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존하는 여성혐오와 강간 부정하지 말라"

2016. 11. 2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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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거리에 선 페미니즘'·'강간은 강간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지난 5월 서울 강남역 근처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생면부지의 남성에게 살해당한 뒤 '여성혐오', 이른바 '여혐' 현상이 사회적 화두로 부상했다.

여성들은 남성이 느끼지 못하는 불편함과 불평등을 호소하지만, 많은 남성은 이미 남녀가 동등한 자유와 권리를 누리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남성혐오'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여혐'만을 문제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출간된 '거리에 선 페미니즘'과 '강간은 강간이다'는 오늘날에도 남성 지배적인 문화가 아주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여성민우회가 엮은 '거리에 선 페미니즘'은 강남역 살인 사건 직후 신촌역 인근에서 8시간 동안 열린 '여성 폭력 중단을 위한 필리버스터' 행사 참가자 42명의 발언록이다.

어렵게 마이크를 잡은 사람들은 여성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지 않고, 여성의 취향과 경험을 사사롭게 여기는 사회를 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조은정 씨는 "우리나라에서 사는 여자라면 99.9%는 성추행, 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남성들이 이 사실을 인지하지 않는다면 이 논의는 굉장히 공허할 수밖에 없다"고 일침을 놓는다.

자신을 '바람'이라고 밝힌 여성은 지하철에서 여러 차례 겪은 성추행과 폭력을 털어놓은 뒤 "'조심히 들어가'라는 말은 여자들 사이에서만 한다"며 "항상 염려와 걱정을 갖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여성은 페미니즘을 알아가면서 사회에 팽배한 '여혐'을 알게 됐다고 고백한다. 그는 차가운 물 속에 개구리를 넣고 물을 끓이면 서서히 죽어가는 것처럼 우리 사회의 '여혐'도 시나브로 퍼졌다고 지적한다.

성범죄의 가해자들이 흔히 대는 핑계인 '노출이 심한 복장'과 '밤늦은 시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실렸다. 성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남성들의 이러한 변명에는 여성을 약한 존재로 얕잡아 보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여성 범죄 전문 변호사인 조디 래피얼이 쓴 '강간은 강간이다'는 성범죄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그는 여성이 강간 피해 사실을 고발하면 수사기관이 가해자에게 범행 동기를 질문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왜 저항하지 않았는지 물어보는 행태를 비판하면서 통계와 인터뷰를 통해 강간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입증한다.

저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의 조사를 취합해 미국 전체 여성의 10.6∼16%가 '강제 삽입'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추정치를 도출했다.

하지만 강간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는 여성의 비율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20%대에 머문다고 지적한다. 또 2∼8%에 불과한 허위 신고를 근거로 강간 통계의 신뢰성을 문제 삼는 '강간 부정론자'의 주장도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즉 실제 발생하는 사건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신고율과 강간 부정론자들이 공격으로 인해 강간 피해가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강간 피해 여성들의 인터뷰는 아는 사람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면식 강간'이 미국 사회에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알려준다.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맺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아도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가해자로부터 추가 피해를 당하는 사례들이 소개됐다.

저자는 "피해자를 비난하는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범죄는 강간이나 가정폭력처럼 젠더 관련 범죄뿐"이라면서 강간 사건에서 피해자가 책임이 있을 수도 있음을 전제하는 방식으로 수사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면식 강간 시나리오란 한 가지가 아니라 무수하다"며 "어떻게든 강간을 부정하려는 이들이 제시하는 왜곡된 개념이 아니라 실제 피해 여성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거리에 선 페미니즘 = 궁리. 212쪽. 1만2천원.

강간은 강간이다 = 글항아리. 최다인 옮김. 340쪽. 1만5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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