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진이 결혼식에 안와?"..최순득, 빌딩 임차인 내쫓아

김선영 2016. 11. 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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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개미지옥' 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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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와 언니 순득(64)씨 자매의 갑질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최순득씨 빌딩에 세들었던 한 임차인이 최씨의 딸 장시호(37·개명 전 유진)씨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대 재계약을 거부당하고 2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회수도 못한 채 사실상 쫓겨났다는 폭로가 나왔다.

최순득씨 남편 장모(63)씨 명의로 등기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승유빌딩’에서 2002년부터 5년간 유흥주점을 운영했다는 임모(49)씨는 2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2006년 어머니가 심장수술을 해 장시호 결혼식에 못 갔더니, 최씨 부부가 이후 재계약 과정에서 터무니없는 보증금과 월세를 요구했다”며 “결국 괘씸죄에 걸려 빌딩에서 내쫓기듯 나와야 했다”고 주장했다.

최순득씨 남편의 명의로 등기된 서울 삼성동의 ‘승유빌딩’ 전경. 이 건물 지하 1층은 현재 비워진 상태로 문은 굳게 잠겨 있다.
승유빌딩은 최씨 부부 아들인 장승호씨와 딸 시호씨의 개명 전 이름인 유진의 앞글자를 따 지은 것으로 지하 3층, 지상 7층 규모의 건물이다. 빌딩 가치는 350억∼400억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0월30일 최순실씨가 극비리에 귀국한 뒤 5억원을 인출했던 은행 지점(봉은사로)이 이 건물 1층에 있다.

임씨는 2002년 5월 유흥주점을 운영하기 위해 약 990㎡(300평) 규모인 승유빌딩 지하 1층을 권리금 5억원에 보증금 2억원, 관리비 포함 월세 1780만원에 임대 계약했다. 내부 인테리어에만 15억원을 들인 주점은 장사가 꽤 잘됐다고 한다. 하지만 2006년 영업이 악화한 끝에 임대료를 석 달 정도 밀리면서 사달이 났다.

최씨 부부는 월세가 밀리자 처음에는 점잖았다고 한다. “임대료를 정산해 달라”는 수준에서 이야기를 했고, 실제로 내지 못한 월세는 보증금에서 차감하는 상식적인 조치가 이뤄졌다. 업주가 월세를 내지 못하면 건물주는 보증금에서 이를 차감하는 것이 일반적인 ‘룰’이다.

그런데 그 무렵 딸 시호씨가 결혼식을 올렸는데 임씨가 어머니 수술 일정이 겹쳐 참석을 못했다. 이때부터 사태가 돌변했다고 임씨는 토로했다. 그는 “최씨 측이 결혼식 이후 전기, 수도를 끊은 데 이어 지하층 출입구를 쇠사슬로 폐쇄했다“며 “주점 내 테이블 등 집기도 모두 건물 내 다른 사무실로 옮겨버렸다”고 말했다. 당시 최씨 측의 이런 조치는 막무가내식이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인 김강균 변호사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임대료를 두고 분쟁이 일어날 경우 ‘제소 전 화해조서’나 명도소송을 내는 것이 적법 절차”라며 “최씨 측의 행위는 주거침입과 업무방해 등의 불법 행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결국 영업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임대료 연체가 이어졌고 보증금 2억원 중 1억원이 소진됐다. 임씨는 권리금과 보증금 일부라도 건지기 위해 “가게를 인수할 희망자를 구해오겠다”고 요구했고, 최씨 측도 “그렇게 하라”고 답했다고 한다. 임씨는 수소문 끝에 인수 희망자 김모(54)씨를 찾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최씨 측은 김씨에게 보증금 7억원(기존 2억원)과 월세 5000만원(기존 1780만원)을 요구했다. 김씨는 통화에서 “최씨 남편인 장 회장을 만났는데 터무니 없는 액수를 요구해 포기했다”면서 “이후 임 사장이 다른 희망자를 찾아 데려갔지만 계약은 이뤄지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최씨 부부는 “월세 체납으로 계약이 미이행됐으니 가게는 처분하겠다”고 통보했다. 임씨는 “업계에서는 장사가 안 돼도 인테리어 비용은 회수하라는 측면에서 5년 정도는 재계약을 해주는 게 암묵적인 룰”이라며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 20억원 가까운 돈을 포기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변호사에게 민사소송으로 구제받는 방법을 타진했지만, 최소 6개월 이상 걸린다는 답변에 포기했다고 한다. 최씨 부부는 이 무렵 인근 부동산에 “권리금 없는 물건”이라며 가게를 내놨다. 저간의 사정을 모르고 가게를 인수한 한 업주는 보증금 5억원, 월세 4000만원에 계약했지만 결국 ‘똑같은 방식으로’ 2년 만에 망해서 나갔다고 임씨는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강남·서초 지역 유흥업계 관계자는 “최순득 빌딩은 개미지옥이라고 부른다. 들어가는 족족 다 털리고 나오기 때문”이라며 “금싸리기 같은 이 지역에 수년째 빈 곳은 최순득 빌딩이 유일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씨는 최씨 부부에 대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술회했다. 이런 임씨 등의 주장에 대해 최씨 측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를 하고 자택을 찾아갔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글·사진=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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