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경기침체의 늪.. 은행들, 기업 대신 가계대출 늘렸다

우성규 기자 2016. 11. 2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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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3분기 보고서·여신 계수자료 분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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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가계대출이 기업대출을 압도하고 있다. 오랜 경기침체로 기업은 돈을 쓰지 않고, 소득이 줄어든 가계는 대출로 생활비를 충당한다. 5대 시중은행의 3분기 말 가계대출 총량은 494조원으로 기업대출 전체 455조원보다 39조원 이상 많았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폭은 33조원으로 기업대출 증가분 7조원을 4배 이상 앞질렀다.

국민일보가 23일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3분기 보고서와 여신 계수자료를 분석해보니 5대 은행의 3분기 말 가계대출 총량은 494조7279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보다 33조5247억원 늘었다. 반면 대기업·중소기업·개인사업자 원화대출을 포괄한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총량은 3분기 말 현재 455조6229억원을 기록해 올 들어 7조4562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출 총량 자체도 가계대출이 기업대출보다 39조1050억원 많고, 올 들어 증가량도 가계대출이 기업대출보다 4.5배 높았다.

은행별로 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가장 컸다. 올해 들어 9조12억원이 늘었다. 신한은행 가계대출 증가폭 역시 8조2004억원이나 됐다. 이어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7조626억원, KB국민은행은 6조1926억원, KEB하나은행은 3조679억원이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부동산PF 여파로 기업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올해는 기본으로 돌아가 대기업 여신을 줄이고 가계대출 농업금융 공공부문에 집중하는 쪽으로 영업을 수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KEB하나은행은 올해 3분기 말까지 기업대출을 3조2511억원가량 줄였다. 우리은행도 기업대출 증가량이 4087억원에 불과했다. 기업대출 증가폭이 쪼그라든 것을 넘어서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과의 통합으로 기존 은행에 비해 대기업 여신이 높아 이를 줄이는 자산 재조정을 꾸준히 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대기업 외화대출도 9개월 만에 5조원 넘게 줄였다.

가계대출이 기업대출을 압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극심한 경기침체다. 기업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를 확대하고, 가계는 늘어난 소득만큼 저축과 소비를 하는 게 ‘선순환 구조’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 기업은 투자를 외면한 채 통장에 돈을 쌓아두고, 가계는 생활재 소비를 위해 가계대출을 늘려가는 형편이다. 6월 말 예금은행의 법인예금 잔액은 626조원으로 가계예금 571조원을 앞질렀다.

한국은행은 24일 3분기 가계신용을 발표한다. 가계부채 1300조원 돌파가 유력시된다. 전문가들은 ‘1300조원’이라는 숫자의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가 낮아서 가계부채 늘어난 게 아니고, 경기가 나빠서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며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는 것보다 상대적 고금리로 고통 받는 취약 계층에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춰주는 고민을 정책당국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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