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표창 치웠다"..개성공단기업 대표의 울분

양종곤 기자 2016. 11. 24.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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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선 대표, 개성공단 사태 항의차원 대통령 표창 치워
"다른 대표도 동참의사"..中企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나
성현상 만선 대표가 받은 박근혜 대통령 표창과 훈장은 진열대에서 보관함으로 옮겨졌다. © News1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표창을 장식장에서 치운 지 열흘 정도 됐습니다."

성현상 만선 대표의 서울 집무실 장식장에는 열흘 전만해도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 표창장, 훈장이 사라졌다. 성 대표는 지난해 말 '섬유의 날' 기념행사에서 이 상을 받았다.

표창과 훈장함은 접힌 채로 진열대가 아닌 보관함 내 다른 서류들과 방치됐다. 이 회사의 한 직원은 "처음 수상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중소기업으로서 자랑스러운 일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 대표는 "우리는 박 대통령 때문에 가슴에 멍을 안고 산다"고 답답해했다.

시국에 대한 분노가 중소기업들로 옮겨붙고 있다.

1987년 의류제조공장으로 시작한 만선은 매출액 120억원선을 유지했던 개성공단 입주기업이다. 이 기업은 2월10일 개성공단 조업이 중단되면서 날벼락을 맞았다. 수입은커녕 수억원 규모의 빚을 떠안게 됐고 인력감축까지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 40여명의 종업원 가운데 6명만 회사를 지키고 있다.

중소기업인에게 대통령 표창은 대통령이 누구인가와 상관없이 큰 자랑거리였다. 국가가 '이 기업은 작지만 내실있게 성장한 기업'이라고 내주는 '가장 확실한 인증'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350만개에 달하는 상황도 이 상의 가치를 대변한다.

실제로 올해 5월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A기업은 홈페이지를 접속하면 볼 수 있도록 '대통령 표창'을 그대로 옮긴 배너화면를 띄웠다. 올해 대통령 표창을 받은 B기업 관계자는 "대통령 표창이 자랑스러워서 회사 문 앞에 걸어놨다"고 전했다. C기업 관계자는 "박 대통령에 대한 여론을 잘 알지만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준 상도 아닌데 치울 이유가 있는가"라고 반문할 정도다.

물론 개성공단 중단 피해를 입은 만선 입장에서 다른 기업보다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정부가 공단조업 중단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탓에 피해를 키웠고 지원도 미흡하다고 반발해왔다. 개성공단 기업 측은 기업인들이 약 1조5000억원의 규모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절반 수준인 7700억원을 실제 피해금액으로 추산했다.

개성공단 사태는 최순실 게이트를 맞으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개성공단 중단을 결정한 배후에 최씨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급기야 개성공단 기업들은 이 의혹을 밝혀달라며 최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성 대표는 "개성공단을 폐쇄한 경위가 불확실하다"며 "최순실 관련 의혹까지 나오면서 우리 모두 더 큰 허탈함과 억울함만 남았다"고 말했다.

개성공단과 관계없는 일반 기업들도 대통령 표창을 치우는 식으로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할 가능성이 있다. 최씨의 국정농단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추진으로 시국이 급변하고 있다. 성 대표는 "여러 중소기업 대표들로부터 '박 대통령 표창을 치우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중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시국에서 어느 기업이 박 대통령 표창을 떳떳하게 자랑하고 다닐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gg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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