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먹는 귤, '족보' 따져 보니..

구성 및 편집/큐레이션팀 2016. 11. 2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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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의 계절'인 겨울. 감귤은 물론, 한라봉·천혜향·레드향 등 다양한 품종의 귤들도 쏟아져 나온다. 분명 귤마다 저마다의 특징이 있긴 한데 정확하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교배 방식, 재배 시기, 맛 등 제주도에서 재배되는 각종 귤의 특징을 알아봤다.

귤은 크게 '감귤류'와 '만감류'로 분류

제주 지역에서 재배해 전국으로 유통되는 귤은 대다수 ‘온주귤(温州橘)’과 온주귤의 개량종을 일컫는다. 온주(원저우)는 중국의 지명으로 이곳에서 유래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이 온주귤을 재배한다.

일본의 문헌인 ‘비후국사(肥後國史)’에 ‘삼한에서 귤을 수입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뤄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귤이 재배돼왔는데, 조선 시대에 들어 귤을 매우 귀중하게 여겨 조정에 진상품으로 바쳐지면서 수탈이 매우 심해졌다. 수탈에 못 견뎌 농민들이 귤나무를 통째로 뽑아버리는 등 재배를 마다해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이후 일본 강점기에 일본으로부터 온주귤이 도입됐고, 1960년대 초반부터 온주귤을 토대로 한 귤 재배가 급격히 늘었다.

우리가 흔하게 먹는 귤이 '감귤류'이고, 감귤에서 변형된 한라봉·천혜향 등이 '만감류'에 속한다. 만감류는 완전히 익도록 오래 두었다가 늦게 수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재배 방식·수확 시기에 따라 품종 다른 감귤류

감귤은 제주 전역에서 재배되지만, 그중에서도 날씨가 가장 따뜻한 서귀포 지역에서 재배되는 것이 당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는 감귤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크기와 당도가 아닌 감귤은 유통하지 못하도록 조례를 정해 단속하고 있다. 합법적인 감귤의 크기는 49~70㎜, 당도는 9Brix(브릭스)* 이상이다. 감귤 품종은 재배 방식에 따라 노지 감귤·하우스 감귤·타이벡 감귤·비가림 감귤 등으로 나뉘고, 재배 시기에 따라서는 금귤·하귤·풋귤·영귤 등으로 나뉜다.

** 브릭스(Brix): 미국에서 포도주에 들어있는 당을 재는 단위. 1Brix란 포도주 100g에 들어있는 1g의 당을 말한다.

노지 감귤

노지 감귤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겨울에 많이 먹는 그 귤이다. 수확 시기는 10월부터 1월까지다. 제주 지역의 감귤 나무에서 자연 그대로 자랐기 때문에 비바람으로 인한 흠이 많은 편이다. 묘목에 따라 궁천조생·흥진조생·궁본조생·암기조생·궁본조생 등으로 나뉜다.

타이벡 감귤

타이벡 감귤은 감귤 나무 아래에 ‘타이벡(Tyvek)’*이라는 특수섬유를 깔아 키우는 방식으로, 타이벡이 수분을 조절하고 해충의 피해를 막는 역할을 해 색깔을 더 선명하게, 당도는 더 높게 키울 수 있는 농사법이다. 타이벡이 땅을 덮고 있어 나무뿌리가 흡수하는 수분의 양을 줄이고, 흰색 타이벡 표면에 햇빛이 반사돼 더 잘 익는다. 아울러 해충이 덜 와 제초제나 농약의 사용이 적다. 수확 시기는 노지 감귤보다 한 달 더 긴 10월부터 2월까지다.

** 타이벡: 미국 듀폰(Dupont)사가 개발한 합성 고밀도 폴리에틸렌 섬유로 진드기 및 미세먼지를 차단한다.

하우스 감귤

하우스 감귤은 비닐하우스에서 난방해 키우는 방식이다. 인위적으로 온도를 높여 키웠기 때문에 겨울이 아닌, 5월~10월 사이에도 수확할 수 있다. 하지만, 햇볕을 덜 받아 색이 옅은 편이고 푸른색이 돌기도 한다. 껍질이 얇고 과육이 연한 편으로 운반이나 보관이 어렵다. 또, 시설 및 난방비가 들어 노지 감귤에 비해 가격이 높다.

비가림 감귤

비가림 감귤 역시 비닐하우스에서 키우지만, 난방하지 않고 감귤 나무가 비를 맞지 않도록 수분량만 조절하는 점이 하우스 감귤과 다르다. 그래서 하우스 감귤이 여름에 제철인 것과 달리, 비가림 감귤은 10월부터 3월까지 수확할 수 있다.

금귤

‘낑깡’, 또는 ‘금감’으로 불리기도 하는 금귤은 껍질째 먹는 작은 귤이다. 길쭉한 모양의 금귤을 긴알귤, 둥글게 생긴 것을 둥근알귤·동굴귤이라고 한다. 수확 시기는 3월~5월로, 봄 한 철에 먹을 수 있다.

하귤

하귤은 여름에 수확하기 때문에 이름에 여름 '하(夏)'가 들어갔다. 겨울에 나는 감귤보다 크고 껍질이 두꺼우며 샛노랗게 익는다. 단맛은 적고 시고 쌉싸름해 자몽과 비슷한 맛이다. 생으로 먹기 쉽지 않아 일반적으로 청으로 담가 차로 마신다.

풋귤

풋귤은 새 품종이라기보다 감귤의 미숙과를 칭하는 것으로 ‘청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청을 담그는데 주로 쓰인다. 7월~8월에 수확하며, 제주도가 8월 말 이후 판매를 금지한다. 한편, ‘조선왕조실록’에 ‘청귤(靑橘)이 제사용과 손님 접대용으로 쓰였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지금의 청귤과는 다른 품종이다.

영귤

제주 애월읍 소길리에서 전원생활을 한다고 해 ‘소길댁’으로 불리는 가수 이효리가 한때 청으로 담가 주목을 받았던 감귤이 영귤이다. 쓴맛이 나 생으로 먹기 어렵고 청으로 담가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9월, 10월 두 달간 수확한다. 일본에서 ‘스다치(すだち)’라고 불리며 생선구이에 뿌리거나 간장에 넣어 먹는 것도 영귤과 같은 품종이다.

품종끼리 교배해 탄생한 만감류

감귤류와 오렌지류를 교배해 새로 만든 품종이 모두 만감류에 속해있다. 청견, 한라봉, 천혜향, 진지향, 한라향, 레드향, 황금향 등 7개가 많이 알려져 있으며, 수확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만감류에는 일본에서 개발해 우리나라로 도입된 품종이 많은데, 이는 자체 개발하는 데 15년 이상 걸리고 좋은 품종을 육성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청견

일본에서 온주귤의 일종인 ‘궁천조생’과 오렌지의 일종인 ‘트로비타’를 교배해 만든 품종으로, 오렌지와 감귤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감귤보다 모양이 더 둥글고 표면이 매끈하며, 오렌지보다 껍질은 얇고 과육이 부드럽고 과즙은 풍부하다. 수확 시기는 2월~5월 사이다. 만감류에서는 청견을 기본으로 하는 새 품종이 많다.

한라봉

꼭지가 볼록 튀어나온 모양이 한라산을 닮았다고 해 한라봉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일본에서 개발한 품종이다. ‘청견’과 온주귤의 일종인 ‘폰캉’을 교배해 만들었는데,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껍질이 두꺼워도 쉽게 벗겨지며, 과육도 부드럽고 과즙도 풍부하다. 특히 당도가 13Brix(브릭스) 이상으로 감귤(9Brix 이상)보다 훨씬 높다. 수확 시기는 1월~3월이다.

천혜향

천혜향도 일본에서 개발한 품종이다. ‘청견’에 일본의 감귤류인 ‘앙콜’을 교배하고, 거기에 ‘마코트’라는 일본 감귤류 품종과 다시 교배해 만들어졌다. ‘향이 천 리를 간다’, ‘향이 천 가지가 있다’, ‘하늘이 내린 향이다’ 등 향이 좋다는 이유로 천혜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껍질은 얇고, 모양이 약간 평평해 옆으로 퍼진 것처럼 보인다. 한라봉만큼 당도가 높다. 수확 시기는 1월~4월이다.

진지향

진지향은 ‘청견’과 온주귤의 일종인 ‘흥진조생’을 교배한 것으로 이 또한 일본에서 개발했다. 모양은 감귤과 비슷하지만, 껍질이 얇고 매끈하며, 오렌지 향이 강하다. 당도도 11Brix 이상으로 감귤보다 달다. 수확 시기는 2월~5월인데, 과육이 단단한 편으로 다른 만감류보다 저장성이 좋다.

한라향

일본에서 ‘청견’과 ‘길포폰캉’이라는 감귤 품종을 교배해 만든 한라향은 ‘세토미’, ‘한라귤’ 등으로도 불린다. 감귤에 비해 과즙이 적어도 과육은 부드럽다. 식감은 한라봉과 흡사하다. 제주 지역에서 재배되는 만감류 중 당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수확은 한봄인 4월에 시작해 8월까지 이어진다.

레드향

레드향은 일본에서 ‘한라봉’과 온주귤의 일종인 ‘서지향’을 교배해 만들었다. 껍질 색이 붉어 레드향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모양은 감귤에 가깝지만, 크기가 더 크고 납작하며 약간 울퉁불퉁하다. 껍질이 잘 벗겨지는 데다 과육이 부드럽다. 한라봉 만큼 당도가 높다. 수확 시기도 1월~3월로 한라봉과 비슷하다.

황금향

여왕의 품위를 지녔다고 해 ‘베니마돈나(붉은 여왕이라는 뜻)’라고 불리는 황금향은 일본에서 ‘한라봉’과 ‘천혜향’을 교배해 육성한 품종이다. 둥글둥글한 모양에 과즙이 풍부하고 속껍질이 얇고 약간 벗기기 어렵다. 알갱이가 통통하며, 신맛이 적어도 단맛은 레드향이나 한라봉보다 덜하다. 천혜향과는 다른 독특한 향이 난다. 수확 시기는 7월~12월이다.

많은 품종이 나왔지만, 귤은 그 진화를 멈추지 않고 있다. 농촌진흥청과 제주도농업기술원 등이 현재까지 개발한 품종은 10여 종으로, 이 중에서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것들도 있다고 한다. 청견을 얻기까지 32년, 한라봉을 얻기까지 40년 등 장기간 연구 지원으로 세계적인 기술을 내놓은 일본에서도 여전히 개발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귤은 새콤달콤한 맛도 맛이지만, 영양도 풍부하다. 비타민C가 많아 면역력을 길러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되고, 체내 활성산소를 없애 피로 해소와 피부 미용에도 좋다. 또 귤에만 들어 있다는 헤스페리딘(Hesperidin, 비타민P)이라는 성분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줘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관련 기사▶

추위에 몸이 웅크려지고 생기가 부족해지는 올겨울, 귤로 비타민을 충전해보는 것은 어떠한가.

■ 참고 사이트

제주특별자치도 공식 블로그

감귤박물관

JA南すお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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