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걸어 잠근 靑.. 朴의 감정, 억울함서 분노로

권지혜 기자 2016. 11. 24.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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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초읽기·대면수사 압박 속 여전히 마이웨이
23일 오후 경복궁 후문을 통해 바라본 청와대 본관 모습. 몇몇 관광객들이 청와대 정문(11문) 너머 보이는 청와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병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이 동반 사의를 표명한 초유의 상황에서도 동요 없이 집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의 탄핵 의결은 초읽기에 들어갔고 검찰의 대면수사 압박이 조여오는 상황이다. 사정라인마저 흔들리고 있지만 여전히 청와대 문을 걸어 잠근 채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현안을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며 “상황 인식이나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가 되면 국회가 탄핵을 안 하고는 못 배기는 상황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주말 촛불집회를 지나 다음 주 초 국정 역사 교과서 현장 검토본이 공개되면 야당도 더 이상 탄핵 추진을 머뭇거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청와대 내부에선 박 대통령의 감정 상태가 단순 ‘억울함’에서 ‘분노’로 바뀌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유영하 변호사가 대통령 변호인으로 선임되고, 이후 검찰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게 결정적 계기로 꼽힌다. 대통령 변호인에 친박(친박근혜)계 중에서도 진박(진실한 친박)인 유 변호사가 임명된 순간 검찰과의 관계도 끝났다는 말이 많았다. 유 변호인은 첫 일성으로 검찰 조사 연기를 공식 요청하더니 아예 응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친 상태다.

여권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본격화됐을 때 대통령은 ‘나는 몰랐다.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며 “유 변호인이 대통령을 만나 ‘검찰 수사는 편향됐고 법리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보고한 뒤로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사태 초반 두 차례 대국민 사과와 국회 추천 총리 임명 등 나름의 수습책을 제시했지만 다시 특유의 정면 대응 스타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의 상황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발언들도 하나둘 새어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참모들로부터 최순실씨의 각종 비리 내용을 보고받고 “내 앞에선 조용히만 있어서 그런 일을 했는지 몰랐는데 국민들이 싫어할 일은 다 하고 다녔다”고 분개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명예로운 퇴진을 고려해보라’고 조언한 원로 인사에게 되물었다는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라는 말은 청와대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특별검사 임명을 거부할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최순실 특검법’에 야당이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게 돼 있다”면서 “특검 임명 거부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내부 기류는 다르다. 한 관계자는 “야당이 터무니없는 인사를 특검 후보로 추천하면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한 말을 뒤집은 전례가 있어 특검 수사도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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