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합리적 의심이 된 '세월호 7시간' 진실의 문 열릴까

홍진수·남지원 기자 입력 2016. 11. 25. 22:10 수정 2016. 11. 25.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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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박 대통령 참사 때 ‘황당 발언’…최순실 단골병원 프로포폴 기록
ㆍ서창석 주치의 시절 의약품 구입액, 전임자 두 배 많은 것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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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26일.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 홍익대 앞 서교예술실험센터를 찾아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젊은 예술가들을 만났다. 커피를 마시다 한 여성이 물었다. “피부 관리 같은 거 받으세요?” 박 대통령이 대답했다. “아니 그건 아니고 마음을 곱게 쓰면(된다)”

■7시간… ‘약물 게이트’의 시작

박 대통령은 2014년 4월16일에 7시간 동안 ‘실종’됐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7시간이 지난 뒤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타났고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듭니까”란 질문을 던졌다. 세월호 침몰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고는 볼 수 없는 황당한 발언이었다.

지난해 6월22일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에서 박래군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위원장은 “(2014년) 4월16일 7시간 동안 나타나지 않았을 때 뭐하고 있었나? 마약하고 있던 거 아니냐? 피부미용 등 하느라고 보톡스 맞고 있던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 위원장을 기소했다. ‘허위사실을 적시해,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였다.

보건복지부 지시로 서울 강남구 보건소가 지난 11~15일 실시한 현장조사에서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취임 이후에도 차움의원에서 최순실씨 이름으로 혈액 검사를 받는 등 석연치 않은 진료를 계속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최씨의 진료기록부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 처방 기록도 나왔다. 최씨가 처방받은 약품이 정작 누구의 몸으로 들어갔는지는 명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

최씨의 또 다른 단골병원 김영재의원(성형외과)의 향정신성의약품관리대장에는 세월호 참사 당일 프로포폴 사용 기록이 남아 있었다. 앞서 김영재 원장은 2014년 4월16일에는 휴진했다고 말해 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검찰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판단했던 루머는 어느새 ‘합리적 의심’으로 변했다.

■왜 태반주사, 비아그라를?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산 의약품도 의혹의 대상이 됐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과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박 대통령 임기 중 청와대 의약품 구입 내역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라이넥주·멜스몬주(일명 태반주사), 루치온주(백옥주사), 히시파겐씨주(감초주사), 푸르설타민주(마늘주사) 등을 대량 구입했다. 차움의원 출신의 대통령 자문의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이 과거에 “의무실에서 (대통령에게 필요한) 주사제를 다 구비해 뒀다”고 밝혔던 점을 보면 이 주사제의 주인은 박 대통령일 가능성이 높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의 대통령 주치의 재임 기간 의약품 구입액이 전임자 시절의 두 배에 가까울 정도로 많고, 영양·미용주사 구입액도 이 시기에 집중돼 있었던 점도 확인됐다. 서창석 원장은 성형외과 전문의도 아닌 김영재 원장을 서울대병원 외래진료의사로 위촉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해 12월 비아그라·팔팔정 등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도 대량 구입했다. 약물 구입 목록엔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마취제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에토미)’도 있었다. 에토미는 투약 시 환각상태로 1시간 안에 잠이 들며 프로포폴보다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는 24일 의무실장 명의로 비아그라, 팔팔정, 에토미, 리도카인(국소마취제) 엠라 5% 크림(국소마취제) 등의 의혹을 꼼꼼히 반박하는 장문의 ‘해명’을 배포했지만 ‘태반주사’ 등에 대해서는 단 한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검찰은 강남구 보건소의 수사 의뢰를 받아 김상만 원장과 김영재 원장 등의 대리 처방 의혹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대리 처방의 흔적을 하나하나 살피다 보면 어느 순간 ‘7시간의 비밀’이 드러날지도 모를 일이다. 검찰이 해낼 수 있을까.

<홍진수·남지원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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