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휴식시간 줄여 제2의 녹색혁명
식물의 광합성 유전자 변형으로 곡물 생산량 15% 늘리는 데 성공
미국의 식물학자인 노먼 볼로그 박사는 1960년대 병충해에 강한 밀 품종을 만들어 멕시코와 인도, 파키스탄에서 밀 수확량을 거의 2배로 올렸다. 저개발국가의 식량 문제를 과학으로 해결한 녹색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볼로그 박사는 이 공로로 1970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이 같은 녹색혁명이 또 한 번 일어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폴란드 과학자들이 곡물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스티븐 롱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난 18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표지 논문에서 "광합성에서 햇빛을 전보다 더 많이 사용하도록 식물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곡물 생산량을 평균 15%, 최대 20%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롱 교수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세운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10여년의 연구 끝에 식물의 광합성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식물의 햇빛 방어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었다.
식물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물을 영양분으로 바꾼다. 하지만 햇빛이 강하면 식물도 화상을 입는다. 이 때문에 햇빛이 강한 한낮에는 햇빛을 열로 바꾸어 발산한다. 햇빛이 적당해지면 다시 원래대로 광합성을 한다. 문제는 햇빛 방어 시스템을 해제하는 속도가 느려 광합성을 할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더 빨리 진행시켜 광합성 효율을 높였다. 말하자면 중간 휴식시간을 줄여 일할 시간을 늘린 셈이다.
롱 교수는 먼저 담뱃잎에서 햇빛을 열로 바꾸는 과정을 차단하는 단백질을 찾았다. 식물 연구에 많이 쓰이는 겨자과(科) 식물, 애기장대에도 같은 단백질이 있었다. 연구진은 광합성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햇빛을 열로 바꾸는 것을 차단하는 애기장대의 유전자 세 벌을 담뱃잎의 DNA에 추가했다. 그 결과, 햇빛 방어에서 광합성으로 복귀하는 속도가 빨라져 담배의 무게가 기존보다 14~20% 늘었다.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벼나 옥수수 같은 곡물에도 같은 방법을 적용해 생산량을 5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롱 교수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농가에서 다양한 농업 기술을 동원해 옥수수 생산량을 늘려왔지만 해마다 2% 정도 증가에 그쳤다"며 "이번 방법은 제2의 녹색혁명을 가져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유전자변형농작물(GMO)에 대한 반감이 커 기술이 상용화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식물에 원래 있던 유전자의 수를 더 늘리는 방법이어서,식물에 없던 동물의 유전자를 삽입하는 식의 기존 GMO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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