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수그러든 野 '先총리론'..탄핵시 황교안 대행체제
'국회 추천 총리' 제안 걷어차며 새 총리 선임 실기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추진에 속도가 붙으면서 야권 내 '선(先) 총리 후(後) 탄핵' 카드가 수그러들고 있다.
'선 총리론'은 박 대통령 '퇴진 로드맵'의 첫 단추로 과도내각을 구성하기 위해 국민의당이 주장해온 논리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황교안 국무총리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부상하면서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탄핵 정국이 급물살을 타고 민주당 지도부가 부정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민의당도 사실상 이를 포기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3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선 총리 후 탄핵'을 고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탄핵 정국이 너무 빠르게 진행돼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라면서 "지금 총리 카드를 꺼내는 것은 오히려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청와대도 야권이 탄핵을 추진하자 국회 추천 총리 제안을 거둬들일 수 있다고 시사함에 따라 현실성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
이대로라면 야당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성공하더라도 황 총리 대행체제가 성립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야당이 좌고우면하다가 국회 추천 총리를 내세울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황 총리를 우선 바꾸는 것은 개인적으로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하지만, 야권이 미리 추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상황에선 황 총리 체제를 몇 개월간 참아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의 이 같은 반응 속에서도 야권 내에서는 탄핵 전에 국회 추천 총리를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늦었지만, 전원위원회를 열어서라도 국회 추천 총리를 내세워야 한다"면서 "황 총리 대행체제는 '박근혜-최순실 정권'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으로, 황 총리는 법무부 장관 시절 정윤회 문건 사건을 왜곡수사하고 무마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비주류 중진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황 총리는 검찰을 다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보다 더 문제가 될 수 있어 총리를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미국이 세계전략을 다시 짜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의 인사가 다가오는 시점에 국회는 새 총리를 추천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은 총리 추천을 위한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도 "대통령도 국민 앞에 약속했듯이 국회 추천 총리를 이제라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황 총리를 압박해 자진 사퇴를 이끌어 '황교안 딜레마'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나왔다.
조 의원은 "황 총리는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의 핵심 중 핵심으로, 식물 대통령의 대리인 행세를 할 게 아니라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심 대표도 "황 총리가 법무부 장관과 총리로서 대통령의 헌정유린, 국정농단을 방조했기 때문에 정치적인 의미에서 직무유기를 했다"면서 "황 총리는 평생 국민으로부터 봉급을 받고 살아온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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