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경 "청와대 이 지경일 줄은.." 입 다문 朴에 한계 느꼈나

최문선 2016. 11. 23. 20: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정수석 전격 사의 배경

朴 호위무사 역할로 靑 입성

검찰, 아무런 수사 정보 안 주고

朴 피의자 입건도 통보 안 해

“참모로서 도의적 책임 진 것”

최재경(54)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받은 임명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의를 표명한 이유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 수석은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이틀 뒤인 22일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이 21일 사의를 밝히자 고민 끝에 동반 사퇴 결심을 했다고 한다. 최 수석은 사표 제출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23일 오전까지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는 등 평소처럼 근무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최순실 게이트 수습 카드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교체하면서 곧바로 최 수석을 임명했다.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검찰을 떠난 뒤에도 후배 검사들의 신망을 받은 최 수석은 촛불 정국에서 박 대통령을 지킬 ‘마지막 호위 무사’로 불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 수석은 박 대통령의 검찰 수사 준비를 비롯한 정국 대응 전략을 주도적으로 짰다”며 “청와대 참모들에게도 그는 믿음직스러운 존재였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도 최 수석에게 전폭적 신뢰를 보냈다. 박 대통령이 4일 발표한 2차 대국민담화에 최 수석의 문체와 즐겨 쓰는 표현이 곳곳에 담길 정도였다. 최 수석의 지인들은 그가 박 대통령을 지키는 ‘악역’을 맡은 것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최 수석은 취임 초기 “들어와서 보니 청와대 내부 상황이 이 지경일 줄은 몰랐다”며 지인들에게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에게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을 섭섭해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면서도 최 수석은 꼬인 상황을 풀어 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때문에 최 수석이 청와대 입성 20여일 만에 사표를 던진 것의 충격파가 더욱 컸다. 최 수석은 박 대통령과 검찰이 정면충돌한 상황에서, 민정수석의 역할에 한계를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는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지목한 것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최 수석이 사의를 밝힌 것”이라면서, 박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것을 스스로 책임지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박 대통령의 통제를 벗어난 검찰은 최 수석에게 수사 정보를 거의 주지 않았고, 20일 중간 수사 발표 때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할 것이라는 계획도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 수석의 사표 제출이 검찰에 대한 항의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반대로 최 수석이 박 대통령에 실망해 ‘대통령의 변호인’ 역할을 포기했다는 시각도 있다. 여권 인사는 “박 대통령은 최 수석에게도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진실을 감췄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런 박 대통령을 최순실 특검과 탄핵 정국에서 엄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포기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 수석 사표를 반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수석 사퇴가 정권 내부 붕괴의 신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데다, 후임자를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