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박근혜 리스크'에 경제 쇼크.."1997년 외환위기 때와 유사"

이주영·이윤주 기자 2016. 11. 25.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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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얼어붙은 소비자심리…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
ㆍ외국인 자금도 ‘썰물’…기업은 사업계획도 못 세워
ㆍ‘트럼프 보호무역주의’ 파고 밀려오는데 정부 ‘멈춤’

“정치인들은 광화문 촛불시위를 보면서 1987년을 상기하고 있을지 모르나 경제학자 입장에선 1997년이 자꾸 생각난다. 정치·사회적으로는 1987년처럼 굉장히 중요한 시점에 와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1997년의 징후가 너무나 뚜렷하다.”

국내 한 경제학자의 시국 진단이다. 최근의 정치·사회적 상황이 전두환 정권을 붕괴시키고 민주화 체제를 이뤄낸 1987년의 민주항쟁에 비견할 만큼 역사적 의미를 띠고 있지만, 경제적 시각에서 보면 1997년 외환위기 직전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 공백과 정치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경제 분야에서도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비자심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얼어붙었고, 기업들 역시 대내외 불확실성에 사업계획 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 국정 컨트롤타워를 상실한 정부부처들은 사실상 일손을 내려놓았다. 기업경쟁력 약화 등 누적된 위험요인이 정부의 무능과 맞물리면서 발생한 1997년 외환위기 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가 ‘박근혜 리스크’로 인해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자료를 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조사됐다. 10월보다 6.1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4월(94.25) 이후 7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CCSI가 100을 넘으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가 낙관적임을, 100을 밑돌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심리지표인 만큼 가변성이 큰 편이지만, 실물경제에 대한 선행지표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CCSI를 구성하는 부문별 지수도 대부분 악화됐다. 11월 현재 경기판단지수(60)는 전달보다 12포인트 하락하며 7년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향후경기전망지수(64)도 한 달 새 16포인트 폭락했다. 현재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금융위기 직후와 비슷한 수준이고, 6개월 뒤에도 경기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지수 역시 전달보다 떨어졌다.

소비지출전망 중에선 내구재(-4포인트), 의류비(-4포인트), 외식비(-3포인트), 여행비(-3포인트), 의료·보건비(-1포인트), 교양·오락·문화비(-2포인트) 등이 모두 하락했다. 이 같은 심리 위축이 실제 가계의 지출 감소로 이어질 경우 ‘소비절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후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내고 있다. 외국인 자금은 최근 한 달간 주식·선물 시장에서만 4조원 가까이 빠져나갔다. 여기에 국내 정치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도 악화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기관들도 외국에 투자할 때 현지 정치가 불안하면 굳이 돈을 넣어둘 이유가 없다”며 “정치 불안이 장기화될수록 외국인 투자심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자산운용업계에 외국 투자자들로부터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외국인들 입장에선 현 상황이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 문제와 연결된 거라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기업들의 투자심리도 좋을 리 없다. 트럼프 당선자가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면서 가뜩이나 불확실성이 커진 터다.

수출 대기업 관계자는 “미국의 트럼프 정권, 중국까지도 한국에 대해 보호주의 경향이 심화하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활동을 방어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대외 불확실성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 와중에,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는 붕괴되고 모든 시장주체들이 판단을 멈춰버리는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정말로 위기 가능성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주영·이윤주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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