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사랑한 비급여 주사서비스

2016. 11. 2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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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근혜 대통령 의료시술 의혹의 모든 것

<태반주사·백옥주사·마늘주사>
취임전부터 최근까지 영양주사
주치의가 거부하자 ‘비선’ 이용
평소 만성피로 시달렸을 가능성

<피부미용시술>
과거보다 얼굴 젊어져 의혹 증폭
‘시술 중독’ 최순실씨가 권유?

<세월호 7시간>
영양주사·피부시술·프로포폴…
의학적 관점서 보면 가능성 낮아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동안의 행적은 2년6개월이 넘은 지금도 오리무중이다. 7시간 동안 청와대 비서진은 유선과 서면으로 세월호 참사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하나, 박 대통령이 이를 정말 받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7시간 동안 정윤회씨를 만났다거나, 청와대에서 굿판을 벌였다거나,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등 온갖 의혹이 제기됐다.

세월호 7시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많은 언론들이 박 대통령의 의료서비스 이용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면서 박 대통령이 평소에 받았던 각종 치료들이 드러났다. 국정농단과 관련해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있었던 것처럼, 박 대통령은 진료도 주치의 등 공식 의료진을 거치지 않고 ‘비선’으로 받았음이 확인됐다. <한겨레>는 개인의 의료정보는 철저하게 보호돼야 하고 특히 대통령의 질병 정보는 2급 국가기밀에 준한다는 원칙을 최대한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대통령은 공인 중의 공인이고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원칙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현재까지 사실로 밝혀진 내용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의료시술 의혹에 대해 중간정리를 해본다.

①대통령은 왜 그렇게 각종 주사를 많이 맞았을까

현재까지 박 대통령의 의료 이용과 관련해 가장 명확하게 밝혀진 사실은 박 대통령이 영양주사, 태반주사 등 각종 주사제를 다소 과도하게 맞았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공개된 차움의원에 대한 강남구보건소의 조사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이 비밀리에 각종 영양주사 치료를 맡긴 사람은 이곳에서 2014년 2월까지 근무한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상만씨다. 김씨는 박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최근까지 박 대통령에게 영양주사 치료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이 맞은 주사들은 상당수 중장년 여성들이 맞는, 일명 태반주사(공식 제품명은 라이넥주), 신데렐라주사(치옥트산주), 백옥주사(글루타치온주), 감초주사(히시파겐씨주), 마늘주사(푸르설타민주) 등이었다. 이 주사들은 의학적인 검증은 되지 않았지만, 동네의원 등에서 피로회복과 피부미용 등에 효과가 좋다는 이유로 많이 시술되고 있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서비스로 동네 의원에서 한대에 5만~10만원 정도 한다.

김씨는 대통령 취임 전인 2010년부터 박 대통령을 진료했고, 취임 뒤에는 대통령 자문의에 임명됐다. 김씨는 최순득씨 진료기록부에 처방을 허위로 적어놓고 주사제를 청와대로 들고 들어가 대통령에게 주사를 놓는 방식으로 2014년 3월17일까지 최소한 12번 주사를 놓았다. 초기에 바깥에서 주사제를 싸들고 들어간 것은 당시 주치의의 반대 때문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초대 주치의인 이병석 현 세브란스병원장은 “취임 초기 박근혜 대통령이 태반주사 등 ‘영양주사’를 놓아달라고 먼저 요구했지만, 의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이를 완곡하게 거절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김씨는 2014년 3월 녹십자 아이메드의원으로 옮긴 뒤로는 청와대 의무실에서 필요한 주사제를 구비하도록 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실제 김상희(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청와대 약품 구입내역을 봐도 이런 주사제들이 포함돼 있다. 2014년 3월~2016년 8월 태반주사는 150개, 마늘주사나 감초주사 등 각종 영양주사도 총 150개를 구매했다. 영양주사 이외에도 박 대통령은 2010년께 허가받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통령이 이런 주사치료에 집착한 이유는 많은 여성들처럼 피부미용이 주목적이었을 수 있다. 또 한가지 다른 가능성은 박 대통령이 만성피로나 이보다 더 심한 만성피로증후군에 시달렸을 가능성이다. 박 대통령이 만성피로 증상이 있었다는 정황은 다른 곳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4월26일 청와대는 “박 대통령은 중남미 4개국을 방문한 뒤 만성피로로 인한 복통과 인두염으로 하루나 이틀은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상만씨는 강남 일대에서 만성피로 전문가로 명성이 높아 단골환자가 많았다. 김씨는 처음 박 대통령(당시는 국회의원)을 진료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며 “차병원 원장이 만성피로를 앓는 환자가 있다며 진료하라고 해서 가 보니 박 대통령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②대통령은 평소 피부미용시술을 받았을까

한 피부과 전문의는 “여러 언론에서 제기한 대로 박 대통령의 얼굴을 과거와 비교해보면 피부 등이 오히려 젊어진 것 같다”며 “물론 직접 진료하지 않아 알 수는 없고 사진 조작의 가능성도 있지만 사진과 방송 화면으로 보면 확실히 좋아져 세월호 참사 당일은 아니더라도 평소 피부미용시술을 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겨레>가 대통령 자문의사 등에게 확인한 결과 아직까지 청와대 공식 의료진이 피부미용시술을 했다는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영양주사 치료와 마찬가지로 피부미용시술 역시 ‘비선’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또 다른 피부과 전문의는 “사실 중년 여성들은 주변 지인들의 치료 경험을 듣고 피부미용시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즉 최순실씨의 권유로 피부미용시술을 꾸준히 받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순실씨는 강남에서 유명했던 성형 전문 의사 김영재씨에게 피부미용시술을 약 3년 동안 136회나 받은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김영재 의원에 대해 강남구보건소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최순실씨는 2013년 10월~2016년 8월 김영재씨에게 필러, 보톡스, 연어주사(DNA), 아기주사(엠티에스·MTS) 등 주름을 제거하고 피부를 좋게 한다는 각종 치료를 받았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아무리 피부미용시술 중독이라도 최순실씨처럼 1주일에 한번씩 받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즉 최씨의 치료에 박 대통령이 일부 섞여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만씨가 최순실·최순득씨 자매의 진료기록부에 박 대통령의 처방을 적었던 것처럼, 김씨도 최순실씨를 진료하면서 ‘최보정’이라는 가명을 썼다.

③대통령은 프로포폴 중독이었을까

세월호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프로포폴 주사를 맞았거나 피부미용 또는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 11일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했다며 완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세월호 참사 당일은 아니더라도 박 대통령이 상습적으로 프로포폴 주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프로포폴의 경우 원래는 피부미용시술이나 내시경 등을 할 때 수면마취제로 사용하지만, 그 자체로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시술을 받지 않을 때도 맞을 수 있다.

만약 이런 의혹이 사실일 경우 각종 영양주사를 박 대통령에게 놓았던 김상만씨가 프로포폴을 제공한 의사일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그는 평소 프로포폴을 사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차움의원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복수의 차움의원 관계자는 “김씨가 프로포폴을 다루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최순실씨에게 수많은 피부미용시술을 한 김영재씨는 어떨까? 앞서 그는 세월호 당일 휴진이라서 골프를 치러 갔다고 해명했지만 최근 이런 해명이 거짓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3일 김상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이 입수한 김영재 의원의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대장’을 보면 김영재씨는 세월호 참사 당일 프로포폴 1병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김영재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오전 9시쯤 장모에게 간단한 시술을 하기 위해 프로포폴을 썼고 그 뒤 골프장에 갔다”며 말을 바꿨다. 또 김영재씨는 매주 수요일(세월호 참사 당일도 수요일이었음)은 휴진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2014년 1월~2016년 10월 프로포폴을 사용한 수요일만 75일이며 모두 310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김영재 의원의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대장이 조작됐을 가능성과, 김상만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김영재씨도 평소 최순실씨를 따라 청와대에 들어가 박 대통령에게 프로포폴을 놓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프로포폴의 경우 2011년부터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엄격하게 관리되기 때문에 이를 빼돌리려고 관리대장마저 조작하는 위험을 무릅쓰는 의사는 드물다는 지적도 있다.

④청와대 의약품 목록의 의미는?

김상희 의원이 공개한 청와대 구입 약품 목록을 보면 2014년부터 태반주사를 비롯해 각종 영양주사가 포함돼 있다. 청와대는 청와대 직원들을 위해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김상만씨의 진술과 맞춰보면 이 중 상당수는 박 대통령이 맞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 목록에는 ‘엠라 5% 크림’이나 리도카인과 같은 국소마취제도 있다. 특히 엠라 5% 크림은 각종 피부미용시술을 할 때 쓰인다. 이에 대해 이선우 청와대 의무실장은 지난 24일 “피부에 바르는 국소마취제로 주삿바늘을 찌를 때나 피부 표면에 외과적 처치를 할 때 사용되는 약물”이라고 설명하고 “의무실은 피부과나 성형외과 시술을 할 수도 없고 능력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무실장이 직접 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의사가 청와대에 들어가서 시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최순실씨가 받았다는 엠티에스 치료의 경우 미세한 바늘로 피부를 찔러 피부세포들이 재생되면서 피부를 돋보이게 하는 시술”이라며 “매우 아프기 때문에 피부국소마취제를 쓰거나 아예 프로포폴을 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비아그라와 비아그라 복제약품도 구매목록에 들어 있는 점, 갑자기 2014년부터 그 이전에 견줘 의무실에서 구입한 의약품의 종류와 양이 대폭 늘어난 점도 논란거리다. 비아그라의 경우 남성이 발기부전 치료를 위해 먹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썼을 리는 없지만, 세금으로 이런 약까지 구입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선우 청와대 의무실장은 “비아그라의 경우 2015년 4월 대통령의 콜롬비아 순방 때 비록 해발고도 2625m인 보고타 지역을 방문했음에도 경호실 직원들이 고산병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예방하기 위해 2015년 12월에 구입한 것”이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가이드라인은 물론 많은 문헌에서 나온 고산병의 예방과 치료법을 참조해 내린 처방”이라고 밝혔다. 비아그라를 고산병 치료에 사용한다는 것은 의료계에서 찬반논란이 있지만 아주 터무니없는 설명은 아니다. 이 의무실장은 또 의약품 구입이 대폭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이전에 구비해 놓은 응급 및 일반의약품 유효기간이 지나 이를 교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청와대 약품 구입목록에 있는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가 제2의 프로포폴이라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이 의무실장이 응급상황에 대비해 구입했다는 설명이 어느 정도 타당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는 기도가 막히거나 심장 정지 등이 생겼을 때 인공호흡을 하기 위해 기도에 관을 넣을 때 사용되는 약물”이라며 “기도에 관을 넣을 때 환자가 매우 고통스러워하기 때문에 의식을 저하시키기 위해 쓴다”고 말했다.

⑤세월호 7시간은 정말 의료시술과 관련이 있을까

김영재씨와 김상만씨는 모두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았고 골프를 쳤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김상만씨가 놓는 영양주사의 경우에는 이를 맞는다고 해도 의식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비서진으로부터 보고는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즉 영양주사 때문에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피부미용시술의 경우, 시술 직후 얼굴에 자국이나 상처가 남기 때문에 역시 세월호 참사 당시에 이 치료를 받았다고 보기는 다소 힘들다.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5시께 등장한 박 대통령의 얼굴은 다소 부기가 있었지만, 눈에 띌 정도의 자국이 보이지는 않았다. 특별한 시술은 없었더라도 수면제를 복용하거나 프로포폴을 맞고 잠들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불면증은 만성피로의 한 증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근거가 나온 적은 없다.

현재로서는 세월호 7시간에 의료시술을 받았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사실이 드러날지는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청와대가 7시간의 의혹을 분명하게 해명하지 않는 한 이런 의혹은 더욱 증폭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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