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민연금, '삼성 합병' 변칙 처리..청 개입 확인 땐 '뇌물죄'

김경학·김원진 기자 2016. 11.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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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검찰, 삼성·국민연금 동시 압수수색
ㆍ외부인사 참여 ‘의결권 전문위’ 아닌 내부 투자위서 결정
ㆍ‘이재용 만남 물의’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이 주도

삼성 압수수색 검찰이 23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해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내 미래전략실을 압수수색하는 가운데 직원들이 사옥 현관을 오가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3일 서울 논현동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검사와 수사관 10여명을 보내 지난해 7월 체결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관련 문건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또 기금운용본부장을 지낸 홍완선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특훈교수(60)의 사무실(서울 성동구)과 삼성그룹 서울 서초사옥의 미래전략실도 압수수색했다.

이날 실시한 압수수색은 최순실씨(60·구속 기소) 등의 범죄 혐의에 ‘뇌물’을 추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 대주주이던 국민연금은 지난해 불이익을 감수하고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검찰은 삼성그룹 측이 청와대에 청탁해 청와대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파악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박근혜 대통령은 삼성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인 금품은 자신과 가까운 최씨에게 주도록 하는 ‘제3자 뇌물제공죄’의 공동정범이 된다.

■절차 생략하고 찬성한 국민연금

지난해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이 승인됐다. 삼성물산 단일 주주로는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졌다면 합병은 부결됐겠지만 국민연금은 찬성표를 던졌다. 이 합병으로 국민연금은 수백억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합병 찬성을 결정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외부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아니라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결정됐다. 당시 국민연금 안팎에서는 삼성물산 합병 건을 의결권행사 전문위에서 다룰 것으로 봤다. 앞서 SK(주)와 SKC&C 합병안도 이곳에서 다뤘는데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해 반대 결론이 나왔다. 삼성물산 합병 건은 SK 합병 건보다 의견대립이 더 첨예한 사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내부 투자위원회가 찬성을 결정했다. 투자위원회는 기금운용본부장, 실·국장 8명, 기금운용본부장이 지명하는 팀장 3명 등 모두 12명으로 구성된다. 더구나 팀장 3명 가운데 2명은 홍 본부장의 측근 인사로, 사실상 홍 본부장 혼자서 결정하는 구조였다.

삼성 측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들을 접촉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 전문위원은 “제 지인들을 통해서 삼성에서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위원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항의도 하고 문제제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합병 시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 등이 합병비율의 불리함을 상쇄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투자위원회가 표결에 부친 것은 사전에 준법감시인 의견을 들어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 박 대통령 ‘뇌물죄’ 입증할까

형법 130조 ‘제3자 뇌물제공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적용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뇌물 액수가 1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꼭 뇌물을 주지 않아도, 요구하거나 약속했을 때도 처벌을 받는다. 다만 죄가 성립되려면 ‘부정한 청탁’이 필수 요소다. 앞서 검찰이 최씨 공소장에 뇌물이 아닌 직권남용 피해자로 본 현대자동차·포스코 등 기업은 부정한 청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은 다른 기업과 달리 부정 청탁 가능성이 높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당시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도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삼성은) 여러 의혹들이 있으니까 단서를 포착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학·김원진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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