 수단 늘리고 제도 개선해야

건물주의 안일한 태도와 지자체의 부실한 검증 때문에 ‘방 쪼개기’가 횡행하고 있다. 이는 청년들의 주거 빈곤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전입신고, 확정일자 제도가 전산화 되어 있기 때문에 건물 전입세대 수를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수도세, 전기세 등 가구별 세금 부과내역이 불투명한 건물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차인은 방을 구할 때 각 방의 크기나 모양이 제각각인지 확인하고 등기부등본을 미리 떼어 볼 필요가 있다. 지자체는 준공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이행 강제금을 높이고 법을 개정해서 또 다른 제재 수단도 강구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건물주는 꼼수를 부리지 말고 임차인은 방을 꼼꼼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다가구 주택이 모인 지역에는 공영주차장 설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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