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 문재인 다그치던 전원책, 참 애매모호합니다

하성태 2016. 11. 2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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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의 사이드뷰] 국정농단 사태를 대하는 '두 패널의 미묘한 차이

[오마이뉴스 글:하성태, 편집:곽우신]

 24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집회 참여의 장소에 대해 굳이 '딴지'를 거는 이유가 무엇일까. 전원책 변호사의 질문에 공감하기 쉽지 않았다.
ⓒ JTBC
"공소장에 쓰여 있는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의 출연금 다 포함해서 범죄로부터 발생한 총금액이 얼마인 줄 알아요? 985억 원에 불과해요."

"불과요?"

"왜 불과하다고 청와대가 생각하겠어요. 과거에 YS때나 DJ 때 가족들이 한 금액들 있잖아요, 그 금액들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라는 거예요. 대통령이 앞으로 국민들에게 면피를 할 기회가 있다고 믿는 거예요. 그래서 대통령이 시간을 벌려고 한다는 거예요."

아마도 유시민 작가처럼 "불과요?"라고 반문한 시청자들이 한 둘이 아니리라. 그래서일까. 유 작가는 "객관적인 사실과는 상관없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마치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벌인 국정농단의 결과물을 두둔(?)하는 것 같은 전원책 변호사의 이 발언에 진행자인 방송인 김구라도 "해먹은 액수보다 그 과정이 문제"라고 재차 확인사살에 나서기까지 했다. 

게다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나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등 녹화 시점(지난 21일)에도 이미 야당이 제외한다고 거듭 천명했던 두 사람을 거론하는 것도 모자라, "김대중 대북 송금 특검"외에는 "성과를 낸 특검이 없다"는 사견을 객관적인 것처럼 둔갑시킨 전원책 변호사.

24일 방영된 JTBC <썰전>은 그렇게 자칭 '보수주의자' 전원책 변호사가 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혼란스러운 정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려줬다. 전 변호사의 이같은 입장은 유 작가가 '휴민트'를 가동해 전화를 연결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 대표와의 통화에서도 드러났다.

전원책의 딴죽 받아친 문재인

 24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이번 정국에서 비슷한 목소리를 냈던 두 사람이지만, 24일 방송에서는 전변의 생각에 유시민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장면이 여러번 나왔다.
ⓒ JTBC
"야당은 지금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 생각할 겁니다. 탄핵 정국으로 가고, 정국은 혼미하고, 청와대는 대통령 지키는 벙커 역할을 하는 수밖에 없고, 총리는 무기력해지고.  결국 득 보는 곳은 야당이고, 야당 (대선) 주자들만 부각이 되고, 어차피 대선정국은 시작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야당 입장에선 (탄핵이) 꽃놀이패인 거예요."

"그러면 큰 착각이다"란 전제를 달긴 했지만, 전 변호사의 발언은 대개 이런 식이다. "985억에 불과하다"는 발언도 비슷한 맥락이다. 자신의 사견을, 의견을 주르륵 읊는다. 그러고 나서는 상대방의, 예컨대, 청와대의, 야당의 생각이라고 에둘러 피해간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전 변호사의 주장들은 전직 대통령들은 물론 교묘하게 상대편을 흠집 내는 데 불과해 보인다. 전 변호사의 이와 같은 기본적인 '스탠스'는 급작스럽게 섭외된 문 전 대표와의 통화에서도 여실히 증명됐다.

"탄핵으로 가면서 거국내각을 받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결국 모든 권력을 나한테 넘겨 달라 이 얘기 아닙니까?"

"그런데, 탄핵소추가 결정되면 문자 그대로 권력이 다 넘어갈 텐데, 청와대가 처음부터 받지 못할 내용을 제안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일견 속 시원한 질문이라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것조차 녹화 당시도 이미 언론을 통해 그 배경과 의도가 다 공개된 마당이었다. 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권력을 내려놓고 국정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죠"라거나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을 받을지 안 받을지는 모르겠고요"라고 침착하게 되받아쳤고, 엘시티 등 민감한 질문에도 거침이 없었다.

전 변호사는 문 전대표의 방문 장소조차도 딴죽을 걸고 나섰다. 유 작가의 전화를 받을 당시 문 전 대표는 대구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중이었다고 한다. 전 변호사는 그 장소를 두고도 "서울에서 회의에 참석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물었다. 문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이 대구 민심을 잘 들어야 한다"고 맞받아 쳤다. 

여야 혹은 진보/보수 '편 가르기'나 '편들기'가 아니다. 오히려 고정 출연자인 전 변호사가 문 대표에게 과도하게 날을 세우고 막무가내 질문을 퍼부었다. 예능으로서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함이었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이 시국을 바라보는 애매모호한 자세를 스스로 드러낸 꼴이다.

국정농단 사태, 두 패널의 미묘한 차이

 24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골수 보수'를 표방한 전원책의 말이 참 미묘하다.
ⓒ JTBC
전 변호사는 종종 '단두대' 운운하며 여권 전체나 개별 정치인을 비판해 왔지만, 유독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에 대해서는 그 날카롭던(?) 비판을 날을 거둬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 국정농단의 사태 앞에서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유 작가와 전 변호사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오해 혹은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두 패널이 미묘하게 갈리는 지점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지율 5%' 대통령의 실정을 논함에 있어, 누가 과연 '정치공학'에 가까운 기계론적인 잣대 혹은 균형을 들이대는가 하는 점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썰전>에 쏟아지는 관심을 업고 그 칼날을 엄한 데 휘두르는 헛발질은 불필요하다. 최근 <썰전>이 기록한 시청률은 <썰전>의 제작진이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 사태에 쏟아지는 국민들의 관심이 반영된 수치이기도 하다. 이슈를 적절하게 정리하는 제작진의 편집과 김구라의 유연한 진행, 유시민·전원책 두 패널의 직언들이 국민적 관심사와 맞물려 시너지를 일으킨 셈이다. 

하지만 그 넘치는 시청률이 독이 돼서는 곤란하다. 더더욱 그것이 반대 진영에 대한 막무가내식 불편함의 토로로 귀결되서도 곤란하다. 오죽했으면, 김구라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유시민 작가는 그 광경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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