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을 보면서 이런 상상한다'는 미술평론가 글 논란

신은정 기자 2016. 11. 2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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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 미술평론가가 12년 전 블로그에 쓴 글을 두고 네티즌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버스 안 여고생을 보며 혼자만의 상상을 가감없이 표현한 글인데, "지나쳤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평론가는 '성적 판타지와 상상 자체를 금하는 것은 문화 후진국'이라며 반박했다.

미술평론가 반이정씨는 24일 블로그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지는 '문화계 내 성폭력' 해시태그 고발 운동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난 뒤 방송 내용을 문제 삼는 글이 쏟아졌고, 이후 자신이 12년 전 쓴 글이 캡처돼 퍼지며 조리돌림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내용이었다.

인터넷으로 퍼지며 논란을 일으킨 반이정씨의 과거 글은 여고생을 보면서 혼자만의 성적 상상한 것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이 글에서 '버스안에서 본 여고생이 어떤 팬티를 입었을 것' '아이의 팬티에서 어떤 냄새가 날 것' 등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현재 이 글은 블로그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반이정씨는 24일 블로그에서 쓴 글을 통해 과거 글을 향한 비판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상상을 털어놓을 자유가 있고, 이를 처벌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주장이었다. 또 자신이 쓴 수많은 글 중 몇개 글을 문제 삼는 것은 트집에 불과하다고 했다.

'의분에 찬 한 익명 트위터가 내 블로그를 털어 내 나이 35살 이던 2004년 게시물을 퍼다 연결하고는 나를 소아성애자라고 조롱하는 글을 올렸으며, 이 글은 무수히 퍼날라져 이젠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 됐다. 2004년부터 12년째가 된 내 블로그에는 5천3백 개가 넘는 게시물이 올려져있다. 그걸 열심히 털어 성적 판타지를 여과 없이 고백한 글 2개를 용케 발견하고 얼마나 뿌듯해 했을까? 5천3백의 진술 가운데 단 2개가 나의 전부일리 없다.

나이 어린 여자를 향한 남성의 성적 판타지 자체를 비난하자면, 절대 다수의 남성이 심판대에 올라서야 할 테고,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필두로 미성년 여자에 대한 성적 판타지를 다룬 무수한 문화예술 창작물도 모두 판금조치 되어야 할 게다(실제, 문화 후진국에선 이런 작품들이 법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12년 전 35살의 나와 40대 후반이 된 나는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12년 전 성적 판타지를 진솔히 털어놓은 당시 내 고백이 잘못이라 믿진 않는다. 그런 상상 자체를 불허하는 게 잘못이고 그 상상을 처벌하려는 강박이 잘못이다.' (반이정씨 블로그 글 발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성적 판타지를 글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 아니냐' '본인에게는 솔직한 표현이겠지만 당하는 사람에게는 분명한 성희롱이다' 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또 반이정씨가 과거글을 비판하는 네티즌에게 막말에 가까운 언어를 구사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이정씨 블로그에 따르면 그는 신문에 칼럼을 쓰고 방송에서 출연했으며, 서울대 등에 출강하는 미술평론가다.

보도 이후 반이정씨는 "공인으로서 발표한 글이 아니며, 개인 블로그에 올린 사적인 글"이라며 "현재 비밀글로 전환했고 공개되길 원하지도 않았다"는 내용의 메일을 국민일보에 보내왔다.

그러나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반이정씨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인 처벌을 강력히 촉구하는 페이지 '반이정을 고발합니다'가 개설됐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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